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궁중행락사8수(宮中行樂詞八首) - 이백(李白)
궁중 행락의 노래
其一
小小生金玉(소소생금옥) : 어려서부터 황금의 저택에서 태어나
盈盈在紫薇(영영재자미) : 몸이 풍만해져서 궁전에서만 사네.
山花揷寶髻(산화삽보계) : 산꽃은 아름다운 꼭지머리에 꽂고
石竹繡羅衣(석죽수나의) : 패랭이꽃을 비단 저고리에 수놓았네.
每出深宮裏(매출심궁리) : 매양 깊은 궁전 속에서 나올 때 마다
常隨步輦歸(상수보련귀) : 임금님 연(輦)을 따라 돌아왔네.
只愁歌舞散(지수가무산) : 다만 근심스러움은 노래와 춤 다 끝낸 뒤
化作彩雲飛(화작채운비) : 채운이 되어 날아가 버릴까 하는 것이네.
* 당 현종이 봄날을 즐기다가 술 취한 이백을 불러 짓게 하였다는 노래이다. 이백은 평소 형식이 엄격한 근체의 시는 즐겨 짓지 않았으므로 현종은 짐짓 그 실력을 보고자 율시(律詩)를 짓게 하였는데, 이백은 그 자리에서 일필휘지로 10수의 〈궁중행락사〉를 지어 뒤에 귀비(貴妃)가 되는 양태진(楊太眞)과 궁녀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였다. 지금 전해지는 것은 그 중 8수라고 한다. 당대(唐代)에 만들어진 근대곡사(近代曲辭) 중의 하나이다.
其二
柳色黃金嫩(류색황금눈) : 버들은 황금빛으로 부드럽고
梨花白雲香(이화백운향) : 배꽃은 흰 구름처럼 향기롭다.
玉階巢翡翠(옥계소비취) : 옥루(玉樓)에 비취(翡翠)새 깃들고
珠殿鎖鴛鴦(주전쇄원앙) : 구슬 전각엔 원앙이 숨었네.
選妓隨雕輦(선기수조련) : 아름다운 궁녀 뽑아 임금 수레 따르게 하고
徵歌出洞房(징가출동방) : 노래를 청하여 깊숙한 궁방에서 나오게 하네.
宮中有第一(궁중유제일) : 궁중에서 제일 예쁜이는 누군가
飛燕在昭陽(비연재소양) : 소양전(昭陽殿)에 비연(飛燕)이가 있다네.
其三
盧橘爲秦樹(노귤위진수) : 노(盧)나라 귤은 본디 진(秦)나라 나무요
蒲桃出漢宮(포도출한궁) : 포도도 한(漢)나라 궁궐에서 난다네.
烟花宜落日(연화의락일) : 연하에 쌓인 꽃은 낙조에 더 어울리고
絲管醉春風(사관취춘풍) : 풍악소리 울리는 가운데 봄바람에 취하네.
笛奏龍鳴水(적주룡명수) : 피리 가락엔 용이 물속에서 울부짖고
簫吟鳳下空(소음봉하공) : 퉁소 소리에 봉황이 내려앉네.
君王多樂事(군왕다락사) : 임금에겐 즐거운 일 많건마는
還與萬方同(환여만방동) : 도리어 온 천하와 더불어 즐긴다네.
其四
玉樹春歸日(옥수춘귀일) : 옥 같은 나무에 봄 돌아오는 날엔
金宮樂事多(금궁락사다) : 황금 궁궐엔 즐거운 일 많기도 하다.
後庭朝未入(후정조미입) : 후궁엔 아침에 들지 않지만
輕輦夜相過(경연야상과) : 가벼운 연으로 밤에만 납신다.
笑出花間語(소출화간어) : 웃음은 꽃 사이에서 소곤거리다가 나오고
嬌來燭下歌(교래촉하가) : 아리따움은 촛불 아래 노래 속에서 나타나네.
莫敎明月去(막교명월거) : 밝은 저 달을 지게 두지 말지니
留著醉姮娥(유저취항아) : 항아(姮娥)님 붙잡아 취해 보리라.
其五
繡戶香風暖(수호향풍난) : 수놓은 방에 향기로운 바람 따스한데
紗窗曙色新(사창서색신) : 비단 친 창에는 새벽빛이 새롭네.
宮花爭笑日(궁화쟁소일) : 궁정의 꽃들 다투어 햇볕에 웃고
池草暗生春(지초암생춘) : 연못 풀은 살며시 봄빛을 띠었어라.
綠樹聞歌鳥(녹수문가조) : 녹음 속에는 새소리 들리고
靑樓見舞人(청루견무인) : 푸른 누대엔 춤추는 이 너울댄다.
昭陽桃李月(소양도리월) : 소양전(昭陽殿) 복사꽃 핀 달 아래선
羅綺自相親(라기자상친) : 비단 옷자락들 절로 스치누나.
其六
今日明光裏(금일명광리) : 오늘 명광문(明光門) 안에서
還須結伴遊(환수결반유) : 짝지어 놀아 볼거나.
春風開紫殿(춘풍개자전) : 봄바람에 궐문을 여니
天樂下珠樓(천락하주루) : 천상의 음악이 구슬 누대에 울려온다.
豔舞全知巧(염무전지교) : 고운 춤은 지혜와 기교를 다하고
嬌歌半欲羞(교가반욕수) : 아름다운 노래는 반쯤 수줍음 머금었다.
更憐花月夜(갱연화월야) : 더욱 아름다운 것은 꽃에 달이 비치는 밤이면
宮女笑藏鉤(궁녀소장구) : 궁녀들이 장구놀이를 하며 웃어대는 거라네.
其七
寒雪梅中盡(한설매중진) : 찬 눈은 매화 속에 스러지고
春風柳上歸(춘풍류상귀) : 봄바람은 버드나무 위로 돌아왔다.
宮鶯嬌欲醉(궁앵교욕취) : 궁궐 안 꾀꼬리 고운 소리 취한 듯 하고
簷燕語還飛(첨연어환비) : 처마 밑 제비는 지저귀며 나는구나.
遲日明歌席(지일명가석) : 긴긴해는 노래 자리를 비추고
新花艶舞衣(신화염무의) : 새로 핀 꽃에 춤옷 더욱 돋보인다.
晩來移綵仗(만래이채장) : 저물어 의장대(儀仗隊)를 옮기니
行樂好光輝(행락호광휘) : 즐거운 놀이가 진득하게 빛나는구나.
其八
水綠南薰殿(수록남훈전) : 물 푸른 남훈전(南薰殿)이요
花紅北闕樓(화홍북궐루) : 꽃 붉은 북궐루(北闕樓)로다.
鶯歌聞太液(앵가문태액) : 꾀꼬리 노래 태액지(太液池)에 들려오고
鳳吹遶瀛洲(봉취요영주) : 생황 소리 영주산(瀛洲山)을 감돌도다.
素女鳴珠佩(소녀명주패) : 하얀 궁녀는 패옥을 울리고
天人弄綵毬(천인농채구) : 천상 선녀는 채색 공을 희롱하네.
今朝風日好(금조풍일호) : 오늘 아침은 풍광이 좋으니
宜入未央遊(의입미앙유) : 미앙궁(未央宮)에 들어가 놀 만하리.
* 이백이 이 연작시에서 묘사하고자 한 것은 군왕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과 나른한 행복감이다. 제왕은 화사한 봄날 아름답게 단장한 총비(寵妃)를 대동하고 가마를 골라 탄다. 쾌청한 아침이나 풍악이 얼크러지는 저녁도 좋고, 꽃 핀 달밤 또한 좋다. 연못가나 푸른 누대 어느 곳이건 마음 내키는 곳에 가서는 노래와 춤을 즐기며 풍악을 울린다. 가기(歌妓)나 무희(舞姬)는 셀 수 없이 많고, 먼 곳에서 나는 노귤(盧橘)이나 포도 같은 진기한 과일은 얼마든지 있다. 온갖 새들은 푸른 녹음과 붉은 꽃 사이에서 노래하며 군왕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백의 악부시 중에 등장하는 장안 왕족들의 행복한 봄노래는 불우한 선비의 우울한 가을노래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 당 현종 앞에서 술 취한 이백의 신발을 벗기는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던 당대의 환관(宦官) 고력사(高力士)는, 이백의 악부 〈궁중행락사 2〉의 "궁중에서 그 누가 제일이런가? 소양전에 있는 조비연이지"의 구절과 〈청평조사 2〉의 "묻노니, 한 궁의 누구와 닮았는가. 가녀린 조비연이 새 단장하고 섰구나."와 같은 몇 구절을 예로 들면서, 이백이 양태진을 나라 망칠 여인으로 예언하였다며 그녀의 화를 돋우었다고 한다. 종래의 학자들 역시 궁중 행락을 예찬한 이 두 작품에 풍자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해왔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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