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교릉시삼십운인정현내제관(橋陵詩三十韻因呈縣內諸官) - 두보(杜甫)
교릉시를 지어 봉선현(奉先縣)의 여러 관리에게 드리다
先帝昔晏駕(선제석안가) : 선제 예종께서 지난 날 붕어하시고
茲山朝百靈(자산조백령) : 이 산에서 온갖 신령들을 조회하셨습니다.
崇岡擁象設(숭강옹상설) : 높은 산은 왕릉을 껴안고
沃野開天庭(옥야개천정) : 기름진 들판은 천자의 제단을 열었습니다.
卽事壯重險(즉사장중험) : 일을 시작함에 거듭된 위험을 무릅쓰니
論功超五丁(논공초오정) : 공로를 따지면 전설적인 다섯 장사를 앞섰습니다.
坡陀因厚地(파타인후지) : 험난한 산세는 두터운 땅에서 나오고
卻略羅峻屛(각략나준병) : 뒤로 빽빽하게 험준한 절벽 병풍이 널어서 있다.
雲闕虛冉冉(운궐허염염) : 구름 속 궁궐은 공중에 아련히 높고
松風肅泠泠(송풍숙령령) : 불어오는 솔바람은 숙연히 차갑기만 하다.
石門霜露白(석문상노백) : 커다란 왕릉의 돌문에는 서리와 이슬이 희고
玉殿莓苔靑(옥전매태청) : 황제의 사당에는 이끼가 푸르다.
宮女晩知曙(궁녀만지서) : 궁녀는 일에 바빠 늦어서야 날 밝은 줄 알고
祠官朝見星(사관조견성) : 사당의 관리는 이른 아침부터 성운을 보는구나.
空梁簇畫戟(공량족화극) : 빈 들보에는 병사들의 그림 장식 창들이 보이고
陰井敲銅甁(음정고동병) : 어둑한 우물가에서는 구리 물병이 부딪혀 소리 난다.
中使日相繼(중사일상계) : 지금 황제가 보내는 내관들이 날마다 이어지니
惟王心不寧(유왕심부녕) : 오직 황제의 마음이 선왕 생각으로 편하지 못함이리라.
豈徒卹備享(개도술비향) : 어찌 한갓 갖추어진 제사만 걱정하시리오
尙謂求無形(상위구무형) : 오히려 형태 없는 선왕의 영혼을 찾으려 하심이리라.
孝理敦國政(효리돈국정) : 효도의 이치로 국정을 돈독히 하시고
神凝推道經(신응추도경) : 정신을 모아서 정성껏 도덕경을 추론한다.
瑞芝産廟柱(서지산묘주) : 상서로운 영지풀이 사당의 기둥에서 자라나고
好鳥鳴巖扃(호조명암경) : 좋은 새들이 바윗돌 빗장에서 우는구나.
高嶽前嵂崒(고악전률줄) : 높은 산은 눈앞에 높고 험하고
洪河左瀅濴(홍하좌형영) : 큰 강의 물결은 왼쪽으로 소용돌이치며 흘러간다.
金城蓄峻趾(금성축준지) : 금성에는 험준한 기반이 모여 있고
沙苑交廻汀(사원교회정) : 사원에는 돌아드는 물이 마주쳐 흐른다.
永與奧區固(영여오구고) : 영원하고 깊숙하여 그 구역이 견고하며
川原紛眇冥(천원분묘명) : 내와 들은 어지러이 멀고 아득하다.
居然赤縣立(거연적현립) : 우뚝하게 적현이 서 있고
臺榭爭岧嵉(대사쟁초정) : 누대와 정자들이 서로 우뚝함을 다투고 있다.
官屬果稱是(관속과칭시) : 관속들은 과연 이처럼 직책에 어울리고
聲華眞可聽(성화진가청) : 그 명성의 화려함은 진실로 사실로 들린다.
王劉美竹潤(왕류미죽윤) : 왕선생, 유선생은 절조가 대나무처럼 윤택하고
裴李春蘭馨(배리춘난형) : 배선생, 이선생은 명성은 봄 난초의 향기롭구나.
鄭氏才振古(정씨재진고) : 정씨는 재주가 예부터 드날렸고
啖侯筆不停(담후필부정) : 담씨 성의 관리는 붓을 멈추지 있는구나.
遣詞必中律(견사필중률) : 글을 펼치면 반드시 운율에 맞고
利物常發硎(리물상발형) : 사물분석에 날카로움은 항상 숫돌에 간 듯하다.
綺繡相展轉(기수상전전) : 문자는 비단을 펼친 듯 뒤집은 듯 곱고
琳琅愈靑熒(림랑유청형) : 마음씨는 푸른 옷 빛보다도 맑구나.
側聞魯恭化(측문노공화) : 노첨의 교화를 귀 기울여 듣고
秉德崔瑗銘(병덕최원명) : 최원의 좌우명을 덕망으로 간직한다.
太史候鳧影(태사후부영) : 태사 벼슬하는 관리는 오리의 그림자를 살피고
王喬隨鶴翎(왕교수학령) : 왕교처럼 학의 깃이 선망하여 신선의 세계를 따랐다.
朝儀限霄漢(조의한소한) : 조정의 의례가 하늘의 은하수처럼 멀리 막혀있어
客思廻林坰(객사회림경) : 나그네 처지의 나는 숲과 들판으로 돌아가련다.
撼軻辭下杜(감가사하두) : 때 못 만난 불우한 처지로 하두성을 하직하고
飄颻凌濁涇(표요능탁경) : 바람에 나부끼듯 유랑하며 탁수와 경수를 지나가리라.
諸生舊短褐(제생구단갈) : 유생의 지난날 짧은 삼베옷을 걸치고
旅泛一浮萍(려범일부평) : 떠도는 나그네 한 뿌리 부평초로다.
荒歲兒女瘦(황세아녀수) : 흉년으로 아이들은 수척해지고
暮途涕泗零(모도체사령) : 황혼처럼 늙어가는 나이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主人念老馬(주인념노마) : 주인은 늙은 말 같은 나를 생각해주고
廨署容秋螢(해서용추형) : 관공서에서는 가을 반딧불이 모습을 보인다.
流寓理豈愜(유우리개협) : 유랑하며 붙어사니 인간의 정리에 어찌 즐거울까?
窮愁醉不醒(궁수취부성) : 끝없는 수심에 취하여 깨어나지 못한다.
何當擺俗累(하당파속누) : 언제나 세속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浩蕩乘滄溟(호탕승창명) : 호탕하게 푸른 바다 너머 신선세계로 가는 배를 타려나.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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