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견우(遣遇) - 두보(杜甫)
이만 하길 다행이다
磬折辭主人(경절사주인) : 허리 굽혀 주인에게 하직을 고하고
開帆駕洪濤(개범가홍도) : 배에 올라 크나큰 파도 위로 나아가네.
春水滿南國(춘수만남국) : 남쪽이라 봄 되어 물이 늘어 가득하고
朱崖雲日高(주애운일고) : 붉은 절벽 구름위로 붉은 해가 높이 떴네.
舟子廢寢食(주자폐침식) : 사공은 잠도 밥도 모두 미루고
飄風爭所操(표풍쟁소조) : 거센 바람 맞서서 배를 다루네.
我行匪利涉(아행비리섭) : 내 가는 길 큰 이로움 있는 길은 아니지만
謝爾從者勞(사이종자로) : 사공의 노고가 어찌 아니고 미우랴
石間采蕨女(석간채궐녀) : 바위 사이 고사리 따는 여인은
鬻菜輸官曹(죽채수관조) : 죽 끓일 나물마저 관리에게 빼앗기고
丈夫死百役(장부사백역) : 서방은 일만하다 세상마저 하직하니
暮返空村號(모반공촌호) : 해질녘에 마을로 와 목을 놓아 우는구나.
聞見事略同(문견사략동) : 들은 것과 보는 것이 다르지가 않아서
刻剝及錐刀(각박급추도) : 뜯어가고 빼앗아가며 남기는 것 없으니
貴人豈不仁(귀인기불인) : 귀인에게 어찌 하여 어진구석 없는지
視汝如莠蒿(시여여유호) : 너를 보면 지푸라기와 다를 것이 없구나.
索錢多門戶(색전다문호) : 온갖 데를 다 뒤져서 돈을 찾아가 버리니
喪亂紛嗷嗷(상란분오오) :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 울음소리 가득하다.
柰何黠吏徒(내하힐리도) : 탐욕스럽고 간사한 관리들을 어찌할까?
漁奪成逋逃(어탈성포도) : 백성들을 괴롭혀도 망치게 해버렸으니
自喜遂生理(자희수생리) : 다행이로다. 삶의 이치 따를 줄 알고
花時甘縕袍(화시감온포) : 꽃 필 때 겨울옷이라도 입을 수 가있어서
대종(代宗) 대력(大曆) 4년(769), 두보가 악양(岳陽)을 거쳐 장사(長沙)로 가는 도중에 지었다고 한다.
* 遣遇(견우)는 원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좋지 않은 마음을 풀어 버리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고 하지만 길을 가다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면서 생긴 분한 마음이 그런 식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쯤 두보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 磬(경) : 옥(玉) 또는 돌로 만든 악기. ‘磬折(경절)’은 ‘磬’의 생김새처럼 두 손을 잡고 허리를 굽혀 절하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공경의 의미로 쓰인다.
* 開帆(개범) : 돛을 펼치다. 출항하다. 이백(李白)은「下尋陽城泛彭蠡寄黃判官」이란 시에서 ‘開帆入天境, 直向彭湖東(거울 같은 강물 위에 배를 띄우고 / 팽려호 동쪽 향해 곧바로 나아가네)’이라고 읊었다.
* 朱崖(주애) : 붉은 빛깔의 절벽(丹崖)을 가리킨다.
* 飄風爭所操(표풍쟁소조) : 사공이 풍랑과 싸우는 모습을 가리킨다.
* 利涉(이섭): 배를 타고 가는 길이 편안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역경易經∙수괘需卦》에서 ‘利涉大川(큰 내를 건너면 무한한 이로움이 있다)’고 했다.
* 謝(사) : 부끄러움 또는 미안함을 뜻한다. ‘從子’는 뱃사공을 가리킨다.
* 采蕨(채궐): 고사리를 따다.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장구령(張九齡)은 「在郡秋懷」란 시에서 ‘挂冠東都門, 采蕨南山岑(갓을 벗어 성의 문에 걸어두고 / 남산의 언덕에서 고사리 따네)’이라고 읊었다.
* 鬻菜(죽채) : ‘菜’를 ‘市’로 쓴 자료도 있다.
* 輸(수) : 세금 내는 것을 가리킨다.
* 官曹(관조) : 관리들이 공무를 처리하는 곳, 바로 관부(官府= 관아官衙)를 뜻한다. 일을 내용에 따라 나눠서 처리하는 기관을 ‘曹’라고 불렀다.
* 死百役(사백역) : 여러 가지 종류의 부역(賦役)으로 죽다.
* 號(호) : 울다(= 호곡號哭)(평성平聲).
* 聞見事略同(문견사약동) : 평소에 듣던 것과 길에서 본 것이 대충 서로 들어맞다.
* 刻剝(각박) : 뜯어 가고 빼앗아가다. 《후한서後漢書∙외효전隗囂傳》에서 ‘增重賦斂, 刻剝百姓(세금 거두기를 늘리고 더해서 백성들을 뜯어가고 빼앗아갔다).’이라고 했다.
* 錐刀(추도): 곳과 칼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관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주 작은 것 들 까지 모두 뜯어가는 것을 뜻한다. 조식(曹植)은 「求通親親表」에서 ‘臣伏自惟省, 無錐刀之用(신 엎드려 스스로 살펴보건대 / 아주 작은 쓸모도 없었습니다).’이라고 했다.
* 豈不仁(기불인) :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흉을 보는 일종의 반어적 풍자법이다.
* 莠蒿(유호) : 가치 없고 시시한 것을 가리킨다.
* 多門戶(다문호) : 각양각색. 형형색색. 천태만상. 고대에 군에서 사용하던 군진 중 오화진(五花陣)과 팔문진(八門陣)을 가리켰으나 나중에 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 喪亂(상란) : 사망과 재난. 나중에는 시국이 혼란스러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紛嗷嗷(분오오) : 사방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울부짖는 이들과 죽어나간 사람으로 인한 곡성으로 가득한 것을 가리킨다.
* 黠吏徒(힐리도) : 간사하고 교활한 하급 벼슬아치들을 가리킨다. ‘黠利’는 잇속에 밝고 간교한 것을 뜻한다.
* 漁奪(어탈) : 백성들의 재산을 침탈하는 것을 가리킨다.
* 成逋逃(성포도) : 백성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치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 花時(화시) : 늦봄인 음력 3월,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시기를 가리킨다.
* 縕袍(온포): 후난(湖南)의 늦봄은 이미 꽤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두보가 여전히 솜이 들어간 낡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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