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진주잡시이십수(秦州雜詩二十首) - 두보(杜甫)
진주 잡시 이십수
其一
滿目悲生事(만목비생사) : 어디를 보나 서글픈 인생의 모습
因人作遠遊(인인작원유) : 남들을 따라 멀리 길을 떠나고자 한다.
遲廻度隴怯(지회도농겁) : 농주의 큰 재를 넘기가 두려워 머뭇대고
浩蕩及關愁(호탕급과수) : 관문에 이르자 걱정 더욱 커진다.
水落魚龍夜(수락어룡야) : 물이 마른 어룡강에 밤이 깃들고
山空鳥鼠秋(산공조서추) : 허전한 조서산 가을이 쓸쓸하다.
西征問烽火(서정문봉화) : 봉화 떴나 물어보며 서쪽 향해 가다가
心折此淹留(심절차엄류) : 전운에 실망한 나는 이곳에 머물련다.
* 滿目 : 보이는 모든 것
* 因人 : 남을 따라
* 作遠遊 : 멀리 떠나려 함
* 遲廻 : 망설여져 느려짐
* 隴 : 농주의 고개, 높이 2천 미터로 7일을 걸려 넘는다함
* 浩蕩 : 크게 술렁임
* 及關 : 관문에 다음
* 水落 : 가물어 물아 마름
* 魚龍 : 강 이름
* 鳥鼠 : 감숙성의 산 이름(새와 쥐가 한 둥지에 산다함)
* 問烽火 : 얼마나 봉화가 올랐나 묻는다.
* 心折(심절) : 마음이 꺾임
* 淹留(엄류) : 오래 머무름.
관직을 물러난 두보는 강촌(羌村)의 가족을 데리고 험하고 척박한 감숙성 진주(秦州)로 가고 이곳에서 절망적인 궁핍에도 명철보신(明哲保身)만하는 도가적 은퇴사상에 빠지지 않고 입공보국(立功報國)하겠다는 정열이 타고 있다. 그럴수록 그의 착잡한 심정이 이시에 잘 그려져 있고 이곳에 잠시 사는 동안 7수를 남겼다.
其二
晉州城北寺(진주성북사) : 진주성 북쪽에 절이 있고
勝跡隗囂宮(승적외효궁) : 명승의 발자취가 외효궁에 서려 있다.
苔蘚山門古(태선산문고) : 이끼긴 절 문은 낡아져 서 있고
丹靑野殿空(단청야전공) : 단청 바랜 전각은 허전하구나.
月明無葉露(월명무엽로) : 나뭇잎에 맺힌 이슬에 달빛이 반짝이고
雲逐度溪風(운축도계풍) : 계곡을 넘는 바람에 구름이 따라간다.
淸渭無情極(청위무정극) : 맑은 위수는 이다지도 무정하게
愁時獨向東(수시독향동) : 날 버리고 홀로 동으로 흐르느냐.
* 勝跡 : 명승고적
* 隗囂宮 : 전한대에 패자의 궁
* 苔蘚 : 이끼
* 山門 : 절의 문
* 雲逐 : 구름이 바람을 쫓아감
* 度溪風 : 계곡 넘는 바람
* 淸渭 : 맑은 위수
* 極 : 아주
* 愁時 : 시름에 차 있을 때
짧은 시 이면서도 표현의 묘가 극치를 이루었으니 月明無葉露. 雲逐度溪風(잎에 매친 이슬 달빛에 반짝이고, 계곡 넘는 바람에 구름이 따라간다)는 빼어난 구절 이다.
其三
州圖領同谷(주도령동곡) : 진주의 지도는 동곡을 거느리고
驛道出流沙(역도출류사) : 역참의 길은 사막으로 나아간다네.
降虜兼千帳(강노겸천장) : 투항한 오랑캐 장막은 천을 겸하건만
居人有萬家(거인유만가) : 백성들 사는 집은 만가에 이를 뿐
馬驕朱汗落(마교주한낙) : 말은 사나워 붉은 땀 떨어지고
胡舞白題斜(호무백제사) : 오랑캐 춤사위에 털모자가 기우는데
年少臨洮子(년소림조자) : 나이도 어린 임조의 소년
西來亦自誇(서내역자과) : 서쪽에서 와서 또 제 자랑하는구나.
其四
鼓角緣邊郡(고각연변군) : 북 피리소리 울리는 변경 땅에
川原欲夜時(천원욕야시) : 강과들에 어둠이 찾아든다.
秋聽殷地發(추청은지발) : 스산한 가을에 대지를 뒤 흔들고
風散入雲悲(풍산입운비) : 바람타고 구름 엉켜 더욱 슬피 울린다.
抱葉寒蟬靜(포엽한선정) : 나뭇잎에 묻힌 매미소리 조용하고
歸山獨鳥遲(귀산독조지) : 새들도 산으로 서둘러 돌아오네.
萬方聲一槪(만방성일개) : 사방에 온통 싸움소리 뿐이니
吾道竟何之(오도경하지) : 나의 갈 길은 어디 메 있느뇨.
* 鼓角 : 전쟁터의 북과 피리 소리
* 緣邊 : 변경지대
* 川原 : 강과 들
* 殷地 : 당을 뒤흔들다
* 入雲悲 : 구름에 엉켜 슬피 울다
* 抱葉 : 나뭇잎에 붙음
* 寒蟬 : 가을 매미
* 聲一槪 :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짐
* 吾道 : 나의 길
* 竟 : 결국
* 何之 : 어디로 가나
시어가 말쑥하면서도 침통하다 내용과 표현이 특출하게 조화롭다. 어수선한 상황에 망연히 서있는 두보. 현대의 휴머니스트 그것이라 하겠다.
其五
西使宜天馬(서사의천마) : 서역 사신에겐 천마가 의당한 것
由來萬匹强(유내만필강) : 원래는 일만 마리나 되었었지
浮雲連陣沒(부운련진몰) : 구름 같이 많은 말들 전쟁과 더불어 사라져
秋草徧山長(추초편산장) : 가을 풀만 산에 가득 자라고 있구나.
聞說眞龍種(문설진룡종) : 듣자하니 진짜 용마 중에서
仍殘老驌驦(잉잔노숙상) : 늙은 숙상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哀鳴思戰鬪(애명사전투) : 슬피 울며 전투를 생각하고는
廻立向蒼蒼(회립향창창) : 꼿꼿이 서서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다하네.
其六
城上胡笳奏(성상호가주) : 성 위에서 호가를 연주하니
山邊漢節歸(산변한절귀) : 산자락으로 한나라 사절이 돌아감이라
防河赴滄海(방하부창해) : 하북을 지키려 창해로 달려가나니
奉詔發金微(봉조발금미) : 칙명을 받들어 금미의 병사를 징발하였다네.
士苦形骸黑(사고형해흑) : 병사들 수고로워 모습이 까맣고
林疎鳥獸稀(림소조수희) : 숲은 성글어 새와 짐승이 드문데
那堪往來戍(나감왕내수) : 오가며 수자리하는 일 어찌 견딜 수 있으리오
恨解鄴城圍(한해업성위) : 업성의 포위를 푼 일이 한스럽기만 하네.
其七
莽莽萬重山(망망만중산) : 망망한 만 겹의 산
孤城石谷間(고성석곡간) : 성 하나 홀로 산골짜기 사이에 있어라
無風雲出塞(무풍운출새) : 바람도 없이 구름은 요새에서 나오고
不夜小臨關(불야소림관) : 밤도 아니거늘 달이 관문을 찾아든다.
屬國歸何晩(속국귀하만) : 속국에서는 돌아옴이 어찌 더딘가?
樓蘭斬未還(누난참미환) : 누란을 베려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煙塵一長望(연진일장망) : 연기와 먼지 속에 한번 길게 바라보노라니
衰颯正摧顔(쇠삽정최안) : 쇠락한 계절이 정히 얼굴을 상케 하누나.
其八
聞道尋源使(문도심원사) : 황하 근원을 찾던 사신
從天此路廻(종천차노회) : 하늘로부터 이 길로 돌아왔다 들었나니
牽牛去幾許(견우거기허) : 견우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宛馬至今來(완마지금내) : 대완마 지금도 오고 있다네.
一望幽燕隔(일망유연격) : 멀리 떨어진 유주 연주를 한번 바라보나니
何時郡國開(하시군국개) : 어느 때에야 고을과 나라들이 열릴 것이랴
東征健兒盡(동정건아진) : 동쪽으로 전쟁나간 건아들은 다 사라지고
羌笛暮吹哀(강적모취애) : 오랑캐 피리만 저물녘 애처롭구나.
其九
今日明人眼(금일명인안) : 오늘 눈이 밝아졌나니
臨池好驛亭(림지호역정) : 연못가에 역 정자가 훌륭함이라
叢篁低地碧(총황저지벽) : 총죽은 땅에 낮게 파랗고
高柳半天靑(고류반천청) : 버들은 중천까지 높게 푸르구나.
稠疊多幽事(조첩다유사) : 그윽한 일들이 많고도 많건만
喧呼閱使星(훤호열사성) : 떠들썩하게 부르며 사신 행렬을 보고만 있네
老夫如有此(노부여유차) : 늙은이 이곳을 얻게 된다면야
不異在郊坰(불리재교경) : 먼 교외 들녘에 있는 것과 다름없을 것을
其十
雲氣接崑崙(운기접곤륜) : 구름은 곤륜까지 이어지고
涔涔塞雨繁(잠잠새우번) : 주룩주룩 변방에 비가 내린다.
羌童看渭水(강동간위수) : 강쪽 아이는 위수를 바라보는데
使客向河源(사객향하원) : 사신은 황하의 근원으로 향하누나.
煙火軍中幕(연화군중막) : 연화가 이는 곳은 군대의 장막이요
牛羊嶺上村(우양령상촌) : 우양이 노는 곳은 산 위 마을이라
所居秋草靜(소거추초정) : 내 거처에는 가을 풀이 고요하나니
正閉小蓬門(정폐소봉문) : 작은 사립문을 닫아걸고 있노라.
其十一
蕭蕭古塞冷(소소고새냉) : 쓸쓸히 옛 요새는 차가운데
漠漠秋雲低(막막추운저) : 아득히 가을 구름만 낮구나.
黃鵠翅垂雨(황곡시수우) : 황혹은 빗속에 날개를 늘어뜨리고
蒼鷹饑啄泥(창응기탁니) : 창응은 굶주림에 진흙을 쪼누나.
薊門誰自北(계문수자배) : 계문에서는 뉘 북으로부터 오리요
漢將獨征西(한장독정서) : 한나라 장수 유독 서쪽을 정벌하느냐
不意書生耳(불의서생이) : 어찌 알았으리, 서생의 귀가
臨衰厭鼓鞞(림쇠염고비) : 늘그막 북소리를 질려할 줄이야
其十二
山頭南郭寺(산두남곽사) : 산마루엔 남곽사
水號北流泉(수호북류천) : 물 이름은 북류천
老樹空庭得(노수공정득) : 늙은 나무는 빈 뜰에 맞춤이요
淸渠一邑傳(청거일읍전) : 맑은 개울은 온 마을에 전해지네.
秋花危石底(추화위석저) : 가을 꽃은 높은 돌 아래요
晩景臥鍾邊(만경와종변) : 저녁 햇살은 버려진 종 옆이라
俛仰悲身世(면앙비신세) : 굽어보고 우러르며 신세를 슬퍼하노라니
溪風爲颯然(계풍위삽연) : 시냇가 바람은 날 위해 선선히 불어오네.
其十三
傳道東柯谷(전도동가곡) : 전하는 말에 동가곡에는
深藏數十家(심장삭십가) : 수십 가호가 깊이 숨겨있다는데
對門藤蓋瓦(대문등개와) : 문을 마주하여 등나무가 기와를 덮고
映竹水穿沙(영죽수천사) : 대나무 아롱지는 물길은 백사장을 가로지른다네.
瘦地翻宜粟(수지번의속) : 매마른 땅도 오히려 조를 심기에 적당하고
陽坡可種瓜(양파가종과) : 양지바른 언덕엔 외를 심기에 좋다네.
船人近相報(선인근상보) : 뱃사람아 가까워지거든 말씀 좀 해주시게
但恐失桃花(단공실도화) : 도화원 잃을까 걱정뿐이라네
其十四
萬古仇池穴(만고구지혈) : 만고의 구지혈이여
潛通小有天(잠통소유천) : 몰래 소유천으로 통한다네.
神魚今不見(신어금불견) : 신어는 지금 보이지 않지만
福地語眞傳(복지어진전) : 복지라는 말 정말로 전해지네.
近接西南境(근접서남경) : 서남 지경과 가까이 접해있으니
長懷十九泉(장회십구천) : 그곳의 열아홉 샘들을 늘 사모한다네.
何時一茅屋(하시일모옥) : 어느 때나 초가집 하나 엮어
送老白雲邊(송노백운변) : 흰 구름 곁에서 늙음을 보낼는지
其十五
未暇泛滄海(미가범창해) : 창해에 배 띄울 겨를도 없이
悠悠兵馬間(유유병마간) : 병마 사이에서 오래 머무노라
塞門風落木(새문풍낙목) : 변새 관문 바람은 잎 진 나무에 불고
客舍雨連山(객사우련산) : 객사 비는 첩첩한 산에 내린다.
阮籍行多興(완적항다흥) : 완적은 떠돎에 흥이 많았지
龐公隱不還(방공은불환) : 방공은 숨어 돌아오지 않았노라
東柯遂疎懶(동가수소나) : 동가에서 거칠고 게으른 천성을 다하려니
休鑷鬢毛斑(휴섭빈모반) : 귀밑머리 희어진대도 이젠 뽑지 않으련다.
其十六
東柯好崖谷(동가호애곡) : 동가곡 절벽과 골짜기 아름다워
不與衆峯羣(불여중봉군) : 뭇 봉우리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네.
落日邀雙鳥(낙일요쌍조) : 지는 해는 쌍쌍한 새들을 부르고
晴天卷片雲(청천권편운) : 갠 하늘엔 조각구름이 말려 있네.
野人矜險絶(야인긍험절) : 시골 사람들 험하다 자랑하니
水竹會平分(수죽회평분) : 물과 대나무를 공평히 나누게 되리라
採藥吾將老(채약오장노) : 내사 약초 캐며 장차 늙어 가리니
兒童未遣聞(아동미견문) : 어린 아이들에겐 아직 알리지 않았네.
其十七
邊秋陰易夕(변추음역석) : 변방의 가을 날 흐려 쉬이 저녁 되고
不復辨晨光(불복변신광) : 새벽빛을 구분하지도 또한 못하노라
簷雨亂淋幔(첨우난림만) : 처마 비는 어지러이 휘장을 적시고
山雲低度牆(산운저도장) : 산 구름은 낮게 담을 넘는데
鸕鶿窺淺井(로자규천정) : 가마우지 얕은 우물을 기웃거리고
蚯蚓上深堂(구인상심당) : 지렁이 깊숙한 당 위로 오르누나.
車馬何蕭索(거마하소색) : 수레와 말은 얼마나 적적한지
門前百草長(문전백초장) : 문전에는 온갖 풀만 자라네.
其十八
地僻秋將盡(지벽추장진) : 외진 땅 가을은 다 지나가는데
山高客未歸(산고객미귀) : 산 높은 곳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하네.
塞雲多斷續(새운다단속) : 찬 구름은 자주 끊어졌다 이어졌다 흘러
邊日少光輝(변일소광휘) : 변방의 태양은 햇살이 시들하구나.
警急烽常報(경급봉상보) : 위급함을 경계하느라 봉화는 항시 오르고
傳聞檄屢飛(전문격누비) : 소식 전하느라 격문이 거듭 날고 있나니
西戎外甥國(서융외생국) : 서융은 사위의 나라이거늘
何得迕天威(하득오천위) : 어떻게 하늘의 위엄을 거스른단 말이냐
其十九
鳳林戈未息(봉림과미식) : 봉림의 전쟁이 쉬지 않아
魚海路常難(어해노상난) : 어해는 실이 늘 어렵구나.
候火雲峯峻(후화운봉준) : 봉화는 구름 봉우리처럼 높기만 한데
懸軍幕井乾(현군막정건) : 고립된 군대의 막사 우물은 말라 버렸네.
風連西極動(풍련서극동) : 바람은 서쪽 끝까지 불어가고
月過北庭寒(월과배정한) : 달은 북정을 지나 차가워라
故老思飛將(고노사비장) : 늙은이는 비장군을 사모하나니
何時議築壇(하시의축단) : 어느 때나 단 쌓는 일 의논할는지.
其二十
唐堯眞自聖(당요진자성) : 요임금 진실로 스스로 성스러우시니
野老復何知(야노복하지) : 촌 늙은이가 또 무엇을 알리오.
曬藥能無婦(쇄약능무부) : 약초를 말리는 데 마누라 없을 수 있으랴
應門亦有兒(응문역유아) : 문을 지키는 데 아이도 있다네.
藏書聞禹穴(장서문우혈) : 책을 숨겨둔 우혈을 들었거니와
讀記憶仇池(독기억구지) : 기록을 읽으며 구지를 생각한다네.
爲報鵷行舊(위보원항구) : 조정의 옛 친구들에게 알리노니
鷦鷯在一枝(초료재일지) : 굴뚝새 한 가지 위에 깃들이고 있다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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