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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時調詩 ***/妓女의 時調

기생 한우의 시(한우와 임제)

by 산산바다 2006. 12. 7.

산과바다

 

 

         기생 한우의 시조

 

 

조선 선조 임금 때 백호(白湖) 임제(林悌)라는 분이 있었지요?

병마절도사를 지낸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는 어려서부터 고문을 줄줄 외우고 성격도 호방하여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29세 되던 해에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치다가 동서붕당이 일어나자 벼슬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전국의 명산대첩을 찾아 유랑하면서 풍류를 즐기고 수많은 시와 소설을 남겼던 인물입니다.  

당시 또 한우(寒雨)라는 기생이 있었지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임제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北天이 맑다커늘 雨裝업씨 길을 난이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맛잣시니 얼어잘까 하노라

 

그러면 이 시를 요즈음 우리말로 고쳐 읽어볼까요? 북쪽하늘이 맑다고 하기에 비옷 없이 길을 가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구나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서 자야 하겠노라 한우(寒雨)라는 한자말은 우리말로 찬비라는 뜻이기도 하고 또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마음을 빼앗아간 기생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임제는 사랑하는 한우에게 시조라는 운치 있는 도구를 통해서 거침없이 자신의 마음을 전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찬비를 맞은 얼음 같은 행색을 표현하여 한우의 모성애적 본능을 자극함으로써 한우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따뜻하게 해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글을 받은 한우는 그에 못지 않은 시조로 화답하고 있지요.

 

어이 얼어잘이 므스일 얼어잘이

鴛鴦枕 翡翠衾을 어듸두고 얼어잘이

오늘은 찬비 맛자신이 녹아 잘까하노라

 

그럼 이 시조도 요즈음 우리말로 고쳐 읽어볼까요?  

 어찌 얼어서 자겠는가 무슨 일로 얼어서 자겠는가 원앙베개 비취이불을 어디에 두고 얼어서 자겠는가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서 잘까 하노라 여기서 「얼다」라는 말을 「어우러져서 안고 자다」라는 말로 해석하면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타내는 말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건 좀 과한 해석일 것 같지 않은가요? 언젠가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만...

어떻든 찬비 맞아 얼어붙은 임제의 행색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는 한우의 모성애가 녹아있지 않은가요? 이렇듯 당시와 같은 봉건시대에도 우리 조상님네들의 풍류,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사로잡는 유머와 재치는 정말 뛰어나다고 할 것입니다요.. 요즈음도 유머러스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지요?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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