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天竺寺(천축사) : 소식(蘇軾)
천축사에 들려
香山居士留遺跡,天竺禪師有故家。空詠連珠吟疊壁,已亡飛鳥失驚蛇。
林深野桂寒無子,雨浥山姜病有花。四十七年真一夢,天涯流落涕橫斜。
香山居士留遺跡 : 향산 거사의 유적이 남아 있고,
天竺禪師有故家 : 천축 선사의 옛집도 있다네.
空詠連珠吟疊壁 : 연주체 아름다운 시를 읊어보는데
已亡飛鳥失驚蛇 : 이미 새 날고 뱀 놀랄만한 필적은 사라져 없네.
林深野桂寒無子 : 숲이 깊어 야생 계수나무는 그늘로 열매 맺지 않고
雨浥山姜病有花 : 비에 젖은 생강은 죽어가며 겨우 꽃이 피었네.
四十七年眞一夢 : 47년 세월이 진실로 하나의 꿈과 같고,
天涯流落淚橫斜 : 세상 끝 유랑하니 눈물 한없이 흐르네.
소식이 12세에 아버지 소순을 따라 건주(虔州)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때 부근의 천축사(天竺寺)에 들러 백거이가 쓴 시를 보았다. 47년이 지난 59세 때(1094) 다시 건주(虔州)를 지나면서 천축사(天竺寺)에 들렀는데, 이때는 이미 白居易의 詩가 보이지 않아 이에 〈천축사(天竺寺)〉란 시를 지어 자기의 감회를 서술하고 있다.
이 시도 위의 시와 마찬가지로 ‘인생여몽(人生如夢)’의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젊었을 때 보았던 시가 지금은 보이지 않고 47년의 세월 동안 경험한 정치적인 좌절과 유배 생활 등 모든 것이 하나의 꿈이라는 것이다.
이로 보아 소식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심리적으로 깊은 변화가 일어나 세상사의 모든 것이 허황하고 무상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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