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和子由聞子瞻將如終南太平宮溪堂讀書(화자유문자첨장여종남태평궁계당독서) : 소식(蘇軾)
내가 종남산의 태평궁에 있는 개울가의 초당으로 가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는 소문을 듣고 지은 자유의 시에 화답하여
役名則已勤,徇身則已俞。我誠愚且拙,身名兩無謀。始者學書判,近亦知問囚。
但知今當為,敢問向所由。士方其未得,唯以不得憂。既得又憂失,此心浩難收。
譬如倦行客,中路逢清流。塵埃雖未脫,暫憩得一漱。我欲走南澗,春禽始嚶呦。
鞅掌久不決,爾來已徂秋。橋山日月迫,府縣煩差抽。王事誰敢愬,民勞吏宜羞。
中間罹旱暵,欲學喚雨鳩。千夫挽一木,十步八九休。渭水涸無泥,菑堰旋插修。
對之食不飽,余事更遑求。近日秋雨足,公餘試新篘。劬勞幸已過,朽鈍不任鎪。
秋風迫吹帽,西阜可縱遊。聊為一日樂,慰此百日愁。
役名則已勤(역명칙이근) : 명예를 도모하면 너무나 근면하고
徇身則已婾(순신칙이유) : 육신을 도모하면 너무나 소홀한 법
我誠愚且拙(아성우차졸) : 나는 참으로 어리석고 졸렬하여
身名兩無謀(신명양무모) : 육신도 명예도 도모하지 않았네.
始者學書判(시자학서판) : 처음에는 글씨와 문장을 배웠더니
近亦知問囚(근역지문수) : 근래에는 죄수를 문책할 줄도 안다네.
但知今當爲(단지금당위) :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뿐이지
敢問向所由(감문향소유) : 옛날에 지나온 길을 감히 따지랴?
士方其未得(사방기미득) : 선비란 아직까지 자리를 얻지 못했을 땐
惟以不得憂(유이부득우) : 오로지 못 얻을까? 그것만을 걱정하네.
旣得又憂失(기득우우실) : 얻고 나면 그때는 또 잃을까 걱정하니
此心浩難收(차심호난수) : 이런 마음은 끝이 없어 수습하기 어렵다네.
譬如倦行客(비여권행객) : 비유컨대 길을 가다 지친 길손이
中路逢淸流(중로봉청류) : 도중에 깨끗한 물을 만나면
塵埃雖未脫(진애수미탈) : 먼지를 털어 내진 못할지라도
暫憩得一漱(잠게득일수) : 잠시 쉬며 양치질은 할 수 있듯이
我欲走南澗(아욕주남간) : 내가 전에 남쪽 개울로 가려 했을 땐
春禽始嚶呦(춘금시앵유) : 봄 새가 막 울기 시작했는데
鞅掌久不決(앙장구부결) : 일이 바빠 오래도록 결행하지 못했더니
爾來已徂秋(이래이조추) : 그 뒤로 어느덧 가을이 다 되었네.
橋山日月迫(교산일월박) : 교산에는 요즈음 시간이 급박해져
府縣煩差抽(부현번차추) : 인력을 차출하느라 부와 현이 부산하네.
王事誰敢愬(왕사수감소) : 임금님 일을 두고 누가 감히 푸념하랴
民勞吏宜羞(민로이의수) : 백성들의 노고에 관리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네.
中間罹旱暵(중간이한한) : 중간에 오랫동안 가뭄을 만나
欲學喚雨鳩(욕학환우구) : 비를 부르는 비둘기의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네.
千夫挽一木(천부만일목) : 사나이 천 명이 나무 하나 끄는데
十步八九休(십보팔구휴) : 열 걸음에 여덟아홉 번 쉬고
渭水涸無泥(위수학무니) : 위수가 바짝 말라 진흙조차 없는데
菑堰旋揷修(치언선삽수) : 돌아가며 말뚝을 박아 방죽을 만들었다네.
對之食不飽(대지식불포) : 그 모습을 보노라면 배불리 먹을 수도 없거늘
餘事更遑求(여사경황구) : 그 밖의 일이야 더 이상 겨를이 있으랴?
近日秋雨足(근일추우족) : 근래에 가을비가 흡족히 내려
公餘試新篘(공여시신추) : 공무 없는 여가에 새 술을 걸러내네.
劬勞幸已過(구로행이과) : 힘든 일은 다행히 이미 지나갔지만
朽鈍不任鎪(후둔불임수) : 늙고 둔한 이 몸은 아무 공도 못 세웠네.
秋風欲吹帽(추풍욕취모) : 가을바람이 모자에 불어오려 할 때라
西阜可縱游(서부가종유) : 서쪽 언덕에서 마음껏 놀아도 좋으리니
聊爲一日樂(료위일일락) : 아쉬운 대로 하루를 즐겁게 지내며
慰此百日愁(위차백일수) : 백 일에 걸친 이 근심을 달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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