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一
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 : 옥 같은 이슬 맞아 단풍나무 숲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 : 무산의 무협에는 가을 기운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 : 강의 물결은 하늘로 치솟고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 : 변방의 바람과 구름 땅을 덮어 음산하다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 : 국화 떨기 두 차례 피어나니 지난날이 눈물겹다.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 : 외로운 배 묶어둔 것 고향 생각하는 마음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 : 겨울옷 준비에 곳곳에서 가위질과 자질을 재촉하고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급모침) : 백제성은 높고 저물녘 다듬이질 소리 바쁘기만 하구나
其二
夔府孤城落日斜(기부고성낙일사) : 기주의 외로운 성에는 저녁 해 기울고
每依北斗望京華(매의북두망경화) : 언제나 북두성 보며 서울을 그린다.
聽猿實下三聲淚(청원실하삼성루) : 원숭이 울음 세 번 들으면 눈물이 떨어지고
奉使虛隨八月槎(봉사허수팔월사) : 사신 수행은 팔월 뗏목처럼 헛되었다.
畵省香爐違伏枕(화성향로위복침) : 상서성에 숙직할 일 몸이 아파 어긋나고
山樓粉堞隱悲笳(산루분첩은비가) : 산의 누의 성가퀴에는 애달픈 피리소리이 은은하다.
請看石上藤蘿月(청간석상등라월) : 보시오, 바위 위의 등라에 걸린 달이
已暎洲前蘆荻花(이영주전노적화) : 영주 섬 앞 갈대꽃을 비추고 있는 것을
其三
千家山郭靜朝暉(천가산곽정조휘) : 산성의 일천 집들에 아침 햇살 고요한데
日日江樓坐翠微(일일강루좌취미) : 날마다 강가 누대에서 푸른 산기운 속에 앉아본다.
信宿漁人還汎汎(신숙어인환범범) : 이틀 밤을 지낸 어부 다시 배를 띄우고
淸秋燕子故飛飛(청추연자고비비) : 맑은 가을에 제비는 일부러 하늘을 난다.
匡衡抗訴功名薄(광형항소공명박) : 광명처럼 간언을 올렸지만 공명은 낮았다.
劉向傳經心事違(유향전경심사위) : 유향처럼 경전을 전하려 하나 마음과 일이 어긋나네.
同學少年多不賤(동학소년다불천) :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이들 모두 부귀하여
五陵衣馬自輕肥(오릉의마자경비) : 오릉 땅에 살면서 옷과 말은 빠르고 살찐 것들이라네.
其四
聞道長安似奕棊(문도장안사혁기) : 듣자니, 장안의 시국이 바둑판이라니
百年世事不勝悲(백년세사불승비) : 평생의 세상 일 슬픔 이기지 못하겠네.
王侯第宅皆新主(왕후제택개신주) : 왕후의 저택은 모두가 새 주인
文武衣冠異昔時(문무의관이석시) : 문무의 의관도 옛 날과는 다르다네.
直北關山金鼓震(직북관산금고진) : 바로 북쪽 관산은 징과 북이 진동한다.
征西車馬羽書馳(정서거마우서치) : 서쪽 정벌 떠나는 수레와 말들 그리고 격문은 치닫고
魚龍寂寞秋江冷(어룡적막추강냉) : 가을 강은 차갑고 물고기도 조용하니
故國平居有所思(고국평거유소사) : 고국에 살던 그 때가 생각나네.
其五
蓬萊古闕對南山(봉래고궐대남산) : 봉래산 높은 궁궐은 종남산과 마주보고
承露金莖宵漢間(승로금경소한간) : 이슬 받는 통천대의 금줄기대는 하늘 은하수에 닿았도다.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 서쪽으로 요지를 바라보니 서왕모가 내려오고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 동에서 온 보랏빛 상서로운 구름 함곡관에 가득하다.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 구름이 꿩 꼬리 깃 부채로 옮겨지니 궁궐의 부채 열리고
日繞龍鱗識聖顔(일요용린식성안) : 햇빛이 용의 비늘을 둘러싸니 비로소 임금의 얼굴 보였다네.
一臥滄江驚歲晩(일와창강경세만) : 푸른 강 자연에 살면서 한해가 저물어감에 놀라나니
幾回靑瑣點朝班(기회청쇄점조반) : 지난 날 조회 때에 청쇄문에서 몇 번이나 점호를 받았던가?
其六
瞿唐峽口曲江頭(구당협구곡강두) : 구협당 어구와 곡강 머리가
萬里風煙接素秋(만리풍연접소추) : 만리 먼 곳이 안개바람으로 가을이 가득하다.
花萼夾城通御氣(화악협성통어기) : 화악루의 협성에는 임금의 행차가 이이지고
芙蓉小苑入邊愁(부용소원입변수) : 부용 작은 연못에는 변방 시름 깃든다.
珠簾繡柱圍黃鵠(주렴수주위황곡) : 수놓은 기둥의 구슬발은 누런 고니를 두르고
錦纜牙檣起白鷗(금람아장기백구) : 비단닻줄 상아돛대에서 흰 갈매기 날아오른다.
回首可憐歌舞地(회수가련가무지) : 머리 돌려 노래하고 춤추던 곳 바라보니 애달고나
秦中自古帝王州(진중자고제왕주) : 진중은 예로부터 제왕의 고을이라네.
其七
昆明池水漢時功(곤명지수한시공) : 곤명지의 물자원은 한나라의 공이니
武帝旌旗在眼中(무제정기재안중) : 한 무제의 깃발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織女機絲虛夜月(직녀기사허야월) : 직녀 베틀 위의 실은 달빛 아래 실없고
石鯨鱗甲動秋風(석경인갑동추풍) : 돌고래 비늘 껍질 가을바람에 펄렁인다.
波漂菰米沈雲黑(파표고미침운흑) : 줄 열매 파도에 떠다니고 검은 구름 물에 잠기고
露冷蓮房墜粉紅(노냉연방추분홍) : 연방엔 이슬이 차고 붉은 연꽃은 떨어진다.
關塞極天唯鳥道(관새극천유조도) : 변방의 관문 하늘에 닿아 오직 새들만 날고
江湖滿地一漁翁(강호만지일어옹) :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엔 늙은 어부 한 사람.
其八
昆吾御宿自逶迆(곤오어숙자위이) : 곤오와 어숙으로 가는 길 구불구불
紫閣峰陰入渼陂(자각봉음입미피) : 자각봉 산그늘 미피 땅에 들어온다.
香稻啄殘鸚鵡粒(향도탁잔앵무립) : 향기로운 벼에는 앵무새 낱알 쪼아 먹고
碧梧棲老鳳凰枝(벽오서로봉황지) : 벽오동 나무에는 봉황새 가지에 깃든다.
佳人拾翠春相問(가인습취춘상문) : 봄이면 가인들은 비취새 깃털 주워 서로 묻고
仙侶同舟晩更移(선려동주만갱이) : 저녁이면 좋은 짝이 함께 배를 타고 다시 옮겨갔다.
彩筆昔曾干氣象(채필석증간기상) : 글 솜씨가 한 때는 하늘을 찔렀는데
白頭今望苦低垂(백두금망고저수) : 백발 된 지금 바라보다 애써 고개 숙인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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