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독록편(獨漉篇) - 이백(李白)
독록의 노래
獨漉水中泥(독록수중니) : 독록의 물속에는 황토가 많아
水濁不見月(수탁불견월) : 물이 탁해 물에 잠긴 달을 못 보네.
不見月尙可(불견월상가) : 달 보지 못하는 건 상관없지만
水深行人沒(수심행인몰) : 물이 깊어 건너는 이 삼켜버린다네.
越鳥從南來(월조종남래) : 월나라에 머물던 기러기 남쪽에서 날아오고
胡鷹亦北渡(호응역북도) : 오랑캐 땅에서 소리개도 북쪽에서 건너오네.
我欲彎弓向天射(아욕만궁향천사) : 활 당겨 하늘 향해 쏘고 싶지만
惜其中道失歸路(석기중도실귀로) : 도중에 길 잃을까 그러지 못하네.
落葉別樹(낙엽별수) : 각기 다른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
飄零隨風(표령수풍) :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리고 있는데
客無所托(객무소탁) : 의탁할 곳 하나 없는 집 떠난 나그네
悲與此同(비여차동) : 슬프기 낙엽과 다를 것이 없구나.
羅幃舒卷(나위서권) : 비단 휘장 풀리고 걷힐 때 마다
似有人開(사유인개) : 사람이 들어오나 돌아보게 되네.
明月直入(명월직입) : 곧바로 들어오는 밝은 달빛을
無心可猜(무심가시) : 가라앉은 마음으로 짐작해보네.
雄劍挂壁(웅검괘벽) : 벽에 걸어둔 보검은
時時龍鳴(시시용명) : 때때로 용 소리로 울어대는데
不斷犀象(부단서상) : 쇠뿔과 코끼리상아 잘라내지 못한 채
綉澁苔生(수삽태생) : 칼자루 거칠어지고 이끼 끼었네.
國耻未雪(국치미설) : 나라가 당한 욕을 갚지 못한다면
何由成名(하유성명) : 어떻게 공 세워 이름이룰까
神鷹夢澤(신응몽택) : 몽택에 살고 있는 신령스런 매
不顧鴟鳶(불고치연) : 북쪽에서 온 솔개 따위 돌아보지 않고
爲君一擊(위군일격) : 임금 위해 크게 한번 내려친다면
鵬摶九天(붕단구천) : 붕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겠지.
* 獨漉(독록) : 강 이름. 오늘날의 하북(河北)에 있는데, 물이 빠르고 깊은데다가 탁류라서 달 밝은 밤이면 물을 건너다 빠진 사람이 많았다고 전한다.
* 越鳥(월조)와 胡鷹(호응) : 남쪽에서 사는 새와 북쪽에서 사는 새를 가리킨다.
* 飄零(표령) : 시들어 떨어지다. 정처 없이 떠돌다.
* 雄劍(웅검) : 춘추시대 때 오吳나라 사람 간장막야干將莫耶가 진晉나라 군왕을 위해 삼 년에 걸쳐 만든 칼 두 자루(자웅검雌雄劍)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보검을 가리킨다.
* 龍鳴(용명) : 용의 소리를 내며 울다. 전설에 따르면 전욱顓頊의 보검(예영지검曳影之劍)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궤 속에서 용이나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 犀象(서상) : 쇠뿔과 코끼리의 상아
* 國耻(국치) : 나라의 수치. 안록산安祿山의 반군에 의해 장안이 짓밟힌 것을 가리킨다.
* 神鷹(신응) : 날짐승 솔개에 대한 미칭美稱
* 夢澤(몽택) : 지명. 운몽택 雲夢澤(또는雲夢大澤) 을 가리킨다. 호북湖北의 강한평원江漢平原에 있는 호수들의 총칭으로 남쪽으로 장강이 경계를 이룬다.
* 鴟鳶(치연) : 매
* 鵬摶(붕단) : 붕새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다. 사람이 무엇을 하기 위해 분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장자莊子·소요유逍遙游》에서 ‘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붕새가 남쪽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을 차며 삼천리를 달려서 회오리바람을 타고 위로 구만 리를 올라가 떠난 지 여섯 달 만에 쉰다).’라고 하였다.
* 九天(구천) : 높은 하늘
《독록편》은 4언 체 악부「불무가拂舞歌」 다섯 곡 가운데 하나로 혼탁한 세상과 부친의 복수를 다짐 하는 자식의 심정을 노래한 것인데, 안사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이백이 4언을 잡언(雜言)으로 바꿔서 장안을 짓밟은 반군을 몰아내 나라의 치욕을 갚겠다는 뜻을 실어 지은 것이다. 그러나 반역의 무리를 물리치겠다는 시인의 기개는 마음에 남지 않고 바람에 휘날리는 휘장을 보며 사람이 찾아왔는지 돌아보고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온 달빛을 지인의 방문처럼 읽어내는 구절을 통해 마음과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이 외지를 떠돌고 있는 나이든 이백의 쓸쓸한 모습이 읽힌다.
해설
본래 옛 민요는 아비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는 다짐의 노래였는데, 이백은 초점을 다소 돌려 나라와 임금을 위해 복수하겠다는 노래로 바꾸었다. 이 같은 비장한 결심은 바로 757년 천자(天子)의 아들인 영왕(永王) 린(璘)이 운몽(雲夢)에서 흥기할 때 가담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다. 위 작품에서 등장하는 운몽(雲夢)이라는 지명으로 미루어볼 때, 이백은 정치적 재기를 꿈꾸었던 말년에 이 〈독록편(獨漉篇)〉을 지으며 꺼져가는 공명심의 불씨를 되살리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이 작품은 두서가 없어 난해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제4구씩 끊어지며 마지막 부분만 6구인 각 단락은 각각의 뜻이 서로 무관한 것 같으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이어진 맥락이 있다. 분절된 전통형식 속에 옛 노래가사(古辭)의 흔적을 간직한 채, 의지할 데 없는 작자 자신의 고단한 신세, 불우하여 마음껏 재능을 펴보지 못한 데 대한 회한, 그럼에도 끝내 식지 않는 공업(功業)에 대한 간절한 열망 등이 잘 연결되어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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