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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時調詩 ***/妓女의 時調

소춘풍의 시

by 산산바다 2006. 12. 7.

산과바다

 

 

소춘풍(笑春風)의 시조(1)

 

당우(唐虞)를 어제 본 듯 한당송(漢唐宋)을 이제 본 듯

통고금(通古今) 달사리(達事理)하는 명철사(明哲士)를 어데 두고

제 설데 역력히 모르는 무부를 어이 쫓으리이까.

 

(지은이)

소춘풍 : 조선 성종조 때의 명기(名妓)로서 가무는 물론, 시와 문장에도 능하여서 왕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작품소개)

성종임금이 궁중에서 문무백관을 초청하여 베푼 연회에서 소춘풍에게 글을 지어 보라고 하자 먼저 위의 시조를 지었다고 한다.

문관을 추켜 세우고 무관을 비하하는 내용이므로 당연히 이 시조를 들은 무관들이 노하여서 자못 분위기가 살벌해져 가는데, 계속하여 두편을 더 지어서 분위기를 좌우하면서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켰 다고 한다.

 

(감상)

(한쪽에 품계를 따라 도열한) 문관 대신들을 보노라니

마치 중국 고대의 태평성대의 상징인 요(堯)임금과

순(舜)임금 시대와 문물이 발달했던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시대를 만난 듯 합니다.

 

(이에 더하여) 고금의 역사에 밝고 사람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에에도 두루 통한 현명한 선비님들을 두고서,

제 분수도 잘 모르는 무부(武夫)들을 따르겠나이까......!!

 

 

소춘풍(笑春風)의 시조(2)

 

전언(前言)은 희지이(戱之耳)라 이 내말씀 허물마오

문무일체(文武一體)인줄 나도 잠간 아옵나니

두어라 규규무부(糾糾武夫)를 아니 좇고 어이리

 

(감상)

앞에 드린 말씀은 농담이니 너무 허물하지 마세요.

(나라를 다스리는데) 문과 무가 하나인 것은 (소견좁은) 저도 안답니다.

저 늠름하고 씩씩한 사나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를 따르겠나요....!!

 

(후기)

첫 시조로 무관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소춘풍은 두번째 시조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서 무관들의 속을 풀어 놓는다.

 

상감인 성종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고, 재치만점인 소춘풍의 태도에 조정에서 내노라 하는 신하들도 감탄을 연발하며 은근히 소춘풍의 관심을 끌어 볼려고 한다.

 

주흥(酒興)과 명기의 재치만점의 언동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가는데....

 

 

소춘풍(笑春風)의 시조(3)

 

제(齊)도 대국(大國)이요 초(楚)도 역대국(亦大國)이라.

조그만 등국(滕國)이 간어제초(間於齊楚)하였으니

두어라 하사비군(何事非君)가 사제사초(事齊事楚)하리라.

 

 

조정의 잔치 자리에서 부른 노래라서 그런지 한문투에 토를 달아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앞에서 보았듯이 문신과 무신에게 술을 권하며 아양 떠는 노래다. 첫 수의 초장은 중국에서 태평성대라고 칭하는 요순시절이나 문물이 융성했던 한당송(漢唐宋)을 당대에 비긴 것이고, 중장에서 문관이 공부를 많이 해서 고금을 꿰뚫어 알고 온갖 일의 이치에 통달하였다고 추켜세운 다음, 종장에서 ‘제 설 데도 잘 모르는 무부들’을 어찌 좇겠느냐고 사정없이 깎아내렸다.

 

둘째 수의 초장은 앞 말이 장난이라고 부정해 버리고 그것을 허물치 말라는 무지조 몰염치의 기생다운 발언이다.

 

중장에서 무반도 문반과 한가지로 조정에서 중요하다고 무반의 기분을 무마한 다음에, 종장에서 씩씩한 무반을 따르겠다고 하여 이리저리 쏠리는 무절조를 드러내었다. 양쪽에 한번씩 아양을 떨었지만 결국 양쪽을 한번씩 성나게 한 셈이다.

 

그래서 셋째 수의 초장에서는 양쪽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상대임을 실토했다. 문신과 무신이 마치 중국의 전국시대에 힘을 겨루던 제나라와 초나라처럼 강대국이라고 비유했다. 중장에서 자신은 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등나라처럼 힘이 없어 난처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종장에서 그러니 어느 나라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겠느냐며 제나라도 섬기고 초나라도 섬기겠다고 절개 없는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기생이었고 그에게 절개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보다는 임금과 문무고관을 모신 자리에서 한문에 대한 교양과 능란한 재주로 모두를 즐겁게 하는 언어기교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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