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歲暮歸南山(세모귀남산) : 맹호연(孟浩然)
한 해가 다 가는 때 남산으로 돌아가다.
北闕休上書(북궐휴상서) : 조정에 글 올릴 일 그만두고
南山歸敝廬(남산귀폐려) : 남산의 낡은 오두막으로 돌아왔소.
不才明主棄(부재명주기) : 재주 없어 주군에게 버림받고
多病故人疏(다병고인소) : 병 많은 몸이라 친구도 멀리하네.
白髪催年老(백발최년로) : 흰 머리는 나이를 재촉하고
靑陽逼歲除(청양핍세제) : 다가오는 봄은 제야를 핍박하네.
永懷愁不寐(영회수불매) : 끝없는 시름으로 잠 못 이루는데
松月夜窗墟(송월야창허) : 창밖 소나무 사이에 달이 떴구나.
歲除(세제) : 섣달그믐날 밤, 제야.
* 歲暮歸南山 : 詩題를 ‘歸故園作’이라 하기도 한다. ‘暮’가 晩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南山은 맹호연의 고향인 襄陽의 峴山을 가리킨다.
* 北闕休上書 : ‘北闕’은 북쪽에 자리한 宮殿으로 여기서는 朝廷을 가리킨다. 《漢書》 卷1下 〈高 帝紀〉 1下에 “소하가 미앙궁을 지었다. [蕭何治未央宮]”라고 하였는데, 顔師古의 注에 “미앙정 이 남쪽으로 향하였으나 글을 올리고 일을 아뢰며 謁見하는 무리들은 모두 北闕로 나아갔다. [未央殿雖南嚮 而上書奏事謁見之徒 皆詣北闕]”라고 하였다. ‘上書’는 황제에게 글을 올려 자신의 政見을 아뢰고 任用되기를 요구하는 일을 말한다.
* 弊廬 : 오래되어 낡은 집으로 여기서는 자신의 집에 대한 겸손한 표현이다.
* 明主 : 현명한 임금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唐 玄宗을 가리킨다.
* 靑陽 : 봄을 말한다. 《爾雅注疏》 卷6 〈釋天〉에 “봄은 靑陽이다. [春爲靑陽]”라고 하였다. 邢昺의 註에 “봄기운이 온화해지면 푸른빛이 돌고 따뜻해짐을 말한 것이다.[言春之氣和 則靑而溫陽 也]”라고 하였다.
* 窗虛 : ‘窗’이 ‘堂’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맹호연(孟浩然)과 당 현종의 맞닥뜨림
맹호연이 한림원에 들어가 왕유를 방문했을 때 마침 현종의 어가가 이르러 정신없이 숨었다. 하지만 왕유는 감히 숨기지 못하고 상주하여 이를 알렸다. 현종은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오래전부터 들었다.”라고 하고 불러내 공부한 것을 진언하게 했다.
맹호연이 “북궐(北闕)에 글 올리는 것을 멈추고, 남산의 해진 집으로 돌아간다. 재능이 없어 현명한 군주께서 버리시고, 병이 많아 친구도 소원하다. [北闕休上書,南山歸敝廬. 不才明主棄,多病故人疏.]”라고 하니,
현종은 “나는 일찍이 경을 버린 적이 없고, 경이 스스로 벼슬을 구하지 않은 것인데 어찌 이토록 오류가 심하단 말인가.”라고 하고 양양으로 쫓아내라고 명하였다. 세상에는 이렇게 전해오고 있고 『당척언(唐摭言)』 등의 책에서도 더욱 상세하게 이를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맹호연이 포의(布衣: 평민)로서 궁궐에 함부로 들어갔고 행재소(行在所)를 침범했는데도 쫓아내는 데 그쳤으니 현종의 관대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또한 극진했던 것이다. 어찌 ‘기(棄)’자 때문에 죄를 논했겠는가.
[맹호연입한원방왕유(孟浩然入翰苑訪王維), 적명황가지(適明皇駕至), 호연창황복닉(浩然倉黃伏匿), 유불감은이주지(維不敢隱而奏知). 명황왈(明皇曰): “오문차인구의(吾聞此人久矣).” 소사진사업(召使進使業), 호연송(浩然誦): “북궐휴상서(北闕休上書), 남산귀폐려(南山歸敝廬). 부재명주기(不才明主棄), 다병고인소(多病故人疏).” 명황왈(明皇曰): “아미상기경(我未嘗棄卿), 경자불구사(卿自不求仕), 하무지심야(何誣之甚也).” 인명방귀양양(因命放歸襄陽). 세전여차(世傳如此), 이『척언』제서재지우상(而『摭言』諸書載之尤詳). 차호연포의(且浩然布衣), 난입궁금(闌入宮禁), 우범행재소(又犯行在所), 이지어방귀(而止於放歸), 명황관가지역지의(明皇寬假之亦至矣), 오재이일기자이의죄호(烏在以一棄字而議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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