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詩仙 李白 詩

증왕륜(贈汪倫) - 이백(李白)

by 산산바다 2020. 10. 30.

산과바다

 

李白 詩(이백 시) HOME

 

 

 

              증왕륜(贈汪倫) - 이백(李白)

              왕륜에게 주다

 

李白乘舟將欲行(이백승주장욕행) : 이백이 배를 타고 떠나려는데

忽聞岸上踏歌聲(홀문안상답가성) : 갑자기 해안에서 답가소리 드려오네

柳花潭水深千尺(류화담수심천척) : 유화담 못물이 천척(千尺)이라 하지만

不及送汪倫我情(불급송왕륜아정) : 왕륜이 나를 보내는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 : 대상이 윗사람 내지 수평인 관계의 사람에게 주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에게 준다고 할 때는 갚을 수(酬)자를 쓴다.

* 汪倫 : 도화담(桃花潭)에서 가까운 가촌(賈村)에 살던 호사(豪士)로 알려진 사람이다.

* : 장차 장~하려 하다의 뜻이다.

* 踏歌 : 발로 땅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다.

* 桃花潭 : 안후이성(安徽省) 경현(涇縣) 서남쪽에 있는 호수로 <일통지一統誌>에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기심불가측其深不可測]’고 했을 만큼 물이 깊다고 알려진 명소名所이다.

 

어느 해 봄날, 이백이 선성(宣城)의 경정산(敬亭山)에서 경현성(涇縣城)의 수서(水西)로 왔다. 당시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서지방은 한창 올라오는 취죽(翠竹)이 옛 탑을 감싸 안고, 냇물은 소리를 내며 옛 절을 휘돌아 흐르고 있었다. 이백은 이곳이 좋아 며칠을 묵으면서 시(詩)도 지으며 떠날 줄을 몰랐다. 평소 이백을 흠모한 안후이성(安徽省) 사람 왕륜汪倫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들뜬 마음으로 청익강에 거룻배를 띄우고 수서를 향해 저어나갔다. 전혀 안면이 없었지만 첫 눈에 기품있는 선비가 이백임을 알아본 왕륜(汪倫)은 말을 걸었다.

저는 왕륜이라고 합니다. 선비님께서 약주를 즐기시고, 시 읊는 것을 낙(樂)으로 삼으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곳을 안내해 드리고자 하는데, 선비님의 의향은 어떠신지요?”
그곳이 어딘가?”
이백의 물음에 왕륜은 물결이 반짝이는 청익강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강 상류에 제가 살고 있는 도화담(桃花潭)이 있습니다. 그 연못 주위에는 십리도화(十里桃花)만가주점(萬家酒店)이 있습니다.”
이백이 경현(涇縣)에 와서 여러 날이 지났건만 그런 곳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터라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표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닐 듯싶어 간다고 했다. 왕륜은 이백을 태우고 청익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백이 도화담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허허벌판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도화나무 한 그루와 그 옆에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초막이 전부였다. 이백은 설마 이곳이 그가 얘기하던 도화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려던 참에 왕륜이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주막으로 들기를 권하였다. 왕륜은 이백에게 자리를 권한 다음 주인에게 잘 익은 술과 산나물 몇 접시를 내오게 하였다. 그리고 술잔을 들어 이백에게 권하며 말했다.
선비님, 황량한 산촌(山村)에 모신 것을 언짢아하지 마십시오.”
이곳이 자네가 이야기했던 도화담(桃花潭)이란 말인가?”
, 그러합니다. 이곳이 도화담(桃花潭)입니다.”
왕륜이 웃으며 대답하자, 이백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면 자네는 나를 속인 것 아닌가? 십 리나 피어있다는 도화(桃花)는 뭐고, 만 집이나 되는 술집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백의 추궁에 왕륜이 태연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그것들은 이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곳이 십리변산(十里邊山)입니다. 그리고 주점 앞에 도화나무가 있으니 십리도화(十里桃花)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만가주점(萬家酒店)은 어떻게 된 것인가?”
왕륜은 창밖의 주점깃발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초막의 처마 밑에 비스듬히 대나무장대가 꽂혀 있고, 그 끝에 주점임을 알리는 누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보십시오, 저 깃발에 분명히 만가주점(萬家酒店)이라고 씌어 있지 않습니까?”
주점 주인의 성이 만(萬)씨였던 것이다. 이백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서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잡히자 왕륜은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선비님, 저는 산 속에 사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평소에 선비님의 시(詩)가 좋아서 선비님을 한 번 만나 뵙는 것이 소원(所願)이었습니다. 이번에 선비님이 수서(水西)에 와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집으로 모시려 했습니다만, 제 집이 워낙 빈한(貧寒)하고 누추(陋醜)하여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꾀를 내어 선비님을 이리로 모신 것입니다. 나이도 어린 것이 감히 선비님을 기만(欺瞞)한 점,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왕륜이 말을 마치고 나서 머리 숙여 절을 하였다. 이백은 왕륜의 그러한 마음에 감동하였다. 이백은 왕륜의 손을 끌어당기며 다정하게 말하였다.
진작 자네의 그러한 심정을 이야기하지 그랬는가? 자네가 그 꾀를 부리지 않아도 왔을 것이네. 나도 자네가 좋으니 우리 친구하세나!”
왕륜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천하의 대시인인 이백이 보잘것없는 자기에게 벗을 하자고 하다니 너무나도 감격한 일이었다. 왕륜은 감격한 나머지 이백의 손을 덥석 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이백의 소매 자락에 떨어졌다. 이렇게 하여 이백은 도화담에서 왕륜과 동네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10여 일을 보냈다. 이백이 떠나는 날 왕륜은 못내 아쉬워 답가(踏歌)를 부르며 배웅을 하였는데, 이백이 이를 듣고 크게 감동하여 이 시를 써주고 떠났다. 이백이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몇 번을 돌아보아도 왕륜은 돌아갈 줄 모르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산과바다 이계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