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비가행(悲歌行) - 이백(李白)
슬픈 노래
悲來乎(비내호) : 슬퍼지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져.
主人有酒且莫斟(주인유주차막짐) : 주인장, 술 있어도 따르지 말고
聽我一曲悲來吟(청아일곡비내음) : 이 몸의 슬픈 노래 가락 들어나 주게.
悲來不吟還不笑(비내부음환부소) : 슬프지만 읊지도 웃지도 못하는
天下無人知我心(천하무인지아심) : 이 마음 아는 이 세상에 하나 없네.
君有數斗酒(군유삭두주) : 그대에게 몇 말 술 있고
我有三尺琴(아유삼척금) : 내겐 삼 척 거문고 있어
琴鳴酒樂兩相得(금명주낙량상득) : 거문고 소리 술의 낙을 모두 얻었으니
一杯不啻千鈞金(일배부시천균금) : 한 잔 술에 천금(千金)도 부족하겠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지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져.
天雖長(천수장) : 하늘은 아득하고
地雖久(지수구) : 땅은 영원하건만
金玉滿堂應不守(금옥만당응부수) : 집안 가득 금은보화 지킬 수 없네.
富貴百年能幾何(부귀백년능기하) : 부귀 백년이 그 얼마나 되리오.
死生一度人皆有(사생일도인개유) : 한 번 죽고 사는 일 누구나 마찬가지.
孤猿坐啼墳上月(고원좌제분상월) : 외 잔나비, 무덤 위 달을 보고 흐느끼니
且須一盡杯中酒(차수일진배중주) : 따른 술이나 마땅히 다 비워야 하리.
悲來乎(비내호) : 슬퍼지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져.
鳳鳥不至河無圖(봉조부지하무도) : 봉황은 오지 않고 황하엔 그림도 없고
微子去之箕子奴(미자거지기자노) : 미자(微子)는 떠나가고 기자(箕子)는 노예 신세.
漢帝不憶李將軍(한제부억리장군) : 한(漢)나라 임금은 이장군(李將軍)을 잊었으며
楚王放卻屈大夫(초왕방각굴대부) : 초왕(楚王)은 굴대부(屈大夫)를 내쳐버렸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지네.
悲來乎(비내호) : 슬퍼져.
秦家李斯早追悔(진가리사조추회) : 진나라 이사(李斯)는 일찌감치 후회할 일 좇았으니
虛名撥向身之外(허명발향신지외) : 헛된 이름을 그만 세상에서 찾으려 했네.
范子何曾愛五湖(범자하증애오호) : 범자는 언제 적에 오호(五湖)를 좋아했다고
功成名遂身自退(공성명수신자퇴) : 공 세우고 명예 얻자 제 발로 물러났는가.
劍是一夫用(검시일부용) : 칼은 한 명만을 상대하며
書能知姓名(서능지성명) : 글은 이름자나 알면 그만.
惠施不肯干萬乘(혜시부긍간만승) : 박식한 혜시(惠施)는 만승 군주 마다했으나
卜式未必窮一經(복식미필궁일경) : 승승장구 복식(卜式)은 경전 한 권도 다 못 읽었네.
還須黑頭取方伯(환수흑두취방백) : 머리 검은 젊을 적에 출세해야지
莫謾白首爲儒生(막만백수위유생) : 늘그막에 백발로 유생 노릇 마시게.
앞의 〈笑歌行〉과 마찬가지로, 네 번 반복되는 "슬퍼지네, 슬퍼져.[悲來乎悲來乎]"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단락이 나뉜다. 무상한 인생, 불우한 처지, 그리고 흰머리···. 욕망은 슬픔의 근원일 따름이건만, 악부 〈행로난〉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버림받거나 말년을 그르쳤거나 득의하였거나 성공했던 여러 역사 인물들은 출세를 향한 작자의 욕망을 고스란히 투사(投射)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소가행〉처럼 위작으로 추정하는 학자들이 많은데, 근인(近人) 안기(安旗) 등은 이백이 병들어 희미한 정신으로 쓴 것이라고 추정하며, 위작설을 부인하고 있다.
세상의 기쁨과 슬픔도, 부귀와 재주와 학문도 세월 앞에서는 모두 부질없습니다.
단지 눈이 짧은 사람들은 영원히 모든 것을 가진 채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것처럼 우리의 죽음 또한 예외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이러하다면 굳이 나와 다르다고 남을 배척하거나 나무랄 일도 아닐 것입니다.
단지 거문고를 타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술잔을 비우는 거 말고 더 바랄게 무어겠습니까?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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