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단오일사의(端午日賜衣) - 두보(杜甫)
단오일에 옷을 下賜받다
宮衣亦有名(궁의역유명) : 궁궐서 주는 옷에 내 이름도 있어
端午被恩榮(단오피은영) : 단오일에 임금님의 은혜 입었도다.
細葛含風軟(세갈함풍연) : 가는 베옷은 바람 머금은 듯 부드럽고
香羅疊雪輕(향라첩설경) : 향기로운 비단은 쌓인 눈처럼 가볍구나.
自天題處濕(자천제처습) : 황제의 하사 글은 아직 젖어있는데
當暑著來淸(당서저래청) : 더위를 당하여 옷을 입어보니 시원하다.
意內稱長短(의내칭장단) : 마음속으로 길이가 맞는다고 여겨서
終身荷聖情(종신하성정) : 종신토록 따뜻한 황제의 정을 간직하리다.
* 宮衣(궁의) : 궁인宮人이 지은 옷을 가리킨다. 중국 속담에 ‘未食五月粽, 寒衣不敢送(오월에 단오떡을 먹기 전까지 / 겨울옷을 농 안에 넣어주지 마라)’는 말이 있는데, 단오절에 쫑쯔라는 명절음식을 먹은 뒤에 찬바람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풍속을 가리킨다.
* 細葛(세갈) : 葛은 칡을 가리키고 細葛은 칡 속의 섬유성분을 가는 실로 만들어 짠 베를 가리키는데, 칡베로 만든 옷이 마치 바람처럼 부드럽다는 것을 뜻한다. 羅는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조직이 성글어 보이는 베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 題(제) : 옷의 깃 부분을 가리킨다.
* 濕(습) : 여기서는 축축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시원하고 상쾌한 것을 가리킨다.
숙종(肅宗) 지덕(至德) 2년(757) 5월, 좌습유(左拾遺)로 제수된 두보가 파면된 재상 방관(房琯)을 구제하는 내용으로 글을 올리자 숙종은 화를 내며 삼사(三司)를 시켜 두보를 심문케 했다.
* 방관은 안사의 난이 일어났을 때 현종을 성도까지 호위했던 재상으로 현종에게 여러 왕자들로 하여금 천하를 분산 통치토록 하는 안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즉위한 뒤 그것이 자신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계책이었던 것을 알게 된 숙종이 뇌물수수를 핑계 삼아 방관을 파면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두보가 방관을 구제하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으니 숙종의 눈에 그런 두보가 곱게 보였을 리 없었고, 숙종은 결국 이듬해 6월 두보를 화주사공참군(華州司功參軍)으로 좌천시킨 뒤 다시는 두보를 조정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지방으로 쫓겨난 뒤 끝내 부름을 받지 못한 두보가 벼슬을 그만둔 뒤 나머지 긴 세월을 좌절감과 실의 속에 살았던 것을 감안하면, 건원(乾元) 원년(758) 5월에 쓴, 두보의 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밝은 기색 역력한 이 시는 어찌 보면 두보의 생애 중 가장 빛나는 시기의 어느 봄날에 다가올 앞날을 가늠하지 못한 채 들뜬 마음으로 쓴 귀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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