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애강두(哀江頭) - 두보(杜甫)
강가에서 슬퍼하다
少陵野老呑聲哭(소능야노탄성곡) : 소릉(少陵)의 촌 늙은이 울음 삼키고 흐느끼며
春日潛行曲江曲(춘일잠행곡강곡) : 봄날 곡강(曲江) 굽이를 몰래 거니네.
江頭宮殿鎖千門(강두궁전쇄천문) : 강가 궁전 많은 문 모두 다 잠겼는데
細柳新蒲爲誰綠(세류신포위수록) : 가는 버들과 새 부들(창포)은 누굴 위해 푸른가?
憶昔霓旌下南苑(억석예정하남원) : 생각하면 지난날 예정(霓旌)이 남원(南苑)에 내려왔을 때
苑中景物生顔色(원중경물생안색) : 정원 속 만물은 생기가 났었지
昭陽殿裡第一人(소양전리제일인) : 소양전의 제일가는 미인이(양귀비가)
同輦隨君侍君側(동련수군시군측) : 임금수레에 같이 타고 따르며 곁에서 뫼시었고
輦前才人帶弓箭(연전재인대궁전) : 수레 앞 재인(才人)은 활과 화살 차고
白馬嚼齧黃金勒(백마작교황금늑) : 백마는 황금 재갈을 물었다
翻身向天仰射雲(번신향천앙사운) : 몸 돌려 하늘 향해 구름을 쏘니
一箭正墜雙飛翼(일전정추쌍비익) : 한 화살에 바로 두 마리의 새 맞추어 떨어뜨렸네.
明眸皓齒今何在(명모호치금하재) : 밝은 눈동자 흰 치아의 미인 지금은 어디에 있나
血汚遊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 피에 더럽혀져 떠도는 혼 돌아오지 못한다오.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 맑은 위수 동쪽으로 흐르고 검각산은 깊은데
去住彼此無消息(거주피차무소식) : 떠나고 남은 자 서로 소식 없구나.
人生有情淚沾臆(인생유정누첨억) : 인생살이 정이 있는지라 눈물이 가슴 적시는데
江水江花豈終極(강수강화개종극) : 강물과 강꽃은 어찌 끝이 있으리오.
黃昏胡騎塵滿城(황혼호기진만성) : 해질 녘 오랑캐 발굽에 성은 먼지 가득해
欲往城南望城北(욕왕성남망성북) : 성 남쪽에 가려다가 성 북쪽을 멀리 바라보네.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4권에 실려 있는 바, 至德(지덕) 2년(757) 봄에 敵中에서 지은 작품이다. 두보는 安祿山(안록산)의 난에 적중에 있다가 뒤에 요행으로 도망쳐 돌아왔는데, 曲江을 지나면서 예전에 화려했던 궁궐과 정원이 모두 황폐해진 것을 보고 감개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다. 白居易의〈長恨歌(장한가)〉와 함께 양귀비를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나, 양귀비 한 개인에 대한 슬픔보다는 양귀비의 영화로 대변되는 당나라 왕실의 몰락에 대한 비애를 읊고 있다.
* 少陵野老呑聲哭(소릉야노탄성곡) : ‘少陵’(소릉)은 옛 지명이니 지금의 陝西省 長安縣 杜陵 東南쪽이다. 杜陵(두릉)은 漢나라 宣帝의 무덤으로 少陵은 杜陵에 비해 작은데 宣帝의 許皇后가 묻힌 곳이다. 두보가 한 때 이 부근에 산 적이 있으므로 스스로 ‘杜陵布衣(두릉포의)’, ‘小陵野老(소릉야노)’라 불렀다. ‘呑聲哭(탄성곡)’은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것으로 가슴이 아프다는 뜻을 부친 것이다
* 曲江(곡강) : 京兆(경조)의 朱雀街(주작가) 동쪽 龍葉寺(용엽사) 남쪽에 구불구불 흘러가는 물이 있으니, 이것을 曲江이라 이른다. 원래는 연못이름이니, 지금의 섬서성 장안현 동남쪽에 있다.
* 南苑(남원) : 곧 芙蓉苑(부용원)을 가리킨다.
* 鎖千門(쇄천문) : 당시 장안은 安祿山의 叛軍에 점령되어 궁전에는 아무도 없고 수많은 문이 다 닫혀 있다는 뜻이다.
* 細柳新蒲(세류신포) : 《劇談錄》에 곡강의 여름풍경을 묘사한 글이 있다. “여름이 되면 향초 부들이 푸르게 피고 버들 그림자가 사방을 둘러싸고 푸른 물결에 붉은 연꽃이 있어 선명한 모습이 사랑할 만하다.[入夏則菰蒲蔥翠 柳陰四合 碧波紅蕖 湛然可愛]”
* 霓旌下南苑(예정하남원) : ‘霓旌’(예정)은 황제의 儀仗用(의장용) 깃발인데, 채색한 깃발이 길게 뻗어 멀리서 보면 무지개 같음을 이른다. ‘南苑’은 芙蓉苑(부용원)을 가리키며 玄宗의 行宮으로 곡강 남쪽에 있었다.
* 昭陽殿裏第一人(소양전이제일인) : 昭陽殿(소양전)은 漢나라 未央宮(미앙궁)에 있던 전각으로 成帝가 총애하던 趙飛燕(조비연)이 이곳에 거처하였는 바, 楊貴妃(양귀비)를 직접 지칭하기 어려우므로 조비연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 才人(재인) : 황후의 밑에 있던 宮人으로 唐代에는 황후의 아래에 9명의 夫人과 9명의 婕妤(첩여:궁녀와 여관), 9명의 美人과 7명의 才人이 있었다 한다.
* 去住彼此(거주피차) : 去住(거주)는 蜀(촉)땅으로 떠나간 자와 長安에 머문 자로, 彼는 蜀땅으로 玄宗을 따라 떠난 자를 가리키며 此(차)는 長安에 남아 收復(수복)한 자들을 가리킨다.
* 江水江花豈終極(강수강화개종국) : 李德弘의《艮齋集(간재집)》續集(속집) 4권에 “杜甫의〈春望〉시에 ‘세상을 근심하니 꽃이 눈물을 뿌리게 하고 이별을 서러워하니 새가 마음을 놀래키네.[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라고 말한 것과 같은 따위이니, 모두 마음이 매우 슬프므로 무심한 사물을 빌어서 極言한 것이다.” 하였다.
* 箭(전) : ‘笑’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血汚遊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 天寶 15년(756) 양귀비가 馬嵬(마외)에서 죽은 사건을 가리킨다.
*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 현종이 안록산의 난을 피해 蜀(촉)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묘사한 것이다. ‘渭’는 渭河(위하)로 甘肅省(감숙성) 渭源縣(위원현)에서 발원해 陝西省 高陵縣(섬서성 고릉현)에 이르러 涇水와 합쳐진다. 渭水는 맑고 涇水는 탁하므로 세상에서 말하는 ‘涇渭가 分明하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渭水는 馬嵬 남쪽을 지나 흐르는데 양귀비는 渭水 북쪽에 장사지냈다. ‘深’은 깊고 험하다는 뜻이다.
* 胡騎(호기) : 안록산 叛軍(반군)의 騎兵(기병)을 말한다.
* 欲往城南望城北(욕재성남망성북) : ‘城南’은 당시 두보가 살던 곳을 가리킨다. ‘望城北’은 ‘忘南北’ 혹은 ‘忘城北’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望’을 향하다[向]의 뜻으로 보아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걱정스런 마음에 북쪽을 향한다로 보기도 하는데, 방향을 잊을 만큼 傷心한 시인의 상태로 보는 것이다. 또 肅宗(숙종)이 靈武(영무)에서 즉위했는데 장안 북쪽에 있으므로 왕의 군대가 와서 서울을 수복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도 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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