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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樂天 白居易 詩

추만(秋晩)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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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만(秋晩) - 백거이(白居易)

           늦가을

 

 

籬菊花稀砌桐落(이국화희체동락) : 국화꽃 드문드문 섬돌 위엔 오동잎

樹陰離離日色薄(수음이리일색박) : 나무 그늘 짙은 뒤로 스러지는 가을햇빛.

單幕疏簾貧寂寞(단막소렴빈적막) : 성근 발 가난한 집 쓸쓸하고 고요한데

凉風冷露秋蕭索(양풍냉로추소삭) : 찬 바람찬 이슬로 가을날이 처량하네.

光陰流轉忽已晩(광음유전홀이만) : 흐르는 세월 속에 늙은 날을 맞고 보니

顔色凋殘不如昨(안색조잔불여작) : 시들은 낯빛이 젊은 날과 같지 않고

萊妻臥病月明時(내처와병월명시) : 병을 얻은 착한 아내 달빛이 고운 밤에

不搗寒衣空搗藥(부도한의공도약) : 겨울옷을 놔두고 아픈데 먹을 약을 찧네.

 

 

* 籬菊(이국) : 울타리 밑에 피어 있는 국화를 가리킨다.

* 離離(이리) : 무성하고 많은 모양. 농밀하다. 빽빽하다. 촘촘하다. 환하다. 선명하다. 질서정연한 모양.

* 疏簾(소렴) : 대나무로 짠 발이 듬성듬성한 것을 가리킨다.

* 凉風(양풍) : 서늘한 바람.

* 樹陰(수음) : 나무그늘. ‘樹蔭이라고도 한다.

* 蕭索(소색) : 고요하고 쓸쓸하다. 비바람이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

* 凋殘(조잔) :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다. 쇠락하다. 조락하다. 말라 떨어지다.

* 萊妻(내처) : 춘추시대 초()나라의 은자 노래자(老萊子)의 아내를 가리킨다. 지혜로운 부인(賢婦)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 寒衣(한의) : 추위를 막는 옷. 종이로 만든 수의(壽衣)를 가리키기도 한다.

* 搗藥(도약) : 약재를 빻다. 이백(李白)古朗月行이란 시에서 白兎搗藥成, 問言與誰餐(달에 사는 흰 토끼 약을 빻아서 /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물어보았네)’이라고 읊었다.

 

길어진 햇살이 산을 넘어 사라지고 나면 공기는 금세 온기를 잃어버린다. 차가워진 바람 속에 밤이 깊어갈 때,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한기를 느끼는 노인은 몸이 아픈 아내가 약을 찧는 절구 공이 소리를 들으며 하늘에 뜬 구름처럼 무심히 흘러가 버린 젊은 날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남은 것이 어찌 늙은 몸과 병 뿐 만이겠는가. 지나간 봄과 여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뿐 만 아니라 짧게 남은 가을과 길게 남은 겨울 또한 인고의 세월만은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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