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동곡칠가(同谷七歌)/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七首 - 두보(杜甫)
동곡에서 읊은 노래
건원 연간에 동곡현(同谷縣)에 우거(寓居)하며 지은 노래
其一
有客有客字子美(유객유객자자미) : 나그네 나그네 그 이름은 자미
白頭亂髮垂過耳(백두난발수과이) : 헝클어진 흰 머리 귀를 덮었네.
歲拾橡栗隨狙公(세습상율수저공) : 해마다 저공 따라 밤 도토리 줍고
天寒日暮山谷裏(천한일모산곡리) : 추운 날 저물어 산속을 헤맨다.
中原無書歸不得(중원무서귀부득) : 중원에서 소식 없으니 돌아갈 수 없고
手脚凍皴皮肉死(수각동준피육사) : 손발이 얼어 트고 살이 썩어 가는구나.
嗚呼一歌兮歌已哀(오호일가혜가이애) : 아! 첫 번째 노래 슬프게 부르노라.
悲風爲我從天來(비풍위아종천래) : 바람도 슬피 나를 따라 불어내리네.
* 成縣 이곳에서 건원 2년에 잠시 살았음
* 有客 : 나그네가 있다
* 子美 : 두보의 자(字)
* 垂過耳 : 귀를 덮다
* 拾橡栗 : 밤. 도토리를 줍다.
* 中原 : 낙양일대
* 凍皴(동준) : 얼어 터짐
* 兮歌已哀 : 슬프게 노래함
동곡에 10여 개월 살면서 연작 7 수를 남겼다. 이 처량한 정조의 시는 두보가 안록산(安祿山)의 난리를 당해 실제 굶주렸을 때 지은 것이고, 생계를 위해 도토리, 밤을 취한 고난의 생활 모습이 그려져 있다.
其二
長鑱長鑱白木柄(장참장참백목병) : 긴 보습아 긴 나무자루야
我生託子以爲命(아생탁자이위명) : 우리생명 너에게 의지 하였네.
黃獨無苗山雪盛(황독무묘산설성) : 눈 덮인 산중에 흑토란 싹도 없고
短衣數晩不俺脛(단의삭만줄엄경) : 짧은 옷 자꾸 당겨보나 무릎 못 가리네.
此時與子空歸來(차시여자공귀래) : 이번에도 너와 같이 빈 수레로 돌아가니
男呻女吟四璧靜(남신여음사벽정) : 아이들 신음하고 집안이 공허하네.
嗚呼二歌兮歌始放(오호이가혜가시방) : 아! 두 번째 노래 목이 터질듯
閭里爲我色惆悵(여리위아색추창) : 마을사람 나를 위해 슬픈 표정 짓는다.
* 長鑱(장참) : 긴 보습
* 白木柄 : 흰 나무자루
* 託子 : 내가 의지함
* 黃獨 : 흑토란
* 無苗 : 싹도 없다
* 數晩(삭만) : 여러 번 잡아당김
* 不俺脛(불엄경) : 무릎을 가릴 수 없음
* 男呻女吟 : 남녀가 신음하다.
* 四璧靜 : 네 벽이 고요함
* 放 : 터져 나오다
* 閭里 : 마을 사람
* 色惆悵 : 처량하고 슬픈 안색
곤궁한 두보가 눈 덮인 산중으로 흑토란을 캐러 갔다. 빈손으로 돌아와 배고파 신음하는 아이들을 보고 슬픔에 겨워 지은 것으로 마을 사람들도 나를 위해 쓸쓸한 낯빛을 하는구나? 하고 한탄한다.
其三
有弟有弟在遠方(유제유제재원방) : 아우야 아우야 먼 땅에 있어
三人各瘦何人强(삼인각수하인강) : 세 사람 모두 야위어서 누가 튼튼하랴
生別展轉不相見(생별전전불상견) : 생이별로 전전하여 서로 보지 못하고
胡塵暗天道路長(호진암천도로장) : 황사에 하늘은 어둡고 길은 멀더라.
東飛駕鵝後鶖鶬(동비가아후추창) : 동으로 나는 거위야 뒤따르는 재두루미야
安得送我置汝傍(안득송아차여방) : 어찌 나를 너의 곁에 둘 수 없느냐
嗚呼三歌兮歌三發(오호삼가혜가삼발) : 오호라 셋째 노래여! 세 번 부르나니
汝歸何處收兄骨(여귀하처수형골) : 너희들 귀향하여 어디서 형의 뼈를 수습하랴
* 瘦(수) : 여위다
* 生別 : 생이별
* 展轉 : 輾轉 전전하다, 여러 곳을 거치다
* 胡塵(호진) : 북방 사막의 황진
* 駕(가) : 멍에, 탈것
* 鵝(아) : 거위
* 駕鵝(가아) : 야생 거위
* 鶖(추) : 무수리(황샛과에 딸린 물새)
* 鶬(창) : 왜가리
* 鶖鶬(추창) : 뱀을 잡아 먹는 사나운 새, 황새두루미, 재두루미
* 安得 : 어찌~일 수 있겠는가
* 汝(여) : 너
* 傍(방) : 곁, 옆
* 三發 : 세 번 부르다
其四
有妹有妹在鍾離(유매유매재종리) : 누이야 누이야 종리에 사나니
良人早歿諸孤癡(양인조몰제고치) : 남편 일찍 죽고 자식들 어리더라.
長淮浪高蛟龍怒(장회낭고교룡노) : 기나긴 회수 파도는 높고 교룡은 노하여
十年不見來何時(십년불견내하시) : 못 본 지 십년 어느 때나 오려나.
扁舟欲往箭滿眼(편주욕왕전만안) : 작은 배 타고 가려니 화살이 빗발 같고
杳杳南國多旌旗(묘묘남국다정기) : 아득한 남국까지 깃발이 가득하나니
嗚呼四歌兮歌四奏(오호사가혜가사주) : 오호라 넷째 노래여! 네 번 연주하나니
竹林猿爲我啼淸晝(죽림원위아제청주) : 죽림의 원숭이 날 위해 맑은 낮에 울더라.
* 鍾離(종리) : 지금의 安徽省(안휘성) 鳳陽(봉양)
* 良人 : 부부간에 서로를 일컫는 말
* 孤 : 孤兒(고아)
* 癡(치) : 어리다, 어리석다
* 淮(회) : 淮水, 강 이름
* 扁(편) : 작다
* 往(왕) : 가다
* 箭(전) : 화살
* 眼(안) : 눈
* 杳(묘) : 아득하다
* 旌(정) : (깃털을 단)기, (왕이 내린)기
* 旗(기) : 깃발
* 旌旗 : (깃털을 단)기, 깃발
* 奏(주) : 연주하다
* 淸晝 : 맑은 날의 대낮
其五
四山多風溪水急(사산다풍계수급) : 사방 산에 바람 많고 계곡 물은 급한데
寒雨颯颯枯樹濕(한우삽삽고수습) : 찬비는 솨솨 고목을 적시더라.
黃蒿古城雲不開(황고고성운불개) : 개똥쑥 뒤덮인 고성 구름에 가려 있고
白狐跳梁黃狐立(백고조량황고립) : 흰여우 펄쩍 뛰고 황여우 서 있더라.
我生胡爲在窮谷(아생호위재궁곡) : 내가 어찌 살아서 깊은 산골에 있나
中夜起坐萬感集(중야기자만감집) : 한밤에 일어나 앉으니 만감이 서리는데
嗚呼五歌兮歌正長(오호오가혜가정장) : 오호라 다섯 번째 노래여! 정말 오래 부르나니
魂招不來歸故鄕(혼초불래귀고향) : 넋은 불러도 오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갔나.
* 飒(삽) : 바람 소리
* 飒飒(삽삽) : 솨솨
* 枯 : 마르다, 시들다
* 枯樹 : 枯木
* 濕 : 젖다, 축축하다
* 蒿(호) : 쑥
* 黃蒿(황호) : 개똥쑥
* 跳(도) : 뛰다
* 梁(량) : 들보, 교량
* 跳梁(도량) : 함부로 날뛰다, 깡충깡충 뛰다. 펄쩍 뛰다, 뛰어오르다.
* 胡爲 : 어찌
* 窮谷 : 깊은 산골짜기
* 長 : (시간이)길다, 오래다
其六
南有龍兮在山湫(남유룡혜재산추) : 남쪽에 용이 있어 산속의 못에 사나니
古木巃嵷枝相樛(고목용종기상규) : 고목이 우뚝 솟아 가지는 뒤엉켜 있고
葉黃落龍正蟄(엽황낙룡정칩) : 잎은 누렇게 떨어지고 용은 지금 칩거하는데
蝮蛇東來水上遊(복사동래수상유) : 살무사가 동쪽에서 와서 물 위에서 놀더라.
我行怪此安敢出(아행괴차안감출) : 어찌 감히 나올까 내가 가다 이것 괴이하여
拔劒欲斬且復休(발검욕참차부휴) : 칼 뽑아 베려다 일단 다시 멈추나니
嗚呼六歌兮歌思遲(오호육가혜가사지) : 오호라 여섯째 노래여! 장고하여 부르나니
溪壑爲我回春姿(계학위아회춘자) : 계곡은 나를 위해 봄의 자태로 돌아오더라.
* 湫(추) : 소, 늪, 못, 웅덩이, 강의 이름
* 山湫(산추) : 산속의 늪
南有龍兮在山湫(남유룡혜재산추) : 남쪽에 용이 있어 산속의 못에 사나니
현종이 서남쪽 촉땅으로 피난을 가서 살았다
* 巃(롱) : 가파르다, 높다
* 嵷(종) : 산이 홀로 우뚝하다, 산봉우리가 우뚝 솟다. 높고 험하다
* 樛(규) : 휘다, 엉겨 붙다
* 正 : 바로, 막, 때마침, 지금, 바야흐로
* 蟄(칩) : 숨다, 겨울잠을 자다. 칩거하다.(나가서 활동하지 아니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 蝮(복) : 살무사
* 蛇(사) : 긴 뱀
* 蝮蛇(복사) : 살무사
蝮蛇東來水上遊(복사동래수상유) : 살무사가 동쪽에서 와서 물 위에서 놀더라.
안록산이 동쪽으로부터 장안으로 쳐들어와서 왕 노릇을 하였다.
* 拔(발) : 빼다
* 斬(참) : 베다
* 且(차) : 일단
* 遲(지) : 더디다
* 思遲(사지) : 長考(장고)하다. 長考 :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다.
* 溪(계) : 산골짝 시내
* 壑(학) : 골짜기, 골, 깊은 도랑, 웅덩이
* 溪壑 : 물이 흐르는 산골짜기, 큰 계곡
* 回 : 화답하다
* 溪壑爲我回春姿(계학위아회춘자) : 계곡은 나를 위해 봄의 자태로 돌아오더라.
계곡의 아름다운 봄 경치가 나의 눈에 들어온다.
其七
南兒生不成名已老(남아생부상명이로) : 남아로 태어나서 이름 없이 몸 만 늙어
三年飢走荒山道(삼년기주황산도) : 삼년이나 거친 산을 굶주리며 돌았네.
長安卿相多少年(장안경상다소년) : 장안의 공경들 모두 젊은이 들이니
富貴應須致身早(부귀응수치신조) : 부귀는 모름지기 일찍이 얻어야지
山中儒生舊相識(산중유생구상식) : 산중의 선비들 옛 친구들 많으나
但話宿昔傷懷抱(단화숙석상회포) : 오직 옛말하며 지난 회포만 푸네.
嗚呼七歌兮悄終曲(오호칠가혜초종곡) : 아! 일곱 번째 노래 홀연히 마친다.
仰視皇天白日速(앙시황천백일속) : 넓은 하늘 우러러 해는 더욱 빨리 가네.
* 長安卿相 : 숙종 즉위 후 젊은 관료가 다수 등용됨
* 宿昔 : 옛
* 傷懷抱 : 감상적으로 회포를 풀다
* 悄終曲 : 초연히 노래를 끝마침
* 皇天 : 넓은 하늘
* 白日速 : 해가 빨리 간다.
그 날 그 날 생활고에 시달린 두보는 스스로 자기 일생의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 이름도 없이 몸 만 늙은 한스러운 노래를 읊으며 하늘도 무심하게 세월만 빨리 가는구나. 그러나 무엇인가를 세상에 알리려는 처절함이 있지 않은가? 후대의 시인들이 이 시상에 공감하여 모방 모사하고 많은 창작품을 남기게 하기 도 하였다.
두보의 이 작품은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반영한 걸작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 퉁구로 향하면서, 또 퉁구를 떠나 청두로 향하면서, 두보는 극도로 지쳐서 눈물도 흘리지 못할 상태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도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슬픔의 감정으로 시적 언어로 표현해 냈다. 퉁구에서 청두로 향하면서 다시 두보는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곳곳의 자연경관에 눈을 주고 역사사실을 반추하면서 시를 남겼다.
* 그런데 두보는 〈동곡칠가〉나 〈성도기행〉의 연작시에서 자연 풍경을 묘사하되, 자연을 결코 친근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산수자연은 귀향의 의지를 꺾고 여행의 고통을 증폭시켰다. 두보는 매몰찬 풍경 속에서 고독감을 느꼈다. 공명(功名)을 이루지 못한 채 객지를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그는 서글퍼했다.
또한 두보는 경치를 묘사할 때 단순한 스케치로 끝내지 않고 사색을 중시했다. 그렇기에 그가 묘사한 경물은 그다지 구상적(具象的)이지 않다. 두보는 오묘한 깨달음을 통해 경물과 정신이 통일하고 그 경험의 끝에 자동기술(自動記述)을 하곤 했다. 일일이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동곡칠가〉나 〈성도기행〉의 연작시에서도 그 점을 잘 알 수가 있다.
* 〈동곡칠가〉나 〈성도기행〉의 연작시는 침울한 심사를 잘 드러낸 서정시들이다. 사실 두보는 결코 고정된 이념에 따라 충정(忠情)을 토로하거나 현실에의 참여의식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두보는 오히려 내면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고는 했다. 그 토로가 진실 되므로 후대의 작가들은 그의 시를 귀하게 여기고 또 기꺼이 그 소재나 어휘를 이용해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는 했던 것이다.
진정한 시는 관념의 덩어리를 근사한 어휘로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다. 진정한 시는 시인이 깊은 내면을 솔직히 드러낸다. 그 사실을 두보의 〈동곡칠가〉나 〈성도기행〉을 읽으며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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