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방언오수(放言五首) - 백거이(白居易)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一
朝真暮偽何人辨(조진모위하인변) : 조석으로 진위 바뀜 누가 분별 하랴
古往今來底事無(고왕금래저사무) : 예부터 지금까지 그친 일이 없나니
但愛臧生能詐聖(단애장생능사성) : 성인 사칭 장생의 능함만 좋아하고
可知甯子解佯愚(가지영자해양우) : 우매한 척 영자의 통달은 모른다네.
草螢有耀終非火(초형유요종비화) : 풀잎에 반딧불이 결국 불이 아니고
荷露雖團豈是珠(하로수단기시주) : 연잎 이슬 둥글어도 어찌 진주이랴
不取燔柴兼照乘(불취번시겸조승) : 섶도 못 사르고 수레도 못 비추나니
可憐光彩亦何殊(가련광채역하수) : 가련하다 그 광채 무엇이 특별한가.
其二
世途倚伏都無定(세도의복도무정) : 세상사 의복 변화 정해진 것이 없고
塵網牽纏卒未休(진망견전졸미휴) : 속세 그물에 얽혀 끝내 쉬지 못하네.
禍福回還車轉轂(화복회환차전곡) : 화복 돌고 돎은 수레바퀴 돎과 같고
榮枯反復手藏鉤(영고반복수장구) : 번영쇠퇴 반복됨은 손장난과 같다네.
龜靈未免刳腸患(구령미면고장환) : 신령한 거북도 속 긁혀냄 못 면하니
馬失應無折足憂(마실응무절족우) : 말 잃으면 다리 부러질 일도 없다네.
不信君看弈棋者(불신군간혁기자) : 믿지 못하겠거든 장기바둑판을 보게
輸贏須待局終頭(수영수대국종두) : 승패는 판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네.
其三
贈君一法決狐疑(증군일법결호의) : 그대에게 의심 잘라낼 방법을 주리니
不用鑽龜與祝蓍(불용찬구여축시) : 거북점과 시초점은 볼 필요도 없다네.
試玉要燒三日滿(시옥요소삼일만) : 옥돌 시험하려면 온 삼일 달궈야하고
辨材須待七年期(변재수대칠년기) : 재목을 가리려면 7년은 기다려야 하네.
周公恐懼流言後(주공공구류언후) : 유언비어 떠돌 땐 주공도 두려워했고
王莽謙恭未篡時(왕망겸공미찬시) : 왕위 찬탈 전에는 왕망도 겸손했다네.
向使當初身便死(향사당초신편사) : 만약 그 일 있기 전 그들이 죽었다면
一生真偽復誰知(일생진위복수지) : 그들의 일생 진위 어느 누가 알았겠나.
其四
誰家第宅成還破(수가제댁성환파) : 어느 가문이 저택을 지었다 부수고
何處親賓哭復歌(하처친빈곡복가) : 어느 곳의 친빈이 곡하다 노래하랴
昨日屋頭堪炙手(작일옥두감자수) : 이제는 권세가 손 델 듯이 뜨겁더니
今朝門外好張羅(금조문외호장라) : 오늘은 대문밖에 그물치기 좋아라.
北邙未省留閑地(북망미성류한지) : 북망산에 노는 땅 아직 보지 못했고
東海何曾有定波(동해하증유정파) : 동해에 여태껏 일정한 파도 없었네.
莫笑賤貧誇富貴(막소천빈과부귀) : 친빈을 웃지 말고 부귀 자랑 마시라
共成枯骨兩如何(공성고골량여하) : 모두 해골 된 후 그 둘이 어떠한가?
其五
泰山不要欺毫末(태산부요기호말) : 태산은 털끝만큼도 속일 필요 없고
顔子無心羨老彭(안자무심선노팽) : 안자는 노팽을 부러워할 마음 전혀 없으리라.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 : 소나무는 천 년을 살아도 끝내는 썩어버리고
槿花一日自爲榮(근화일일자위영) : 무궁화는 하루를 피어도 스스로 영화를 누린다.
何須戀世常憂死(하수련세상우사) : 어찌 현세에 연연하여 항상 죽음을 근심하나
亦莫嫌身漫厭生(역막혐신만염생) : 또한 육신을 혐오하여 삶을 함부로 싫어 말라.
生去死來都是幻(생거사내도시환) : 살고 죽고 가고 오는 일 모두가 환상인 것을
幻人哀樂繫何情(환인애낙계하정) : 환상에 사는 인간의 애락이 어떤 마음에 매였나.
* 放言(방언) : 방어(放語).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내놓는 말
* 泰山(태산) : 중국 산동성에 있는 명산. 오악의 하나로 높고 큰 산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 毫末(호말) : 털 끝. 털끝만한 작은 일.
* 顔子(안자) : 안회(顔回, 기원전 521년? ~ 기원전 491년?)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이다. 자는 자연(子淵)이다. 학덕이 높고 재질이 뛰어나 공자의 가장 촉망받는 제자였다. 그러나 31세에 공자보다 먼저 죽었다.
* 羨(선) : 부러워하다.
* 老彭(노팽) : 팽조(彭祖). 본명은 전갱(籛鏗)으로 요(堯)임금 때 팽성(彭城)에 봉해진 뒤 夏‧殷‧周 三代에 걸쳐 8백 년을 살았다는 전설상의 인물
* 槿花一日榮(근화일일영) :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때 시드는 무궁화에 비유해서 사람의 영화(榮華)가 덧없음을 말한다. 槿花一朝夢(근화일조몽).
* 自為榮(자위영) : 하루의 영화로 만족한다는 뜻.
* 亦莫(역막) : 그렇다고 ~ 하지말라.
* 漫厭(만염) : 함부로 싫어하다.
* 都是(도시) : 모두. 전혀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 백거이(白居易)의 방언(方言)오수로 5수 중 제5수이다. 사람의 영화는 무궁화꽃과 같이 하루 동안 피었다 지는 것이며, 인생은 모두가 환상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므로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다. 무궁화꽃은 겨우 하루뿐인 덧없는 수명이지만 그것도 그런 대로 하나의 영화인 것이다. 백락천(白樂天)은 44세 때 조정의 미움을 사서 강주(江州)의 사마(司馬:군사 담당의 벼슬)로 가는 도중, 원진(元稹:자는 微之)이 《방언(放言)》이란 시를 보내준 데 대해 같은 제목으로 답해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원진은 백낙천과는 함께 과거에 올랐던 둘도 없는 친구로, 그가 강릉(江陵:후베이성 강릉군)으로 좌천되어 슬픔에 싸여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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