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 소식(蘇軾)
동생 子由(소철)의 <민지회구>에 화답하다
人生到處知何似,應似飛鴻踏雪泥。泥上偶然留指爪,鴻飛那復計東西。
老僧已死成新塔,壞壁無由見舊題。往日崎嶇還記否,路長人困蹇驢嘶。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 정처 없는 우리네 인생 무엇과 같을까?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 기러기가 눈밭 위를 밟고 가는 것 같으리.
泥上偶然留指爪(이토우연유지과) : 진흙 위에 어쩌다가 발자국을 남기지만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 기러기 날아간 뒤엔 행방을 어찌 알리?
老僧已死成新塔(노증이사성신탑) : 늙은 중은 이미 죽어 사리탑이 새로 서고
壞壁無由見舊題(양벽무유견구제) : 낡은 벽은 허물어져 글씨가 간데없었네.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 힘들었던 지난날을 아직 기억하는지?
路長人困蹇驢嘶(로장인곤건려시) : 먼 길에 사람들 지치고 나귀도 절뚝대며 울었지
* 子由 : 동생 소철의 字
* 澠 : 고을 이름 민, 고을 이름 면, 강 이름 승
1. 고을 이름 2. 강(江) 이름 3. 못 이름 4. 산동성에 있는 강 5. 하남성에 있는 현
* 到는 이르다, 處는 場所이다. 到處는 여기저기에 돌아다님을 가리킨다.
* 嘶(시) : 울 시
* 何似는 疑問詞 何가 앞으로 倒置된 形態로 ‘무엇을 닮았는가’에 該當한다.
* 應은 肯定的인 推測을 나타내어 大槪 또는 아마도의 뜻으로도 쓰인다.
* 雪泥(설니) : 눈이 내려 질퍽해진 진흙 雪泥鴻爪는 눈 내린 진창의 기러기 발자국으로 일이 지난 뒤의 痕迹을 比喩한다. 줄여서 雪泥라고도 한다.
* 那復(나부) : 어찌 더 이상
* 老僧已死成新塔 : 가우 원년(1056) 개봉으로 갈 때 봉한화상의 절에 묵었었는데
지금은 그가 입적하여 그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만 새로이 서 있음을 뜻한다.
* 舊題(구제) : 예전에 쓴 시
* 路長人困蹇驢嘶 : 소식 자신의 주석에 의하면 면지의 서쪽에 있는 二陵에 이르러
그들을 태우고 가던 말이 죽어버려 거시서 면지까지 나귀를 타고 갔다고 한다.
* 蹇(절뚝발이 건) 嘶(울 시)
* 소식은 개봉부시(開封府試)에 참여하기 위하여 동생 소철과 함께 아버지 소순을 따라 개봉으로 가던 가우 원년(1056) 민지(澠池)(지금의 하남성 면지)에 있는 어느 절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 가우 6년 겨울에 소식은 봉상부첨판(鳳翔府簽判)으로 부임하기 위하여 면지를 거쳐 섬서성 봉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때 동생 소철이 <면지의 일을 생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澠池懷寄子瞻兄>라는
시를 부쳐 보냈는데 이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이다.
* 소식(蘇軾 1036~1101)은 자가 자첨이고 호가 동파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寺院에서, 예전에 맞이해 주었던 스님은 죽어 塔으로 남고
壁에 남겼던 글씨는 지워져 사라진 것을 보고 지었다. 當時에 26세였으니 天才 詩人은 人生의 無常함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성어는 이 시에서 비롯되었다.
* 설니홍조(雪泥鴻爪) : 눈 위의 기러기 발자취가 눈이 녹으면 없어지듯이, 인생의 자취가 사라져 무상함을 비유하는 말.
북송 사천성 미산 사람으로 아버지 소순, 아우 소철과 함께 3 부자가 모두 당송팔대가에 올라 삼소(三蘇)라는 유명한 문장가의 집안을 이루었으며, 그중에서도 소동파는 시와 사, 산문에 있어서 북송을 대표하는 문장가였고 사후 시호를 문충이라 하였으며, 수많은 후진을 양성하였고 적벽부를 비롯한 많은 저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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