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무가별(無家別) - 두보(杜甫)
집 없이 이별함
寂寞天寶後(적막천보후) : 적막하구나, 난리 난 후에
園廬但蒿藜(원려단호려) : 집과 뜰이 쑥과 명아주 풀밭이 되었네.
我里百餘家(아리백여가) : 우리 동네 백 여 가구가
世亂各東西(세난각동서) : 난리 통에 뿔뿔이 흩어졌네.
存者無消息(존자무소식) : 산 자는 소식이 없고
死者爲塵泥(사자위진니) : 죽은 자는 흙이 되었네.
賤子因陳敗(천자인진패) : 미천한 이 몸은 싸움에 져서
歸來尋舊蹊(귀래심구계) : 고향에 돌아와 옛 길을 더듬네.
久行見空巷(구행견공항) : 오래도록 걸어도 빈 거리요
日瘦氣慘悽(일수기삼처) : 햇빛도 시들하고 이 마음도 비참하다오.
* 寂寞(적막) : 황폐하고 쓸쓸함
* 天寶後 : 천보14년 안록산의 반란 후
* 園廬 : 초가와 밭.
* 蒿藜(호려) : 쑥과 명이주
* 賤子 : 천한 나
* 因陳敗 : 759년 상주의 패전으로
* 尋 : 찾는다.
* 舊蹊(구혜) : 옛 작은 길
* 久行 : 오직 객지에 있었으므로
* 空巷 : 빈 마을
* 日瘦(일수) : 햇빛이 야윈듯함
* 氣慘悽(기참처) : 대기의 기색도 처참한 듯
전란에 가족을 다 잃은 외톨이가 된 두보는 패전으로 낙오하여 고향에 돌아왔으나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텅 빈 고향에 돌아와 옛길을 더듬으며 햇빛도 시들하고 대기의 기색도 처참함을 느낀다.
但對狐與狸(단대호여리) : 나를 대하는 거라곤 여우와 살쾡이
竪毛怒我啼(수모노아제) : 털을 곤두세우고 나를 보고 짖어대네.
四隣何所有(사린가소유) : 사방에 이웃이 있나 찾아보니
一二老寡妻(일이노과처) : 한두 명의 늙은 과부가 있을 뿐이네.
宿鳥戀本枝(숙조연본지) : 새도 묵었던 나뭇가지를 그리는 법인데
安辭且窮棲(안사차궁서) : 어찌 빈궁하다고 고향을 마다 할 수 있으리.
方春獨荷鋤(방춘독하서) : 마침 봄을 맞아 혼자서 호미질하고
日暮還灌畦(일모환관유) : 해가 지면 밭에다 물을 대었소.
縣吏知我至(현리지아지) : 고을의 관리가 내가 온 것을 알고는
召令習鼓鞞(소령습고비) : 관청의 북치는 것을 연습 하라고 명하였소.
雖從本州役(수종본주역) : 비록 우리 고장에서 부역을 하지만
內顧無所携(내고무소휴) : 집안에 거느린 식솔이 없는 외로운 신세.
* 狐與狸(호여리) : 여우와 살쾡이
* 竪毛(수모) : 털을 세움
* 宿鳥 : 나무위에 묵는 새
* 戀本枝(연본지) : 옛날 묵었던 가지를 그리워함
* 安辭(안사) : 어떻게 마다하겠는가?
* 窮棲(궁서) : 궁색한대로 깃들어 산다.
* 方春 : 마침 봄철
* 荷鋤(하서) : 호미를 메고
* 灌畦(관휴) : 밭에 물을 댐
* 鼓鞞(고비) : 기마군용 북
* 內顧 : 집안을 생각함
* 所携(소휴) : 처자 권속
황폐한 고향에는 들짐승이 짖을 뿐 사람이 없고 늙은 할멈 두어 명이 있을 뿐이라. 고향이란 애착으로 밭농사 지어 보고, 관청에 부역도 하며 홀로 외롭고 쓸쓸한 생활을 한다.
近行止一身(근행지일신) : 가까이 간대도 이 한 몸뿐이요.
遠去終轉迷(원거종전미) : 멀리 간다면 끝내는 떠돌 것이오.
家鄕旣蕩盡(기향기탕진) : 고향의 가족은 이미 다 흩어졌으니
遠近理亦齊(원근이역제) : 멀거나 가까운 것이 아무 의미 없구나.
永痛長病母(영통장병모) : 길이 가슴 아픈 것은 오래 앓다 돌아가신 우리 모친
五年委溝谿(오년위구곡) : 오년 전 장례도 제대로 못해드리고
生我不得力(생아부득력) : 나를 낳으시고 보탬이 되어 드리지 못하였으니
終身兩酸嘶(종신양산시) : 평생토록 우리 두 모자 슬퍼 울었지요.
人生無家別(인생무가별) : 이 인생 집도 없이 이별하니
何以爲蒸黎(하이위증려) : 이 어찌 평범한 백성이라 할 수 있으리.
* 近行 : 가까운 곳에서 일함
* 終轉迷(종전미) : 결국 떠돌이로 방황할 것임
* 蕩盡 : 다 없어짐
* 委溝谿(위구계) : 장사를 제대로 못해드림(구덩이 에 방치함)
* 不得力 :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함
* 兩酸嘶(양산시) : 서로 고생만하고 울음
* 爲蒸黎(위증려) : 백성이라 하겠는가(蒸-대중 黎-백성)
가족이 다 흩어지고 집도 없어진 고향. 이제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 신세. 돌아가신 모친 장례도 제대로 치러드리지 못한 불효를 한탄하며 정처 없이 떠나야하는 서글픔을 쓰고 있다. 垂老別에서는 충성을 쓰고, 여기서는 효孝로 끝을 맺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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