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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詩聖 杜甫 詩

공낭(空囊)

by 산산바다 2020. 12. 13.

산과바다

쓴 맛 나는 덜 익은 잣을 밥처럼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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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낭(空囊) - 두보(杜甫)

                  빈 주머니

 

 

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 쓴 맛 나는 덜 익은 잣을 밥처럼 먹고

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 붉은 아침노을을 물처럼 마시면서

世人共滷莽(세인공로망) : 사람들이 대충대충 살고 있을 때

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 나는 힘들고 어려운 길 걸어 왔다네.

不爨井晨凍(불찬정신동) : 밥을 짓지 않으니 샘물이 얼어 있고

無衣床夜寒(무의상야한) : 침상에는 옷이 없어 밤중에도 춥지만

囊空恐羞澀(낭공공수삽) :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네

 

 

* 翠柏(취백) : 잣나무. 여기서는 아직 덜 익은 잣나무 열매란 뜻으로 새겨 읽었다.

* 晨霞(신하) : 아침노을(=조하朝霞). ‘로 쓴 자료도 있다.

* 滷莽(노망) : 눈앞의 안일만을 탐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행동이 단순하고 경솔한 것을 뜻하는 노무魯莽(이때 의 독음은 이다)’과 통한다.

* 吾道(오도) : 시인이 생각하는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가리킨다.

* () :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것을 가리킨다.

* 羞澁(수삽) : 부끄럽다. 난감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건원(乾元) 2(759). 벼슬을 그만두고 진주(秦州) 동곡(同谷)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전란이 평정되지 않은 가운데 두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

첫 두 구절에 나오는 잣나무 열매와 아침노을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당시 두보의 살림이 그만큼 어려웠던 것을 말하고 있고, 또 하나는 열선전列仙傳에서 말한 적송자는 잣나무 열매를 먹기 좋아했다(赤松子好食柏實)' 거나 사마상여(司馬相如)대인부(大人賦)에서 '북방의 밤기운을 호흡하고 아침노을을 마신다(呼吸沆瀣餐朝霞)'고 했던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신선 같은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을 말한 것이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러워질 것 같아(空囊恐羞澁)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다(留得一錢看)’고 한 마지막 두 구절에서는 끼니를 거르더라도 체면까지는 잃고 싶지 않았던 두보의 안타까운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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