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南華寺(남화사) : 소식(蘇軾)
조계 남화사에서
雲何見祖師,要識本來面。亭亭塔中人,問我何所見。可憐明上座,萬法了一電。飲水既自知,指月無復眩。
我本修行人,三世積精練。中間一念失,受此百年譴。摳衣禮真相,感動淚雨霰。借師錫端泉,洗我綺語硯。
云何見祖師(운하견조사) : 왜 조사를 만나느냐고 말한다면,
要識本來面(요식본래면) : 본래의 면목을 알기 위해서이네.
亭亭塔中人(정정탑중인) : 탑 속에 있는 육조 혜능 스님이
問我何所見(문아하소견) : 나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可憐明上座(가련명상좌) : 가련한 명상좌 혜명 스님은
萬法了一電(만법료일전) : 만법을 눈 깜짝할 사이에 깨달았네.
飮水旣自知(음수기자지) : 물을 마실 때 스스로 마셔야 맛을 알고,
指月無復眩(지월무복현) : 손가락에 다시는 현혹되지 않으리.
我本修行人(아본수행인) : 나는 본래 수행하는 사람으로
三世積修練(삼세적수련) : 삼세에 걸쳐 수련을 쌓았다네.
中間一念失(중간일념실) : 중간에 한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受此百年譴(수차백년견) : 백 년간에 허물을 입었다네.
摳衣禮眞相(구의례진상) : 옷자락을 들어 올려 육조께 예를 갖추니,
感動淚雨霰(감동누우산) : 감동으로 싸라기 같은 눈물이 흐르네.
借師錫端泉(차사석단천) : 육조 스님의 석단천의 물을 빌어서,
洗我綺語硯(세아기어연) : 아름다운 글을 짓는 벼루를 씻는다네.
蘇軾의 나이 59세인 소성원년(紹聖元年) (1094)에 惠州로 안치하라는 명을 받고, 선종의 대표적인 성지이며, 육조대사가 법을 전한 그 유명한 조계남화사(曹溪南華寺)에 도착하여 육조탑을 마주하고 아래의 <南華寺>를 지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육조 혜능 앞에선 소식은 자기의 불우한 인생역정과 정치적인 실의에 의한 모순된 감정을 육조혜능의 유적과 사상을 통하여 해소하고 있다. 첫 두 구절에서 혜능과 혜명의 공안을 빌어서 자기가 육조대사를 만난 이유는 바로 자기의 본래면목 육조혜능이 오조가 전한 衣鉢을 가지고 남으로 와 대유령에 이르렀을 때 그를 쫒아온 惠明(惠順이라고도 함)을 만나서 말하기를 “선함도 생각하지 않고, 악함도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때에 어느 것이 명상좌 본래의 면목인가?(不思善, 不思惡, 正與麽時, 那個是明上座本來面目)” 라고 물으니 혜명이 바로 깨우쳤다고 전하고 있다. 東方佛敎學院編, ≪六祖壇經註釋≫, 臺灣佛光出版社, 40쪽.
즉 일체의 모든 煩惱와 汚染을 벗어난 自性을 알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고로 3, 4구에서 탑 속의 육조대사가 소식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고 있으며, 5구에서 12구까지는 이에 대한 소식의 대답이다. 위의 공안 중에서 혜명이 혜능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깨닫고 “(이전에) 실질적으로 스스로의 면목을 깨닫지 못했는데, 오늘 스님의 가르침을 얻으니,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시고 난 뒤에야 스스로 차갑고 따뜻함을 아는 것과 같다” 惠明雖在黃梅, 實未省自己面目. 今蒙指示, 如人飮水, 冷暖自知. 今行者卽惠明師也.” 는 말을 하였다. 여기에서 소식은 이 말을 인용하여 소식 스스로가 혜명같이 이미 깨우침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선종에서는 언어나 지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여 “直指人心, 不立文字”, “明心見性”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면, 미혹에 빠진다.”는 경전을 인용하여, 시인 스스로가 이미 세상의 모든 곡절을 겪고 난 뒤, 진정한 깨우침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이제 다시는 미혹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인 스스로가 “나는 본래 수행하는 사람으로, 삼세에 걸쳐 수련을 쌓았다”라는 감탄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혹에 빠져서 백 년간에 허물을 입었는데, 이제 이 모든 것을 깨치고 육조 앞에서 예를 갖추니, 스스로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음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두 구에서 육조혜능의 탁석천(卓錫泉)의 물을 빌어 모든 언어문자로부터 벗어나 해탈의 경지만을 추구할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로 보아 소식은 육조가 강조한 청정한 자성으로 세속의 모든 오염과 번뇌를 씻어 내는 동시에 육조에 대해 무한한 공경심을 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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