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산중독음(山中獨吟) - 백거이(白居易)
산중에서 홀로 읊다
人各有一癖(인각유일벽) : 사람은 고유한 병적 버릇 하나 있는데
我癖在章句(아벽재장구) : 나의 병적 버릇은 글 쓰는 것에 있다네.
萬緣皆已消(만연개이소) : 온갖 인연이 다 이미 사라졌지만
此病獨未去(차병독미거) : 이 병폐만 오직 아직 떠나지 않았도다.
每逢美風景(매봉미풍경) : 좋은 풍경을 만날 때마다
或對好親故(혹대호친고) : 혹 친한 친구라도 만나는 듯하다네.
高聲詠一篇(고성영일편) : 소리 높여 한 편을 읊고 나면
怳若與神遇(황야여신우) : 마치 신을 만난 듯이 멍해진다네.
自爲江上客(자위강상객) : 스스로 강호의 나그네 되어서
半在山中住(반재산중주) : 절반을 산 속에 머물러 산다네.
有時新詩成(유시신시성) : 때때로 새로 시가 지어지면
獨上東巖路(독상동암노) : 홀로 동쪽 바윗길로 올라간다네.
身倚白石崖(신의백석애) : 흰 바위 언덕에 몸을 기대고
手攀靑桂樹(수반청계수) : 손으로 푸른 계수나무 잡고 오른다네.
狂吟驚林壑(광음경림학) : 미친 듯이 읊으면 산골짜기 놀래고
猿鳥皆窺覰(원조개규처) : 원숭이와 새들도 모두 가만히 엿본다네.
恐爲世所嗤(공위세소치) :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 될까 두려워
故就無人處(고취무인처) : 그래서 사람 없는 곳으로 올라온 것이라네.
* 章句(장구) : 글의 장(章)과 구(句)
* 江上客(강상객) : 강가의 나그네.
* 林壑(임학) : 숲의 깊숙하고 으슥한 곳.
* 窺覰(규저) : =窺視. 몰래 엿봄.
* 嗤(치) : 비웃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원화(元和) 13년(818) 백거이의 47세 때 강주(江州)에서 지은 시이다. 백거이는 원화(元和) 10년(815년)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암살된 사건의 배후를 캐라는 상소를 올렸다가 월권행위라 하여 강주(江州)의 사마(司馬)로 좌천당했다. 다작시인으로 시를 짓고자 하는 욕망과 세상을 등지며 홀로 산에 올라 시를 읊는 고독감을 표출한 시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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