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雨中花慢(嫩臉羞蛾) 우중화만(눈검수아) : 소식(蘇軾)
여린 뺨과 수줍은 눈썹 (雨中花慢은 사패(詞牌) 이름이다.)
嫩臉羞蛾,因甚化作行雲,卻返巫陽。但有寒燈孤枕,皓月空床。
長記當初,乍諧雲雨,便學鸞鳳。又豈料, 正好三春桃李,一夜風霜。
丹青入畫,無言無笑,看了漫結愁腸。襟袖上,猶存殘黛,漸減餘香。
一自醉中忘了,奈何酒後思量。算應負你,枕前珠淚,萬點千行。
嫩臉羞蛾(눈검수아),因甚化作行雲(인심화작행운),
卻返巫陽(각반무양)。
但有寒燈孤枕(단유한등고침),皓月空床(호월공상)。
長記當初(장기당초),乍諧雲雨(사해운우),
便學鸞鳳(변학란봉)。
又豈料(우기료),正好三春桃李(정호삼춘도리),
一夜風霜(일야풍상)。
여린 뺨과 수줍은 눈썹이 무엇 때문에 하늘에 떠도는 구름이 되었다가
이제 무산의 남쪽으로 돌아갔나.
차가운 등불 밑에 외로운 베개와 밝은 달빛 비치는 빈 침대만 놓여 있네.
항상 기억하네, 그대가 처음에 잠시 비구름으로 어울리다가
곧 난조와 봉황이 되었던 일을.
그런데 어찌 알랐으리, 때마침 봄을 맞아 복사꽃 자두꽃 피는데
밤새 바람 불고 서리가 내릴 줄을.
* 嫩臉羞蛾(눈검수아) : 여린 빰과 수줍은 눈썹. 嫩은 어릴‘눈’. 臉은 뺨‘검’. 羞蛾(수아)는 여자의 예쁜 눈썹을 말한다.
* 卻返(각반) : 돌아가다.
* 巫陽(무양) : 무산의 남쪽.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 송옥(宋玉)의 〈高唐賦(고당부)〉서(序)에 초(楚)나라 회왕(懷王)이 고당(高唐)을 유람하였는데, 그날 밤 꿈에 한 부인이 나타나 스스로 칭하기를‘무산신녀(巫山神女)’라 하였다. 회왕은 그녀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이별에 임해서 무산신녀가“저는 무산의 남쪽 고악산(高丘山) 험한 곳에 사는데, 아침엔 구름이 되고 저녁엔 비가 되어 아침이면 아침마다 저녁이면 저녁마다 양대(陽臺)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 [妾在巫山之陽高丘之阻 且爲朝雲暮爲作雨 朝朝暮暮 陽臺之下]”라고 하였다. ‘雲雨(운우)’는 훗날 남녀 간의 환회(歡會)를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 化作(화작) : ~으로 변화하다.
* 行雲(행운) : 지나가는 구름.
* 長記(장기) : 언제나 기억하다.
* 鸞鳳(난봉):난새와 봉황. 부부를 가리킨다.
* 正好(정호) : 때마침. 꼭 맞다.
* 三春(삼춘):맹춘(孟春), 중춘(仲春), 계춘(季春)의 석 달.
丹青入畫(단청입화),無言無笑(무언무소),
看了漫結愁腸(간료만결수장)。
襟袖上(금수상),猶存殘黛(유존잔대),
漸減餘香(점감여향)。
一自醉中忘了(일자취중망료),奈何酒後思量(내하주후사량)。
算應負你(산흥부니),枕前珠淚(침전주루),
萬點千行(만점천행)。
단청으로 그려 놓은 그대 초상화 한마디 말도 없고 웃음도 없어
보노라니 애간장에 슬픔 잔뜩 맺히네.
옷깃과 소매 위에 아직도 눈썹 화장 남아있건만
차츰차츰 남은 향이 사라져 가네.
취하고 난 뒤에는 잊는다지만 술 깨면 또 그리운 걸 어찌하겠나.
틀림없이 그대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베개 앞에 앉아서 눈물방울이
만 방울이고 천 줄기고 자꾸만 흘러내리네.
* 丹青(단청) : 빨갛고 파란 안료. 진사(辰砂)와 청석(靑石) 안료.
* 愁腸(수장) : 근심하고 슬퍼하는 마음.
* 黛(대):눈썹 먹. 눈썹을 그리는 연필 모양의 화장품.
* 一自(일자):그때부터.
* 思量(사량) : 그리워하다. 깊이 생각하다.
* 珠淚(주루):눈물방울.
* 雨中花慢(우중화만)은 사패(詞牌) 이름이다.
송나라의 사악(詞樂)으로 곡의 구조는 쌍조(雙調) 97자로 되어 있으며 연회 석상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과 작별하고 그 연모의 정을 읊은 것이다. 이 사(詞)는 송(宋) 철종(哲宗) 소성(紹聖) 3년(1096)초가을 소동파가 61세 때 첩실(妾室) 왕조운(王朝云)이 병으로 죽자 이를 애통하여 지은 사로 도망사(悼亡詞 :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남편이 지은 사)이다. 왕조운(王朝云:1062年—1096年)은 자(字)가 자하(子霞)이며 소동파의 홍안지기(紅顔知己)이며 시첩(侍妾)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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