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치자반곡사(雉子斑曲辭)/설벽사기고취치자반곡사(設辟邪伎鼓吹雉子斑曲辭) - 이백(李白)
춤을 곁들여 연주하는 치자반곡 가사
辟邪伎作鼓吹驚(벽사기작고취경) : 벽사 광대 요란하게 북을 울려 놀라게 하고
雉子斑之奏曲成(치자반지주곡성) : 치자반 연주곡이 어우러진다.
喔咿振迅欲飛鳴(악이진신욕비명) : 까악 날갯짓하며 날아 우니
扇錦翼(선금익) : 비단 깃 날개 짓한다.
雄風生(웅풍생) : 거센 바람이 일고
雙雌同飮啄(쌍자동음탁) : 두 암컷이 함께 마시고 모이를 쫀다.
趫悍誰能爭(교한수능쟁) : 날래고 사나워서 누가 능히 타룰까
乍向草中耿介死(사향초중경개사) : 차라리 풀 속에서 지조 있게 죽으리라.
不求黃金籠下生(부구황금농하생) : 황금 조롱 안에서 사는 것을 구하지 않나니
天地至廣大(천지지광대) : 천지는 지극히 광대하도다.
何惜遂物情(하석수물정) : 자연의 물정을 따르는 것 어찌 아쉬워하랴
善卷讓天子(선권양천자) : 순 임금이 천자를 물려주어도 선양은 사양했고
務光亦逃名(무광역도명) : 탕 임금이 무광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주어도 달아났도다.
所貴曠士懷(소귀광사회) : 귀한 것은 속 넓은 이의 마음이니
朗然合太淸(낭연합태청) : 넓고도 맑아서 하늘과 합치하도다.
* 본래 꿩의 모습과 생태를 노래한 한대(漢代)의 민요였던 〈치자반(雉子班)〉이 남조시대에 춤곡으로 바뀐 것이며, 내용도 뒤에는 은거하여 사는 선비를 꿩에 비겨 노래하기도 하였다. 고취곡사(鼓吹曲辭) 중의 하나이다.
* 꿩을 주제로 한 음악을 들으며, 아름답고 자유로운 꿩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자신도 그처럼 고고하게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마음 가는 대로 지은 작품이기 때문에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이 다소 분리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나,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초연하게 살아가겠다는 뒷부분을 강조하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가 도가 사상에서 가장 크게 도움 받은 것은, 괴로운 현실에서 잠시나마 놓여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는 점이리라.
* 稚子(치자) : 꿩병아리. 꺼병이. ‘斑’은 새기 꿩의 깃이 여러 색깔이 섞여 알록달록한 것을 가리킨다.
* 雉子斑(치자반) : 꿩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연주한 고대 가곡명이라네요.
* 「치자반(雉子斑)」은 ⟪한요가십팔곡漢鐃歌十八曲⟫ 중 한 곡으로 악부시집樂府詩集ㆍ고취곡사鼓吹曲辭⟫에 들어있는 곡이기도 하다. 또 고취곡(鼓吹曲)은 북방 이민족의 음악이 중원으로 유입된 악기합주곡으로 한(漢)나라 때는 군악용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점차 궁정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 喔咿(악이) : 새가 우는 소리를 가리킨다.
* 振迅(진신) : 떨다. 털다. 흔들다. 분발하다. 진작하다. ⟪시경詩經ㆍ빈풍豳風ㆍ칠월七月⟫에서 ‘五月斯螽動股, 六月莎溪振羽(오월에는 메뚜기가 다리를 두드려 울고 / 유월에는 여치가 날개를 떨어 운다)’라고 하였다.
* 飛鳴(비명) : 날면서 울다. 소식蘇軾이 「後赤壁賦」에서 ‘疇昔之夜飛鳴而過我者, 非子也耶(어젯밤에 울면서 하늘을 날아 이곳을 지난 게 당신입니까)?’라고 하였다.
* 飮啄(음탁) : 물을 마시고 먹을 것을 쪼아먹다. ⟪장자莊子ㆍ양생주養生主⟫에서 ‘澤雉十步一啄, 百步一飮, 不蘄畜乎樊中(물가에 사는 꿩은 열 걸음을 간 뒤에 먹을 것을 쪼아먹고 백 걸음을 간 뒤에 물 한 모금을 마시는데, 추호라도 새장 안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 矯悍(교한) : 민첩하고 용맹하다. 장형張衡이 「서경부西京賦」에서 ‘矯悍虓豁, 如虎如貙(사납고 용맹하기 호랑이나 이리 같네).’라고 했다.
* 耿介(경개) : 성격이 올곧고 강직한 것을 가리킨다. ⟪초사楚辭ㆍ구변九辯⟫에서 ‘獨耿介而不隨兮, 願慕先聖之遺敎(혼자라도 강직하게 시류에 따르지 아니하며 / 성인이 남기신 가르침을 추억하기 바라노라)’라고 했다.
* 物情(물정) :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 또는 세상인심을 가리킨다.
* 善卷(선권) : 전설에 나오는 요순堯舜 시대의 은자隱者의 이름. 왕유王維는 「過沈居士山居哭之」란 시에서 ‘善卷明時隱, 黔婁在日貧(선권은 천하가 태평할 때 숨어 지냈고 / 검루는 생전에 언제나 가난하였다)’이라고 읊었다.
* 務光(무광) : 고대의 은자隱者. 상商의 탕왕湯王이 그에게 양위하려 하였으나 그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 逃名(도명) : 이름이 나는 것을 피해 달아나다. ⟪후한서後漢書ㆍ일민전逸民傳ㆍ법진法眞⟫에서 ‘法眞名可得而聞, 身難得而見; 逃名而名我隨, 避名而名我追, 可謂百歲之師者矣(법진은 이름을 들을 수는 있어도 몸은 만나기 어렵다. 이름에서 도망쳐도 이름이 나를 따라오고 명성을 피하려 해도 명성이 나를 쫓아오니 백세의 스승이라고 이를 만하다).’고 했다.
* 벽사(辟邪)는 전설에 나오는 신수(神獸)로 꼬리가 길고 뿔이 두 개인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며 (僻邪伎)는 벽사로 분장하고 곡을 연주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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