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수노별(垂老別) - 두보(杜甫)
늙어서의 이별
四郊未寧靜(사교미녕정) :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垂老不得安(수노부득안) : 늙은이조차 편안할 수가 없네.
子孫陣亡盡(자손진망진) : 자손들이 모두 전사 했건만
焉用身獨完(언용신독완) : 어찌 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投杖出門去(투장출문거) : 지팡이 던지고 전선 향해 문을 나서니
同行爲辛酸(동항위신산) : 동행도 나를 보며 맘 아파하네.
幸有牙齒存(행유아치존) : 다행히 치아는 남아 있지만
所悲骨髓乾(소비골수건) :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버린 것
男兒旣介胄(남아기개주) : 사나이 이미 군복을 입었으니
長揖別上官(장읍별상관) : 길게 경례하고 상관과 이별하네.
* 垂老 : 늘그막
* 四郊 : 사방의 교외
* 寧靜 : 편안하고 조용함
* 不得安 : 편안치 못함
* 亡盡 : 전사
* 焉用 : 어찌 하겠느냐
* 辛酸 : 가슴 아프게 여김
* 所悲 : 슬프게도
* 介胄(개주) : 갑옷과 투구
* 長揖 : 군대식 경례
늙은 몸으로 징용되여 싸움터로 나가는 서러움을 읊고 있다. 자식까지 전사한 처지에 늙은 몸이 홀로 살아 있느냐 하며 지팡이 던지고 군복을 입고 나서는 서글픔을 표현하고 있다.
老妻臥路啼(노처와노제) : 늙은 처는 길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歲暮衣裳單(세모의상단) : 세모에 여전히 홑옷을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숙지시사별) : 누가 알랴 이것이 사별이 될지
且復傷其寒(차복상기한) : 추위에 떨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此去必不歸(차거필부귀) :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 텐데
還聞勸加餐(환문권가찬) : 더 먹고 가라 권하는 아내의 목이 메이네.
土門壁甚堅(토문벽심견) : 토문관 성벽은 아주 견고하고
杏園度亦難(행원도역난) : 행원나루 역시 건너오기 어려우니
勢異鄴城下(세이업성하) : 업성의 전투 때와는 형세도 다르니
縱死時猶寬(종사시유관) : 죽게 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겠지
人生有離合(인생유리합) :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으니
豈擇衰盛端(개택쇠성단) : 어찌 젊고 늙은 때를 가리겠나.
* 衣裳單 : 홑옷
* 且復 : 거듭
* 傷其寒 : 추이에 떠는 처 가슴 아파
* 還聞 : 처의 말을 듣는다.
* 勸加餐 : 더 들라고 권함
* 土門 : 하북성의 한 관문
* 杏園 : 하남성의 행원지
* 勢異 : 세가 다르다
* 鄴城下 : 업성에서 싸울 때
* 縱死(종사) : 설사 죽는다 해도
* 時猶寬 : 시간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음
* 豈擇 : 어찌 택하랴
* 衰盛端 : 늙고 젊을 가리지 않음
떠나는 남편 앞에 늙은 처 통곡하며 다시는 못 올 텐데 더 먹고 가라고 목이 메인다.
세모에 홑옷입고 떨고 있는 처를 생각하고 가슴 아파하며 용기를 내여 가는 곳 요새는 견고하니 안심하라며 늙고 젊음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자탄한다.
憶昔少壯日(억석소장일) : 예전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며
遲廻竟長嘆(지회경장탄) : 머뭇머뭇 주저하다 길게 탄식하네.
萬國盡征戍(만국진정수) : 온 나라가 온통 전쟁에 휘말리어
烽火被岡巒(봉화피강만) : 봉화가 모든 산을 뒤덮었으니
積屍草木腥(적시초목성) : 시체 쌓여 초목에선 피비린내 나고
流血川原丹(유혈천원단) :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何鄕爲樂土(하향위낙토) : 어느 마을에 간들 낙토가 있을까 마는
安敢尙盤桓(안감상반환) : 어찌 아직도 이리 맴돌고 서성거리나
棄絶蓬室居(기절봉실거) : 옹색한 살림이나마 두고 가려니
傝然摧肺肝(탐연최폐간) : 흑 더미 문어지듯 가슴이 메이네.
* 憶昔(억석) : 옛날을 생각함
* 遲廻(지회) : 머뭇거리고 주저함
* 征戍(정수) : 방비함
* 岡巒(강만) : 산과 언덕
* 積屍 : 시체가 싸임
* 腥(성) : 피비린내 남
* 川原丹 : 강과 들이 붉게
* 安敢 : 어찌 그대로 있겠느냐
* 盤桓(반환) : 맴 돈다
* 棄絶 : 딱 끊음
* 蓬室居 : 초가집 살림
* 傝然(탑연) : 불안한 흑 더미
* 摧(최) : 꺾임
머뭇거리는 노인의 머리에는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감회가 뒤섞여 늙은 아내를 두고 가는 아픔을 뒤로하고 전쟁의 피로 물든 세상에 작은 힘이 되고자 나선다. 그러나 흑 더미가 무너지듯 가슴이 메인다. 전화에 휩싸여 노소불문 총동원하여 전란을 막아 보지만 죽음이라는 인명 피해와 피비린내 나는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명작이다. 역사는 수많은 전화가 되풀이 되면서 이러한 전화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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