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초동(初冬) - 두보(杜甫)
초겨울
垂老戎衣窄(수로융의착) : 늙어가는 몸에 꽉 끼는 군복을 입고서
歸休寒色深(귀휴한색심) : 쉬려고 돌아와 보니 겨울 빛이 깊어 있네.
漁舟上急水(어주상급수) : 고기잡이배는 급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고
獵火著高林(엽화착고림) : 사냥 불빛은 높은 산 숲속에서 빛을 발하네
日有習池醉(일유습지취) : 산간(山簡)처럼 취하여 돌아오는 날도 있고
愁來梁甫吟(수래양보음) : 시름이 밀려오면 <양보음>을 읊조리네.
干戈未偃息(간과미언식) : 전쟁이 아직 그치지 않으니
出處遂何心(출처수하심) : 나아갈 곳은 어떤 마음을 쫓아야 하는가.
* 垂老(수로) : 늙어가다. 노경에 이르다. 두보의 수로별(垂老別)에 “늙어가는 몸인데도 편할리 없다(垂老不得安).”라는 표현이 있다.
* 戎衣(융의) : 군복.
* 窄(착) : 좁다. 비좁다.
* 歸休(귀휴) : 집으로 돌아가 쉼.
* 寒色深(한색심) : 겨울 기운이 깊어지다.
* 習池醉(습지취) : 산간(山簡)처럼 취하여 돌아오다. 산간은 진(晉)나라 때 애주가로 자는 계륜이며 술을 좋아하여 습씨(習氏)의 연못에 놀러가서 술에 취해 실려오곤 하였다.
* 산간(山簡) :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었던 산도(山濤)의 아들로 정남장군(征南將軍)이 되어 양양(襄陽)을 지켰다. 술을 좋아해 항상 양양(襄陽)의 호족(豪族) 습씨(習氏)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잔치를 열고 술을 마셨다.<晉書(진서)>
* 梁甫吟(양보음) : 제갈량(諸葛亮)이 남양 융중(南陽 隆中)에 은거할 때 부르던 노래 이름으로 제(齊)의 태산(太山) 기슭에 있는 양보산(梁甫山) 지방을 노래했는데, 어진 사람이 세상에서 박해받음을 탄식하고 제(齊)나라의 안평중(晏平仲:안자)이 모략으로 세 선비를 죽인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고사를 언급하였다.
* 干戈(간과) : 전쟁. 당시 토번(吐蕃)의 침략으로 인한 병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 偃息(언식) : 멈추다.
* 出處遂何心(출처수하심) : 두보 자신이 막부에 계속 있어야 되는지 그만 두어야 하는지를 고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광덕(光德) 2년(764) 두보의 53세 때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두보는 당시 집이 성도(成都) 교외 완화계(浣花溪)에 있었으며 휴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초겨울의 정경을 묘사하고 술에 취해 지내며 토번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자 엄무의 막하를 떠나려는 마음이 앞서 자신의 앞날을 근심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두보는 다음 해(765)에 막부를 떠나 완화 초당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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