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용문각(龍門閣) - 두보(杜甫)
용문각
淸江下龍門(청강하용문) : 용문산 밑에는 물 맑은 강 흐르고
絶壁無尺土(절벽무척토) : 강가에 솟은 절벽에는 흙 한 줌이 없는데
長風駕高浪(장풍가고랑) : 멀리서 온 바람이 높은 물살 일으키며
浩浩自太古(호호자태고) : 태곳적부터 호호탕탕 요란한 소리로 흘러가네.
危途中縈盤(위도중영반) : 절벽 가운데 구불구불 작은 길이 나 있어
仰望垂綫縷(앙망수선루) : 늘어진 실을 보듯 고개 들고 쳐다보면
滑石欹誰鑿(활석의수착) : 이끼 낀 바위벽에 누가 구멍을 뚫었는지
浮梁裊相拄(부량뇨상주) : 시렁 같은 다리가 간들간들 걸려 있네.
目眩隕雜花(목현운잡화) : 잡꽃이 지듯이 눈이 어질어질하고
頭風吹過雨(두풍취과우) : 머릿속은 비바람 몰아치는 것 같네.
百年不敢料(백년불감료) : 백 년 인생 몇 년이나 살게 될지 모르지만
一墜那得取(일추나득취) : 한 번 떨어지면 어떻게 주워 담을 수 있을까?
飽聞經瞿唐(포문경구당) : 구당협 험한 물길 하도 많이 들어봐서
足見度大庾(족견도대유) : 대유령 넘는 어려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終身歷艱險(종신력간험) : 평생 힘들고 어렵게 지나온 것 생각하면
恐懼從此數(공구종차수) : 이제부터 겪게 될 일 헤아리기도 무섭네.
* 용문각(龍門閣)은 성도기행십이수(成都紀行十二首) 중 제7수로 현재의 쓰촨성 광원(廣元) 동북쪽에 있는 용문각을 지나면서, 두보는 잔도의 험준한 광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공포심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 龍門 : (이주利州 면곡현綿谷縣 동북쪽 80리 되는 곳에 있는) 용문산을 가리킨다. ‘총령蔥嶺’이라고도 한다. 수십 장 높이에 석굴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위태롭게 산허리에 걸려 있는 전각에는 바위에 구멍을 뚫어 잔도처럼 만든 작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일통지一統志』에서 ‘在保寧府廣元縣嘉陵江上(보령부 광원현 가릉강嘉陵江 위에 있다).’이라고 했다.
* 淸江 : 한수현很水縣에 있는 장강長江의 지류로 옛 이름은 이수夷水였다. 『수경주水經注·이수夷水』에서 ‘夷水卽很山淸江也, 十丈分沙石, 蜀人見其淸澄, 因名淸江也(이수는 한산현에 있는 청강이다. 열 길 깊이의 돌과 모래도 구분될 만큼 물이 맑아서 촉인들이 청강이라 이름하였다).’라고 했다.
* 高浪 : ‘白浪’으로 쓴 자료도 있다.
* 危途 : 위태로워서 걷기 어려운 길을 가리킨다. ‘縈盤’은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위태로운 길을 가리킨다. ‘縈盤道’로 쓴 자료도 있다.
* 仰望垂綫縷 : 드리워진 실처럼 높이 매달린 전각을 수직으로 올려다보는 것을 가리킨다.
* 浮梁 : 절벽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박아 허공에 만든 잔도棧道를 가리킨다.
* 不敢料 : 감히 헤아리지 못하다.
* 飽聞 : 많이 듣다. ‘瞿唐’은 장강삼협長江三峽 중 기주夔州에 있는 구당협瞿塘峽을 가리키는데, 물살이 빠르고 거칠기로 이름 높은 곳이다.
* 건원乾元 2년(759), 화주참군(華州參軍)직을 내려놓고 진주(秦州)를 거쳐 성도(成都)로 들어가 세밑 무렵에 쓴 것인데, 그동안 살아온 내력이 간단치 않았던 두보에게는 객지에서 새롭게 겪게 될 어려움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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