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거부사(去婦詞) - 이백(李白)
버림받은 아낙
古來有棄婦(고내유기부) : 예로부터 버림받은 여인 있었지만
棄婦有歸處(기부유귀처) : 버림받아도 갈 곳은 있었네.
今日妾辭君(금일첩사군) : 이제 이 몸 낭군을 하직하려니
辭君遣何去(사군견하거) : 하직하고는 어디로 가야하나.
本家零落盡(본가령낙진) : 친정도 모두 다 쇠락했으니
慟哭來時路(통곡내시노) : 오던 길에서 통곡할 뿐이네.
憶昔未嫁君(억석미가군) : 예전에 그대에게 시집오기 전
聞君卻周旋(문군각주선) : 그대 도량도 크고 친절하고
綺羅錦繡段(기나금수단) : 화려한 비단에 수놓은 옷
有贈黃金千(유증황금천) : 내게 줄 황금도 수천이라 하더니
十五許嫁君(십오허가군) : 열다섯에 시집 와서
二十移所天(이십이소천) : 갓 스물에 버려졌네.
自從結髮日未幾(자종결발일미기) : 쪽을 지은 지 얼마도 되지 않아
離君緬山川(리군면산천) : 임은 떠나 산천 아득히 멀어졌네.
家家盡歡喜(가가진환희) : 집집마다 오순도순 단란도 한데
孤妾長自憐(고첩장자련) : 외로운 이 몸만 늘 가련한 신세.
幽閨多怨思(유규다원사) : 외딴 방에서 원망만 늘어
盛色無十年(성색무십년) : 고운 모습도 십년이 못가고
相思若循環(상사야순환) : 임 생각이 꼬리를 물어
枕席生流泉(침석생류천) : 베갯머리는 샘물이 되었어라.
流泉咽不掃(류천열부소) : 샘물이 흥건해도 닦지 않고 흐느끼며
獨夢關山道(독몽관산도) : 홀로 관산(關山)길만 꿈에 보았네.
及此見君歸(급차견군귀) : 이제 사 그대가 돌아왔지만
君歸妾已老(군귀첩이노) : 그대 돌아와도 이 몸은 하마 늙어져
物情惡衰賤(물정악쇠천) : 시들고 추한 것은 싫어하게 마련이라
新寵方姸好(신총방연호) : 꽃다운 아가씨를 새로 맞았네.
掩淚出故房(엄누출고방) : 눈물지으며 옛 집을 나서니
傷心劇秋草(상심극추초) : 가슴 메어지게 가을 풀만 무성하네.
自妾爲君妻(자첩위군처) : 이 몸이 그대 아내 된 후로
君東妾在西(군동첩재서) : 그대 동쪽이면 나는 서편
羅幃到曉恨(나위도효한) : 비단 장막 드리우고 새벽까지 한숨만
玉貌一生啼(옥모일생제) : 옥 같은 얼굴로 평생 울었지.
自從離別久(자종리별구) : 헤어진 지 오래다 보니
不覺塵埃厚(불각진애후) : 어느새 먼지만이 수북하다.
嘗嫌玳瑁孤(상혐대모고) : 대모(玳瑁) 침상 쓸쓸한 것 보기가 싫고
猶羨鴛鴦偶(유선원앙우) : 원앙새 짝지은 것 부럽기만 하여라.
歲華逐霜霰(세화축상산) : 무서리에 싸락눈, 세월 흘러가니
賤妾何能久(천첩하능구) : 이 몸인들 어이 오래 갈 수 있으랴.
寒沼落芙蓉(한소낙부용) : 차가운 연못에 부용꽃이 울고
秋風散楊柳(추풍산양류) : 가을바람에 버들가지 나부끼네.
以此顦顇顔(이차초췌안) : 이같이 초췌한 얼굴이 되어서
空持舊物還(공지구물환) : 부질없이 짐을 꾸려 돌아가노니
餘生欲何寄(여생욕하기) : 남은 날들을 어디다 기탁하며
誰肯相牽攀(수긍상견반) : 그 누가 다정하게 이끌어 주리.
君恩旣斷絶(군은기단절) : 낭군 사랑 끊어진 지 이미 오래이니
相見何年月(상견하년월) : 어느 날에나 마주해보리.
悔傾連理杯(회경련리배) : 연리배로 마신 것 후회되고
虛作同心結(허작동심결) : 동심결 맺었던 일 부질없구나.
女蘿附靑松(녀나부청송) : 겨우살이가 소나무를 휘어감아
貴欲相依投(귀욕상의투) : 서로 의지함이 가상도 하건만
浮萍失綠水(부평실녹수) : 마름 풀이 푸른 물을 떠나
敎作若爲流(교작야위류) : 이리 저리 흘러 다니게 하누나.
不嘆君棄妾(불탄군기첩) : 그대가 날 버림을 원망하지 않으며
自嘆妾緣業(자탄첩연업) : 전생의 업보라 한탄할 밖에.
憶昔初嫁君(억석초가군) : 예전 그대에게 갓 시집 올 때에
小姑纔倚床(소고재의상) : 시누이 겨우 침상 잡고 일어서더니
今日妾辭君(금일첩사군) : 이제 낭군을 하직하려니
小姑如妾長(소고여첩장) : 그 시누이 나만큼 자랐네.
回頭語小姑(회두어소고) : 고개 돌려 시누에게 얘기하노니
莫嫁如兄夫(막가여형부) : "오빠 같은 이에게 시집가지 말아요."
* 원(元)대 주석가 소사윤(蕭士贇)은 이 작품이 고황(顧況; 727~816)의 〈기부사(棄婦詞)〉에 몇 구를 첨가한 위작이라고 보았다. 오대(五代) 때에 나온 당시선집(唐詩選集)인 《재조집(才調集)》에도 〈기부사(棄婦詞)〉란 제목 하에 고황의 작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백의 악부나 가음 작품 중에 이 작품처럼 제목이 「○○詞」 형태로 된 것으로서 이처럼 긴 작품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위작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기다림에 지친 여인이 화자로 등장하여, 헤어날 길 없는 신세를 한탄하는 것은 〈도의편(擣衣篇)〉과 같지만, 이별의 원인이 전쟁인지 남편의 변심인지에 따라 원망과 비탄의 정도는 천양지차이다. 상황을 개략적으로 묘사하는 전반부 뒤에, 7언구를 기점으로 그녀의 곡진한 하소연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데, 긴 종군 후에 집으로 돌아와 젊디젊은 아내를 버리는 남편의 부당한 처사를 세세히 묘사하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웃들과 얼크러져 살아가는 푸샛 것들로 인해 더해만 가는 외로움, 버림을 받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야하는 막막한 심경을 호소하고 있다. 작품 말미에 어린 시누에게 던지는 충고의 말에서, 몹쓸 남편에게 버림받은 이 상황을 탄식은 할지언정 잘못은 내게 있지 않다는 그녀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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