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치조비(雉朝飛) - 이백(李白)
아침에 나는 꿩
麥隴靑靑三月時(맥롱청청삼월시) : 보리밭 두둑 푸른 삼월 어느 날
白雉朝飛挾兩雌(백치조비협량자) : 하얀 장끼가 아침에 까투리 두 마리 거느리고 난다.
錦衣綺翼何離褷(금의기익하리시) : 비단 저고리 고운 날개 저 솜털 같은 날개 어쩌나
犢牧釆薪感之悲(독목변신감지비) : 제나라 처사 독목도 나무하다 신세 한탄했단다.
春天和(춘천화) : 봄날은 화창하고
白日暖(백일난) : 대낮의 해는 따뜻하여라.
啄食飮泉勇氣滿(탁식음천용기만) : 모이 쪼고 물마시니 용기가 가득하고
爭雄鬪死繡頸斷(쟁웅투사수경단) : 제 잘났다 다투다가 죽어 고운 목이 잘렸단다.
雉子班奏急管弦(치자반주급관현) : 치자반 노랫가락에 악기 연주는 빨라지고
傾心酒美盡玉碗(경심주미진옥완) : 마음은 맛있는 술에 빠져 옥 주발을 다 비운다.
枯楊枯楊爾生稊(고양고양이생제) : 마른 버들이여, 마른 버들이여, 너는 새 움이 돋고
我獨七十而孤棲(아독칠십이고서) : 나만 칠십 살이 되어서도 외로이 사는구나.
彈弦寫恨意不盡(탄현사한의부진) : 줄을 퉁겨 한을 실어보아도 내 마음 다하지 못하니
瞑目歸黃泥(명목귀황니) : 눈 감고 누런 진흙 속으로나 돌아가련다.
* 치조비(雉朝飛)는 본디 전국시대에 나이 오십이 되도록 아내를 얻지 못한 제(齊)의 처사(處士) 독목자(犢牧子)가, 나무하러 갔다가 쌍쌍이 노는 꿩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지었다는 노래로서, 금곡가사(琴曲歌辭) 중의 하나이다.
* 자칭 나이 일흔이라는 말년의 이백은(실제로 그는 62세에 타계했다) 치자반(雉子斑) 노랫가락을 들으며 술에 취해 있다. 그의 눈앞에는 화창한 봄을 만나 으스대며 뽐내다가 끝내는 적에게 목을 물려 죽음을 당하는 아름답고 처절한 꿩의 말로가 떠오른다. 그것은 아마도 불우한 천재의 마지막 모습이리라. 이때의 고독감은 짝 없는 처사가 꿩 한 쌍을 바라보며 느꼈다는 절절한 외로움과 매우 닮았다. 다시는 움트지 않을 인생이 새삼 한탄스러울 따름, 이제 남은 일은 술에 취한 채 눈 감고 다가올 죽음을 조용히 맞이하는 일뿐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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