산과바다
維摩像(唐楊惠之塑 在天柱寺) 유마상(당양혜지소 재천주사) : 소식(蘇軾)
유마상 (양혜지가 빚은 천주사 유마상)
昔者子輿病且死,其友子祀往問之。跰𨇤鑒井自嘆息,造物將安以我為。
今觀古塑維摩像,病骨磊嵬如枯龜。乃知至人外生死,此身變化浮雲隨。
世人豈不碩且好,身雖未病心已疲。此叟神完中有恃,談笑可卻千熊羆。
當其在時或問法,俯首無言心自知。至今遺像兀不語,與昔未死無增虧。
田翁里婦那肯顧,時有野鼠銜其髭。見之使人每自失,誰能與結無言師。
昔者子輿病且死(석자자여병차사) : 옛날에 자여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을 때
其友子祀往問之(기우자사왕문지) : 그의 벗 자사가 병문안을 갔는데
跰𨇤鑒井自嘆息(변선감정자탄식) : 비틀비틀 우물로 가 제 모습을 비쳐 본 자여
造物將安以我爲(조물장안이아위) : “하늘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탄식하였다.
今觀古塑維摩像(금관고소유마상) : 내가 지금 옛날에 빚은 유마상을 보아하니
病骨磊嵔如枯龜(병골뇌외여고구) : 앙상해진 모습이 갈라 터진 거북 등 같은데
乃知至人外生死(내지지인외생사) : 알겠구나 해탈 보살 생사 경지 벗어났고
此身變化浮雲隨(차신변화부운수) : 몸이란 세월 따라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걸
世人豈不碩且好(세인기불석차호) : 세상 사람들 훤칠하고 잘생기기를 바라면서
身雖未病心已疲(신수미병심이피) : 몸뚱이 병들지 않았어도 마음은 지쳐 있는데
此叟身完中有恃(차수신완중유시) : 원기 왕성한 이 노인은 믿음까지 든든해서
談笑可却千熊羆(담소가각천웅비) : 웃는 얼굴로 얘기하며 천만 맹수를 물리쳤고
當其在時或問法(당기재시혹문법) : 그때 살았던 사람들이 부처님 법을 물어보면
俯首無言心自知(부수무언심자지) : 고개 숙이고 말 안 해도 마음으로 알았다네.
至今遺像兀不語(지금유상올불어) : 지금도 상으로 남아 아무 말이 없지만
與石未死無增亏(여석미사무증휴) : 죽지 않는 돌처럼 상한 곳은 없는데
田翁里婦那肯顧(전옹리부나긍고) : 시골 늙은이와 아낙네들 찾아오지 않아서
時有野鼠銜其髭(시유야서함기자) : 때때로 들쥐들이 수염을 물고 돌아가니
見之使人每自失(견지사인매자실) : 사람들이 그런 모습 볼 때마다 실망하면
誰能與結無言師(수능여결무언사) : 무언의 스승 유마라고 말할 수도 없겠네.
* 維摩(유마) : 인명. 산스크리트 비마라키르티(vimalakīrti)의 음사이며는 무구칭(無垢稱) 또는 정명(淨名)으로 의역한다. ⟪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으로 유마힐(維摩詰)의 약칭이다.
* 楊惠之(양혜지) : 인명. 당나라 때 조소가(彫塑家)로 오군(吳郡) 사람이며 개원(開元) 연간(713~741)에 활동했다. 생몰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고 오도자(吳道子)와 함께 장승요(張僧繇)의 필법을 배웠다. 호는 화우(畵友)이다.
* 子輿(자여)와 子祀(자사) :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 자리(子犁), 자래(子來)와 함께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 跰𨇤(변선) : 비틀거리는 걸음을 가리킨다.
* 病骨(병골) : 병을 앓아 수척해진 몸을 가리킨다. 소식(蘇軾)은 「浴日亭」이란 시에서 ‘已覺蒼凉蘇病骨, 更煩沆瀣洗衰顔(서늘한 기운에 아픈 몸이 깨어나는 것 같아서 / 번거롭지만 이슬 받아 수척해진 얼굴을 씻어보네)’이라고 하였다.
* 磊嵔(뇌외) : 높고 험한 모양을 가리킨다. ‘磥垝’ 또는 ‘磥嵔’로도 쓴다.
* 枯龜(고구) : 말라 갈라진 것을 가리킨다. ‘龜’는 ‘皸’과 통한다.
* 至人(지인) : 사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사람을 가리킨다. ⟪순자荀子⋅천론天論⟫에서 ‘故明於天人之分, 則可謂至人矣(그러므로 자연계의 법칙과 사람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성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 神完(신완) : 원기가 왕성한 것을 가리킨다.
* 熊罴(웅비) : 곰. 맹수. 용사. 전투력이 강한 정예병력을 가리키기도 한다.
* 가우(嘉祐) 7년(1062), 소식(蘇軾)이 대리평사첨서봉상부(大理評事簽書鳳翔府) 판관으로 있을 때, 봉상의 이름 있는 문물과 고적, 원림 등 명승지 여덟 곳을 둘러보고 쓴, 고체 연작시 鳳翔八觀(봉상팔관) ←바로가기 중 維摩像은 4번째 편으로, 당나라 때 조소가(彫塑家) 양혜지가 빚은 천주사의 유마상을 본 뒤에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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