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남경희로(覽鏡喜老) - 백거이(白居易)
거울을 보며 나이든 것을 즐거워하다
今朝覽明鏡(금조남명경) : 오늘아침 잘 닦아둔 거울을 보니
鬚鬢盡成絲(수빈진성사) : 머리와 살쩍이 모두 하얘졌네.
行年六十四(행년육십사) : 올해로 예순에 네 살이나 더 먹었는데
安得不衰羸(안득불쇠리) : 어떻게 늙지 않고 팔팔할 수 있겠는가
親屬惜我老(친속석아로) : 식구들은 나 늙는 걸 아쉬워하며
相顧興歎咨(상고흥탄자) : 서로들 돌아보고 한숨이나 내쉬지만
而我獨微笑(이아독미소) : 나 혼자 알 듯 말 듯 웃음 짓는 걸
此意何人知(차의하인지) : 그런 뜻 짐작조차 하는 이 없네.
笑罷仍命酒(소파잉명주) : 웃음을 그치고 술상 내오라 한 뒤
掩鏡捋白髭(엄경날백자) : 거울을 닫아놓고 수염을 쓰다듬네.
爾輩且安坐(이배차안좌) : 너희들 이리 와 편히 앉아서
從容聽我詞(종용청아사) : 조용히 내가 하는 말 들어보려무나.
生苦不足戀(생고부족련) : 사는 게 힘들어 연연할 것 없으면
老亦何足悲(노역하족비) : 늙는 것 역시도 슬퍼할 일 없고
生苦苟可戀(생고구가련) : 사는 게 힘들어도 연연할 만하다면
老即生多時(노즉생다시) : 늙은 것은 오래오래 살았다는 것이네.
不老即須夭(불로즉수요) : 늙지 않았다면 마땅히 요절한 것일 테고
不夭即須衰(불요즉수쇠) : 요절하지 않으면 마땅히 약해지는 것이니
晩衰勝早夭(만쇠승조요) : 요절보다 살아서 늙는 게 낫다는 것은
此理決不疑(차리결불의) : 조금도 의심할 이치 아니네.
古人亦有言(고인역유언) : 옛 사람도 그것에 대해 한 말 있는데
浮生七十稀(부생칠십희) : 덧없는 인생 일흔 살 먹기 드물다 했네.
我今欠六歲(아금결육세) : 내가 올해로 여섯 살이 모자라는데
多幸或庶幾(다행혹서기) : 채우거나 비슷하게는 살 수 있겠네.
倘得及此限(당득급차한) : 만약에 그렇게라도 될 수 있다면
何羨榮啟期(하선영계기) : 아흔 넘긴 영계기 부러울 게 무엇인가
當喜不當歎(당희부당탄) : 기쁠 수는 있어도 탄식할 일 아니니
更傾酒一卮(갱경주일치) : 또 한 잔 이 술잔에 가득 부어 보거라.
* 鬚鬢(수빈) : 수염과 살쩍
* 行年(행년) : 지금 나이. 세월.
* 衰羸(쇠리) : 늙고 허약해지다.
* 歎咨(탄자) : 탄식하다.
* 命酒(명주) : 아랫사람을 시켜 술자리를 펴게 하다.
* 捋(날) : 쓰다듬다. 어루만지다. 비벼 꼬다.
* 從容(종용) : 침착하고 덤비지 않다. 조용히.
* 浮生(부생) : 덧없는 인생. 《장자莊子·각의刻意》에서 ‘其生若浮, 其死若休(살아있을 때는 물에 뜬 부평초 같고 / 죽었을 때는 피로하여 쉬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부평초와 같다고 해서 인생을 ‘浮生’이라고 한 것이다.
* 庶幾(서기) : 큰 차 없다. 비슷하다.
* 榮啟期(영계기) : 인명. 춘추시대 때의 은자(隱者). 전하는 이야기로는 그가 사슴 가죽을 몸에 걸치고 새끼줄 띠를 매고 태산(泰山) 모퉁이에서 거문고를 타며 즐기고 있었다.
마침 수레를 타고 지나가던 공자가 그런 그를 보고 물었다. "선생께서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우시오?"
이에 노인이 대답했다. "즐겁고말고! 우선 하늘이 낳은 만물 중 가장 위대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즐겁고, 둘째로는 사람 중에서도 높은 자리에 설 남자로 태어났으니 즐겁고, 셋째로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어려서 죽는 수가 있는데 나는 이렇듯 나이 구십 살까지 살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가난은 선비의 상태(常態)이고 죽음은 인생의 종착이다. 상(常)에 처하여 종착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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