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추야독좌회고산(秋夜獨坐懷故山) - 이백(李白)
가을밤 홀로 앉아 고향의 산을 그리워하다
小隱慕安石(소은모안석) : 사안석(謝安石)을 사모하여 산림에 묻혀 살았고
遠遊學屈平(원유학굴평) : 굴원(屈原)을 본받아 먼 곳을 유람하였네.
天書訪江海(천서방강해) : 천자께서 조서를 내려 강호의 나를 부르셨으니
雲臥起咸京(운와기함경) : 구름에 누웠다가 일어나 장안으로 들어왔네.
入侍瑤池宴(입시요지연) : 궁궐 안에서는 연못의 연회에 배석했고
出陪玉輦行(출배옥련행) : 궁궐 밖에서는 옥련 행차에 수행했네.
誇胡新賦作(과호신부작) : 양웅(揚雄)같이 새 글 지어 오랑캐에 과시했고
諫獵短書成(간렵단서성) : 사마상여처럼 수렵의 폐해를 간하는 글 지었네.
但奉紫霄顧(단봉자소고) : 오로지 천자의 은총에 보답코자 했을 뿐
非邀青史名(비요청사명) : 역사에 이름 날리려는 마음은 없었네.
莊周空說劒(장주공설검) : 조(趙)나라 문왕(文王)을 설득한 장자처럼 하지 못하였고
墨翟耻論兵(묵적치론병) : 묵자(墨子)처럼 병법으로 설득하지 못해 부끄럽다네.
拙薄遂疎絕(졸박수소절) : 재능이 모자라고 운명이 기박하여 버림받고 쫓겨나니
歸閑事耦耕(귀한사우경) : 돌아가 한가히 농사를 짓고자 한다네.
顧無蒼生望(고무창생망) : 돌이켜 보니 백성들이 돌아오길 바라지도 않고
空愛紫芝榮(공애자지영) : 하염없이 영지버섯 무성하기를 바랐다네.
寥落暝霞色(요락명하색) : 쓸쓸히 노을빛이 어두워지니
微茫舊壑情(미망구학정) : 고향 계곡 생각이 어슴푸레 남아있네.
秋山綠蘿月(추산록라월) : 가을 산 푸른 등라(藤蘿)사이로 비추는 달빛은
今夕爲誰明(금석위수명) : 오늘밤 누구를 위해 비추고 있나.
*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현종(玄宗) 천보(天寶) 2년(743) 가을 이백(李白)의 43세 때 장안(長安)에서 지은 시로 당시 이백은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어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받았으나 744년 이를 시기한 환관(宦官) 고력사(高力士)의 모함에 의해 궁중에서 쫓겨나게 된다.
전반부는 세상을 떠돌다가 장안의 황제에게 간 경위와 당 현종을 모시면서 자신의 행동을 양웅, 사마상여, 장주, 묵적 등과 비유하였다. 후반부는 궁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어 다시 은거할 것을 생각하며 가을 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실의에 빠져 고향의 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읊었다.
* 小隱慕安石(소은모안석) : 대은(大隱)은 저잣거리에 살면서도 은자의 정취를 느끼는 사람이며, 소은(小隱)은 산림에 은거하는 사람을 말한다. 왕강거(王康琚)의 시에 “작은 은자는 산림에 숨고 큰 은자는 저자 속에 숨는다.(小隱隱林薮,大隱隱朝市.)”라는 표현이 있다.<世說新語>. 사안석은 동산에 은거하였으며, 이백은 사안석을 흠모하여 사안석에 관한 시를 다수 썼다. 安石(안석)은 사안(謝安, 320~385)을 말하며, 중국 동진(東晋)의 정치가이다. 재상을 지내면서도 짬짬이 기녀(技女)를 데리고 동산(東山)을 노닐며 지은 시부(詩賦-경치를 읊은 시)가 즉시 온 장안에 유행될 정도였다.
* 遠遊學屈平(원유학굴평) : 굴원의 <원유(遠遊)> 시를 인용하였다. 굴원(屈原, 기원전 340년 ~ 기원전 278년)은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시인이며 정치가이며, 성은 미(羋), 씨는 굴(屈), 이름은 평(平)이다. 초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초나라의 회왕 때에 좌도(보좌관)에 임명되었다. 학식이 높고 정치적 식견도 뛰어난 정치가였으며, 회왕의 상담역으로 국사를 도모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으나, 다른 이의 모함을 받아 신임을 잃고 끝내 멱라(汨羅江)에서 자살하였다.
* 天書訪江海(천서방강해) : 천서는 황제의 조서(詔書)를 말하며, 강해(江海)는 이백이 유람하였던 장강(長江), 회하(淮河), 황하(黄河) 유역을 말한다.
* 雲臥起咸京(운와기함경) : 구름에 누웠다가 일어나 장안으로 갔다. 구름 같이 유람하며 다니던 몸이 장안으로 왔다는 뜻이다. 함경(咸京)은 진(秦)나라 시대에 함양(咸陽)이 수도였으므로 이를 비유하여 장안(長安)을 말한 것이다.
* 瑤池(요지) : 신선이 사는 못으로 중국 곤륜산(崑崙山)에 있고,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다는 곳이다. 곤륜산 정상에는 요지(瑤池)란 연못이 있어 밤에 천상에서 신선들이 용이나 기린, 또는 봉황을 타고 내려온다.《穆天子傳》. 여기서는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놀던 용지(龍池)의 침향정(沈香亭)의 연회 등을 말한다.
* 玉輦(옥련) : 황제의 수레. 玉輦金車(옥련금거)는 천자(天子)가 타는 금옥(金玉)으로 장식한 수레를 이른다.
* 誇胡新賦作(과호신부작) : 양웅이 장양부를 지어 오랑캐에게 나라의 태평을 자랑했다는 것을 인용하였다. 양웅(揚雄)은 양자운(楊子雲)을 말하며 자(字)가 자운(子雲)이며 한(漢)나라 때의 유학자이다.
* 諫獵短書成(간렵단서성) : 사마상여가 천자를 위한 유렵부(游獵賦)를 간략히 지어 효무제(孝武帝) 에게 올려 사냥의 폐습을 간하였다.<史記 司馬相如列傳>
* 紫霄(자소) : 하늘의 구소(九霄) 중의 하나. 천자를 비유한 말이다. 九霄(구소)는 구천(九天), 즉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말한다. 중국의 전설상의 하늘의 9가지 분야(分野)로 신소(神霄), 청소(靑霄), 벽소(碧霄), 단소(丹霄), 경소(景霄), 옥소(玉霄), 낭소(琅霄), 자소(紫霄), 태소(太霄)를 말한다.
* 莊周空說劒(장주공설검) : 장자처럼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간하지 못하였다. 장자(莊子)가 조(趙)나라 문왕(文王)을 만나 검(劍)에 관해 이야기하며 무력이 부질없음을 고하였다.
* 墨翟耻論兵(묵적치론병) : 墨翟(묵적)은 묵자(墨子). 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이며 목수 출신으로 기계를 만드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묵자가 공수반을 만나 초나라와 송나라의 가상의 전쟁을 하는데 공수반이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아홉 번이나 바꾸면서 기계로 공격하였으나 묵자가 모두 이를 막아내어 송나라가 침공하려는 것을 그만두게 하였다.<墨翟之守(묵적지수)>
* 拙薄(졸박) : 재능이 모자라고 운명이 기박함.
* 耦耕(우경) : 두 사람이 나란히 밭을 갈다.
* 顧無蒼生望(고무창생망) : 돌이켜 보니 백성들이 돌아오길 바라지도 않다. 사안석은 은거하자 백성들이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었다.
* 空愛紫芝榮(공애자지영) : 진(秦)나라 말기에 동원공(東園公)ㆍ기리계(綺里季)ㆍ하황공(夏黃公)ㆍ녹리선생(甪里先生) 등 이른바 사호(四皓)가 폭정을 피해 상산(商山)에 들어가서 자지(紫芝), 즉 영지(靈芝)를 캐어 배고픔을 달래고 천하가 안정되기를 기다리며 자지곡(紫芝曲)을 지어 불렀다.<高士傳>
* 寥落(요락) : 쓸쓸하다. 적막하다.
* 霞色(하색) : 저녁노을 빛.
* 微茫(미망) : 어슴푸레하다.
* 綠蘿月(록라월) : 푸른 등라(藤蘿)사이로 비추는 달빛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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