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子由論書(차운자유론서) : 소식(蘇軾)
글씨를 논한 자유의 시에 차운하여
吾雖不善書,曉書莫如我。苟能通其意,常謂不學可。
貌妍容有矉,璧美何妨橢。端莊雜流麗,剛健含婀娜。
好之每自譏,不謂子亦頗。書成輒棄去,繆被旁人裹。
體勢本濶落,結束入細麽。子詩亦見推,語重未敢荷。
邇來又學射,力薄愁官笴。多好竟無成,不精安用夥。
何當盡屏去,萬事付懶惰。吾聞古書法,守駿莫如跛。
世俗筆苦驕,衆中强嵬騀。鍾張忽已逺,此語與時左。
吾雖不善書(오수불선서) : 내 비록 서법에 맞게 잘 쓰지는 못하지만
曉書莫如我(효서막여아) : 서법을 알기로는 나만 한 사람이 없나니
苟能通其意(구능통기의) : 진실로 자기 마음속으로 통달한다면
常謂不學可(상위불학가) : 안 배워도 좋다고 언제나 말한다네.
貌姸容有矉(모연용유빈) : 생김새가 고우면 찡그려도 용납되고
璧美何妨橢(벽미하방타) : 벽옥이 곱다면 길쭉한들 어떠하랴?
端莊雜流麗(단장잡유려) : 단정하고 엄숙함 속에 유려함이 섞여 있고
剛健含婀娜(강건함아나) : 굳세고 씩씩한 가운데 아리따움이 함유되는 것이네.
好之每自譏(호지매자기) : 그런 것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안 되자 책하거니
不獨子亦頗(불독자역파) : 자네도 생각이 지나치지만 자네만 그런 건 아니라네.
書成輒棄去(서성첩기거) : 글씨가 완성되면 나는 번번이 내버리는데
謬被旁人裹(류피방인과) : 엉뚱하게도 옆 사람이 싸가지고 가면서
體勢本闊落(체세본활락) : "필세가 본래는 분방하고 시원한데
結束入細麽(결속입세마) : 가다듬은 곳은 섬세함도 가미했구나”라 한다네.
子詩亦見推(자시역견추) : 자네 시에도 내 글씨를 잔뜩 치켜세웠지만
語重未敢荷(어중미감하) : 시어가 너무 무거워서 감당할 수 없다네.
爾來又學射(이래우학사) : 근래에는 또 활쏘기를 배워 보는데
力薄愁官笴(역박수관가) : 힘이 부족하여 관청의 화살대가 걱정이라네.
多好竟無成(다호경무성) : 좋아하는 게 많으면 끝내 이루는 게 없는 법
不精安用夥(부정안용과) : 정교하지 않다면 많은 게 무슨 소용이랴
何當盡屛去(하당진병거) : 언제나 서예와 활을 모두 팽개쳐버리고
萬事付懶惰(만사부나타) : 만사를 제쳐두고 게으름피울 수 있을까
吾聞古書法(오문고서법) : 내 듣건대 옛 필법은 비유하자면
守駿莫如跛(수준막여파) : 천리마처럼 달리는 것이 절룩거림만 못하다네.
世俗筆苦驕(세속필고교) : 요즘 세상의 붓놀림은 너무나 교만하여
衆中强嵬騀(중중강외아) : 무리 속에서 억지로 우뚝하게 솟아오르네.
鍾張忽已遠(종장홀이원) : 종요와 장지가 갑자기 너무 멀어져서
此語與時左(차어여시좌) : 이 말이 시의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 騀(머리 내두를 아) : 높고 큰 모양
* 自由 : 蘇軾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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