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적곡(赤谷) - 두보(杜甫)
적곡에서
天寒霜雪繁(천한상설번) : 차가운 날 서리 내려 눈이 쌓이는데
遊子有所之(유자유소지) : 나그네는 오직 가고 또 가야 하나
豈但歲月暮(개단세월모) : 이해도 저물어 세모인데다
重來未存期(중래미존기) : 다시는 기약 못할 길이로구나
晨發赤谷亭(신발적곡정) : 새벽에 적곡정을 출발 하니
險艱方自玆(험간방자자) : 줄 곳 험하고 고생 길 뿐이로다.
亂石無改轍(난석무개철) : 울퉁불퉁 돌길에 수레 돌리지 못해
我車已載脂(아차이재지) : 나의 수레바퀴에 기름을 친다.
* 赤谷 : 진주의 서쪽에 있는 마을
* 遊子 : 나그네
* 有所之 : 떠도는 길밖에 없다
* 豈但 : 오직
* 晨發 : 새벽에 떠남
* 方自玆 : 이곳부터 시작됨
* 無改轍 : 다른 길을 잡을 도리가 없다
* 載脂 : 기름 친다.
山深苦多風(산심고다풍) : 깊은 산의 세찬 바람 고생스럽고
落日童稚飢(낙일동치기) : 해가 지니 어린자식 허기지노라.
悄然村墟廻(초연촌허회) : 아직도 마을 멀어 실망에 젖었으니
煙火何由追(연화하유추) : 인가의 불끼를 얻을 길 없네.
貧病轉零落(빈병전영낙) : 가난과 병고에 더욱 영락해지니
故鄕不可思(고향불가사) : 고향 찾을 생각도 못 하겠노라.
常恐死道路(상공사도로) : 이대로 길바닥에 죽어 쓰러져
永爲高人嗤(영인고인치) : 덕 높은 사람에게 웃음 살까 두렵네.
* 悄然 : 풀이 죽어 실망한 폼
* 村墟廻 : 마을이 멀다
* 煙火 : 인가의 따듯한 불끼
* 高人 : 덕이 높은 사람
* 嗤 : 웃음. 조소를 받다.
진주를 떠나 남행하던 두보는 뛰어난 기행시를 많이 남겼다. 뼈에 사무치도록 체험한 고난에서 우러나온 걸작이다. 촉땅과 낙양 사이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가난과 병고 그 처참함에 울며 이런 곳에서 죽으면 후세에 조소거리가 되지 않나 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말년에 길가에서 쓰러지면 뜻 있는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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