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王維吳道子畵(왕유오도자화) : 소식(蘇軾)
왕유와 오도자의 그림을 보고
何處訪吳畫?普門與開元。開元有東塔,摩詰留手痕。
吾觀畫品中,莫如二子尊。道子實雄放,浩如海波翻。
當其下手風雨快,筆所未到氣已吞。亭亭雙林間,彩暈扶桑暾。
中有至人談寂滅,悟者悲涕迷者手自捫。蠻君鬼伯千萬萬,相排競進頭如黿。
摩詰本詩老,佩芷襲芳蓀。今觀此壁畫,亦若其詩清且敦。
祇園弟子盡鶴骨,心如死灰不復溫。門前兩叢竹,雪節貫霜根。
交柯亂葉動無數,一一皆可尋其源。吳生雖妙絕,猶以畫工論。
摩詰得之於象外,有如仙翮謝籠樊。吾觀二子皆神俊,又於維也斂衽無間言。
何處訪吳畵(하처방오화) : 어디로 가야 오도자 그림 만날 수 있나
普門與開元(보문여개원) : 보문사와 개원사 두 사찰이고
開元有東塔(개원유동탑) : 개원사는 동쪽에 탑이 있는데
摩詰留手痕(마힐유수흔) : 그곳에 왕마힐의 그림 있다고 하네
吾觀畵品中(오관화품중) : 지금까지 여러 화가 그림을 보면
莫如二子尊(막여이자존) : 아무도 이 둘보다 잘 그린 사람이 없는데
道子實雄放(도자실웅방) : 오도자의 화풍은 웅장하고 분방하며
浩如海波翻(호여해파번) : 호호탕탕 바닷물이 뒤집히는 것 같아서
當其下手風雨快(당기하수풍우쾌) : 소나기 쏟아지듯 붓 든 손을 놀려서
筆所未到氣已呑(필소미도기이탄) : 붓이 이르기 전에 숨조차 못 쉬게 하네.
亭亭雙林間(정정쌍림간) : 사라수 두 그루 높다랗게 솟아 있고
彩暈扶桑暾(채훈부상돈) : 눈부신 아침 해가 동쪽에서 떠오를 때
中有至人談寂滅(중유지인담적멸) : 그 속에서 부처님 열반 말씀 설하시니
悟者悲涕迷者手自捫(오자비체미자수자문) : 깨친 자는 눈물을 흘리며 울고
蠻君鬼伯千萬萬(만군귀백천만만) : 못 깨친 자는 손으로 가슴을 치네.
相排競進頭如黿(상배경진두여원) : 천축국의 수많은 왕과 귀신들 함께 모여 목 늘이고 설법을 듣네.
摩詰本詩老(마힐본시로) : 왕마힐은 원래 존경받는 노시인으로
佩芷襲芳蓀(패지습방손) : 향낭 찬 듯 시풍이 아름답고 향기로운데
今觀此壁畵(금관차벽화) : 지금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亦若其詩淸且敦(역약기시청차돈) : 시를 닮아 그림이 아름답고도 질박하여
祇園弟子盡鶴骨(기원제자진학골) : 기원정사 제자들 자태 선학(仙鶴)의 골격을 닮아있고
心如死滅不復溫(심여사멸불부온) : 마음속 꺼진 불길 다시 일어날 염려 없네.
門前兩叢竹(문전양총죽) : 문 앞에 있는 두 무더기 대나무들은
雪節貫霜根(설절관상근) : 눈 속에서도 푸르고 곧게 뿌리까지 이어져 있어
交柯亂葉動無數(교가난엽동무수) : 가지와 잎 수도 없이 층층으로 겹쳤어도
一一皆可尋其源(일일개가심기원) : 하나하나 근원과 맥을 찾아낼 수 있다네.
吾觀二子皆神俊(오관이자개신준) : 오도자의 그림이 절묘하다고 하는 것도
猶以畫工論(유이화공론) : 빼어난 화공의 솜씨까지 뛰어넘은 것이었고
摩詰得之於象外(마힐득지어상외) : 왕마힐은 대상물의 정신까지 체득하여
有如仙翮謝籠樊(유여선핵사농번) : 새장 벗어난 신조(神鳥)처럼 자취 없이 노닐었네.
吾觀二子皆神俊(오관이자개신준) : 내가 본 두 사람 그림 모두 필력이 웅건한데
又於維也斂衽無間言(우어유야염임무간언) : 왕유에 대해서는 옷매무새 가다듬고 할 말을 잊네.
王維吳道子畫可以指:
* 王維吳道子: 왕유(699? 또는 701?~761)는 당대(唐代) 시인이자 화가로 자는 마힐(摩詰)이다. 불교에 심취했던 그를 사람들이 시불(詩佛)이라 불렀다. 오도자(680~759)는 당현종(唐玄宗) 때 궁정화가로 불상佛像 그림을 잘 그렸다. 사람들이 그를 화성畵聖이라 불렀다.
* 왕유(王維) : 699년 혹은 701년 ~ 761년(추정) 이칭으로 왕마힐(王摩詰) 당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 하동(河東) 포주 사람으로, 자는 마힐(摩詰), 호는 마힐거사(摩詰居士)이다. 원래 조상의 본적은 기현(祁縣, 지금의 산시성 치현)인데, 부친 대에 포주로 이주했다. 어려서 모친의 영향으로 불학(佛學)에 정통하였으며, 마힐(摩詰)이라는 자는 불교의 경전인 『유마힐경(維摩詰經)』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때문에 ‘시불(詩佛)’로도 불린다. 젊었을 때에는 도교를 믿었으나, 뒤에 선불교에 심취했다.
* 普門開元 : 봉상(鳳翔)에 있던 두 곳의 사찰 보문사와 개원사를 가리킨다. 오도자는 두 사찰 모두에 불상 그림을 남겼고, 왕유는 개원사에 묵죽 그림을 남겼다.
* 手痕(수흔) : 손으로 남긴 자취를 가리킨다. 개원사 동탑(東塔)에 왕유의 그림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 雄放(웅방) : 분방하다. 호방하다.
* 亭亭(정정) : 높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雙林’은 오도자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라수 두 그루를 가리킨다. 세존 붓다가 입멸 직전 천축국 구시나성(拘尸那城)(쿠시나가라 kusinagara) 사라 쌍림 밑에서 설법한 것을 가리킨다.
* 彩暈(채훈) : 오색의 광휘(光輝)를 가리킨다. ‘扶桑’은 전설에 해가 뜨는 곳을, ‘暾’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가리킨다.
* 至人 : 그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이가 없는 사람, 즉 석가모니불을 가리킨다. ‘寂滅’은 ‘涅槃’을 의미한다. 세간을 초월하여 불생불멸의 경지에 이른 것을 가리킨다.
* 手自捫(수자문) : 손으로 가슴을 치는, 적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자의 상태를 형용한 것이다.
* 蠻君(만군) : 천축국의 군왕을 가리킨다.
* 黿(원) : 큰 자라. 신도들이 크게 모여 길게 늘어선 것을 가리킨다.
* 佩芷襲芳蓀(패지습방손) : 왕유의 시풍이 미인이 허리에 향초를 찬 것처럼 향기로운 것을 가리킨다.
* ‘佩’와 ‘襲’은 옷차림을, ‘芷’와 ‘蓀’은 향초를 가리킨다.
* 淸且敦(청차돈) : 풍격이 아름다우면서도 질박한 것을 가리킨다.
* 祇園弟子(기원제자) : 불교도(佛敎徒)를 가리킨다. ‘祇園’은 서인도 북쪽 슈바라스티에 있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을 가리킨다. 코살라국 부호 급고독이 기타 태자에게 땅을 사서 정사(精舍)를 짓고, 태자는 숲을 붓다에게 바쳐 붓다 제세시절에 세워진 최대의 설법처 기원정사가 되었다.
* 心如死滅 : 붓다의 제자들이 번뇌를 끊어내고 육근이 청정해져 마음이 적정(寂靜)의 상태인 것을 가리킨다.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에서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滅乎(사람의 몸뚱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마치 마른 나무처럼 아무런 생기가 없을 수 있고 / 마음까지 죽은 것처럼 아무런 생기가 없다고 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했다.
* 雪節霜根 : 대나무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에 함유된 맑고 단단한 품격을 함께 가리킨다.
* 交柯(교가) : 가지와 잎이 서로 교차해 있는 것을 가리킨다.
* 翮(핵) : 새(鳥)를 가리킨다. ‘謝’는 떠나다. ‘籠樊’은 새장을 가리킨다.
* 神俊(신준) : 정신을 흠뻑 머금고 높이 날아오를 듯 기세가 왕성한, 문장이나 서법의 필력이 웅건한 것을 가리킨다.
* 斂衽(렴임) :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옷깃을 단정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無間言’은 나무랄 데가 없다. 비난할 구석이 없다. 완전한 동의를 가리킨다.
* 동파가 봉상부첨판(鳳翔府簽判)로 있을 때인 가우(嘉祐) 6년(1061), 역내에 있는 보문사와 개원사를 돌아보다가 왕유와 오도자의 그림을 보고 지은 것으로, 연작시 鳳翔八觀(봉상팔관) ←바로가기 중 3번째 작품이다.
왕유와 오도자는 당현종(唐玄宗) 개원(開元)(713~741) 및 천보(天寶)(742~756) 연간에 활약한 화가들인데, 동파에게 있어 왕유는 시와 그림, 불법은 동질감 때문에도 더욱 친근한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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