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題長安主人壁(제장안주인벽) : 맹호연(孟浩然)
장안 주인의 벽에 쓰다.
久廢南山田(구폐남산전) : 남산에 있는 밭 오랫동안 버려두고서
叨陪東閣賢(도배동각현) : 현자를 모신답시고 따라다녔네
欲隨平子去(욕수평자거) : 귀전부(歸田賦) 쓴 장형을 따르고픈데
猶未獻甘泉(유미헌감천) : 양웅의 감천부(甘泉賦) 같은 글 쓰지 못했네
枕籍琴書滿(침적금서만) : 책과 거문고 어지러이 널린 곳에서
褰帷遠岫連(건유원수련) : 장막을 걷으니 먼 산에 굴이 보이네
我來如昨日(아래여작일) : 이곳에 온 것이 어제 같은데
庭樹忽鳴蟬(정수홀명선) : 뜰에 있는 나무에선 매미들이 울고
促織驚寒女(촉직경한녀) :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놀란 여인은
秋風感長年(추풍감장년) : 가을바람에 지나가는 해를 생각하네
授衣當九月(수의당구월) : 겨울옷 준비하는 9월인데도
無褐竟誰憐(무갈경수련) : 옷도 없이 누굴 가련하다 할 것인가?
* 南山 : 맹호연의 고향 양양(襄陽)에 있는 산 이름이다. 현산(峴山)을 이루는 봉우리를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
* 叨陪(도배) : 뒤쫓다. 모시다 등의 뜻
* 東閣 : 손님을 불러 응대하는 곳을 가리킨다.
* 平子 : 동한(東漢) 때 「귀전부(歸田賦)」를 지은 장형(張衡)의 자(字)
* 甘泉 : 서한(西漢) 때 양웅(揚雄)이 쓴 「감천부(甘泉賦)」를 가리킨다.
* 枕籍(침적) : 물건이 어지럽게 섞여 널려 있는 것을 가리킨다.
* 褰(건) : 걷다. 벗기다. ‘帷유’는 ‘幔(만, 장막)’과 같다.
* 岫(수) : 암혈(巖穴), 즉 산속에 있는 굴을 가리킨다.
* 促織(촉직) : 귀뚜라미의 별칭.
* 長年 : 일년이 다 되어 가다. 나이가 들다.
* 授衣(수의) : 겨울옷을 준비하다. 고대에는 음력 9월이 되면 겨울옷을 준비했으므로 9월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개원(開元) 17년(729) 가을에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해전에 장안으로 온 맹호연은 이해 봄에 치른 과거에서 낙방하고도 차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쓰임을 찾아 시를 지어 바치며 장안에 머물러있었다. 8세기 판 취업준비생이라고 할까, 아니면 청운의 뜻을 품은 고시생이라고 할까.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큰 뜻을 품고 장안으로 왔을 것이고 글로 이룬 명성에 대한 자긍심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룬 것 없이 흘러가는 한해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 마흔을 넘길 때까지 소싯적 품은 꿈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이 그때로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대에 비쳐 본다면 결코 지혜롭다할 수 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맹호연은 이 해로부터 불과 10년을 조금 더 살았을 뿐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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