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호가행(浩歌行) - 백거이(白居易)
큰소리로 노래하다
天長地久無終畢(천장지구무종필) : 높은 하늘 넓은 땅은 그 끝이 없고
昨夜今朝又明日(작야금조우명일) : 어제와 오늘 이어 또 내일이 있는데
鬢髮蒼浪牙齒疏(빈발창랑아치소) : 귀밑머리 희어지고 이빨까지 빠져서
不覺身年四十七(불각신년사십칠) : 새삼스레 헤어 보니 마흔일곱 되었네.
前去五十有幾年(전거오십유기년) : 남은 세월 길어 봤자 오십하고 몇 년
把鏡照面心茫然(파경조면심망연) : 거울 들고 보는 마음 아득해 지네.
既無長繩繫白日(기무장승계백일) : 세월을 묶어 둘 긴 밧줄이 없고
又無大藥駐朱顔(우무대약주주안) : 젊은 날 붙잡아 둘 금단약도 없는데
朱顔日漸不如故(주안일점불여고) : 나날이 기운 줄어 옛날 같지 않고
靑史功名在何處(청사공명재하처) : 역사에 남길 공과 이름도 없네.
欲留年少待富貴(욕유년소대부귀) : 젊음과 부귀 모두 함께 하고 싶었지만
富貴不來年少去(부귀불래연소거) : 부귀는 오지 않고 젊음은 가버렸네.
去復去兮如長河(거부거혜여장하) : 가고 또 가는 것은 긴 강물과 같아서
東流赴海無回波(동류부해무회파) :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면 돌아오지 않네.
賢愚貴賤同歸盡(현우귀천동귀진) :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두 죽어서
北邙冢墓高嵯峨(북망총묘고차아) : 북망산에 무덤들 높이도 솟아있네.
古來如此非獨我(고래여차비독아) : 그런 일 내게 만 오는 것도 아니라
未死有酒且高歌(미사유주차고가) : 살아있고 술 있을 때 큰 소리로 노래하네.
顔回短命伯夷餓(안회단명백이아) : 단명했던 안회나 굶어 죽은 백이에 비하면
我今所得亦已多(아금소득역이다) : 내가 갖고 누린 것은 오히려 많네.
功名富貴須待命(공명부귀수대명) : 부귀와 공명이 운명을 따르는 것이라 한들
命若不來知奈何(명약불래지내하) : 그 운명 내게 올 걸 어찌 알 수 있겠는가?
* 天長地久(천장지구) :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노자老子》에서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하늘과 땅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그렇게 오래고 길게 갈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갈 수 있는 것이다)’이라 했고, 백거이白居易은 「장한가長恨歌」에서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높은 하늘 넓은 땅도 다할 때가 있건만 /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날이 없으리)’라고 읊었다.
* 鬢髮蒼浪(빈발창랑) :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다. 백거이白居易는 「冬至夜」라는 시에서 ‘老去襟懷常濩落, 病來鬢髮轉蒼浪(늙어가며 포부는 이루지 못하고 / 병들어 귀밑머리 희끗희끗해졌네)’이라고 읊었다.
* 白日(백일) : 세월. 시간.
* 大藥(대약) : 도가(道家)의 단약(丹藥)
* 靑史功名(청사공명) : 역사에 이름을 남기다. 고대에는 죽간(竹簡)에 역사를 기록하였으므로, 후에 사람들이 사적(史籍)을 이렇게 불렀다.
* 北邙(북망) : 산 이름. 낙양 북쪽에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동한(東漢)과 위진(魏晉) 시대에 왕후공경들의 묘지가 많이 들어선 곳이다.
* 歸盡(귀진) : 죽는 것을 가리킨다.
* 嵯峨(차아) : 산세가 높고 험하다. 우뚝 솟은 모양.
* 顔回(안회) : 공자의 제자. 학문을 좋아하고 덕행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단명하여 공자보다 일찍 세상을 떴다. 공자는 《논어.자한편論語·子罕篇
》에서 제자 안회에 대해 ‘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아깝도다! 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만 보았지, 머무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니라)’라고 하며 그가 일찍 세상을 뜬 것을 애석해했다.
* 伯夷(백이) : 고죽국(孤竹國)의 왕자로 왕위를 물려받지 않겠다고 스스로 물러났고,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멸하고 새 나라를 세우자 신하가 천자를 멸했다 하여 주나라에서 나는 것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수양산으로 들어가 산나물을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사람들이 그의 아우 숙제(叔齊)와 함께 청절지사(淸節之士)의 모범으로 삼았다.
* 待命(대명) : 기회와 인연, 또는 운명을 기다리다. 명령을 기다리다. 명령을 따르다.
* 奈何(내하) : 어찌하나. 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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