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賀新郞(夏景) 하신랑(하경) : 소식(蘇軾)
여름 풍경 (賀新郞은 詞牌名이다)
乳燕飛華屋,悄無人,桐陰轉午,晩涼新浴。
手弄生綃白團扇,扇手一時似玉。
漸困倚孤眠淸熟。
簾外誰來推繡戶,枉敎人,夢斷瑤臺曲。
又卻是,風敲竹。
石榴半吐紅巾蹙。
待浮花浪蕊都盡,伴君幽獨。
穠豔一枝細看取,芳心千重似束。
又恐被秋風驚綠。
若待得君來向此,花前對酒不忍觸。
共粉淚,兩簌簌。
乳燕飛華屋, 悄無人,
桐陰轉午, 晩涼新浴。
手弄生綃白團扇(수롱생초백단선), 扇手一時似玉(선수일시사옥)。
漸困倚孤眠淸熟(점곤의고면청숙)。
簾外誰來推繡戶(렴외수래추수호), 枉敎人(왕교인),
夢斷瑤台曲(몽단요대곡)。
又卻是(우각시), 風敲竹(풍고죽)。
새끼 제비 날아다니는 화려한 집은 인적 없이 고요하고,
오동나무 그늘이 한낮을 지나 저녁 서늘함 속에 막 목욕을 마쳤네.
생사로 만든 새하얀 둥글부채를 부치니 하얀 손과 부채가 다 같이 백옥 같네.
차츰 몸이 노곤해져 비스듬히 기댔다가 혼자서 깊은 잠에 빠져버렸네.
발 밖에 누가 와서 고운 문을 밀치나? 공연히 사람을 불러
그윽한 요대(瑤台)에서 놀던 꿈만 깨뜨리네.
알고 보니 바람이 대나무를 두드리는 소리였네.
石榴半吐紅巾蹙。
待浮花浪蕊都盡(대부화랑예도진), 伴君幽獨(반군유독)。
濃豔一枝細看取(농염일지세간취), 芳心千重似束(방심천중사속)。
又恐被秋風驚綠(우공피추풍경록)。
若待得君來向此(약대득군래향차), 花前對酒不忍觸(화전대주불인촉)。
共粉淚(공분루), 兩簌簌(양속속)。
반쯤 핀 석류꽃은 주름진 붉은 수건 같네.
시시한 보통 꽃들 다 지기를 기다렸다가 쓸쓸한 그대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네.
농염한 꽃 한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천 겹의 꽃술이 미인의 마음처럼 동여매고 있네.
또한 가을바람에 푸른 잎이 놀라서 시들어버릴까 두렵네.
만약 그대가 와서 이것을 대할 때에는 꽃 앞에서 술이나 마실 뿐 차마 건드리지 못하리다.
건드리면 둘이 함께 붉은 눈물 흘릴 것이네,둘이 주르륵 눈물 흘릴 것이네.
* 賀新郞(하신랑) : 사패명(詞牌名). 금루가(金縷歌), 유연비(乳燕飛), 풍고죽(風敲竹)이라고도 한다. 상편 57자와 하편 59자인 쌍조116자로 동파악부에서 전해지는 것이 가장 초기의 작품이다. 대표작으로는 남송의 장원간(張元幹)의 <하신랑(賀新郞)·몽요신주로(夢繞神州路)>, 신기질(辛弃疾)의 <하신랑(賀新郞)·파주장정설(把酒長亭說)>, 유극장(劉克莊)의<하신랑(賀新郞)·북망신주로(北望神州路)> 등이 있다.
* 乳燕(유연) : 새끼 제비.
* 悄無人(초무인) :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悄(초)는 고요하다.
* 桐陰(동음) : 오동(梧桐)나무 그늘.
* 生綃(생초) : 생사로 짠 얇은 비단.
* 團扇(단선) : 둥근 부채. 둥글부채.
* 扇手(선수) : 흰 둥근 부채와 하얀 손.
* 淸熟(청숙) : 깊은 잠에 빠지다.
* 枉(왕) : 헛되이
* 瑤臺(요대) : 옥으로 만든 누대라는 뜻으로, 곤륜산에서 서왕모(西王母)를 비롯한 선녀들이 거처하는 궁전.
* 曲(곡) : 그윽한 곳.
* 風敲竹(풍고죽) : 바람이 대나무를 두드려 울리는 소리.
* 紅巾蹙(홍건축) : 석류꽃이 반쯤 핀 것이 붉은 수건이 주름지어 있는 것 같다.
* 浮花浪蕊(부화랑예) : 보통의 화초. 경박한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 幽獨(유독) : 쓸쓸한 외로움.
* 濃豔(농염) : 색채가 곱고 아름답다.
* 千重似束(천중사속) : 석류의 꽃잎이 겹쳐있음을 말하며, 미인의 마음을 비유하였다.
* 簌簌(속속) : 주르륵. 줄줄.
<賀新郞(夏景)>은 북송의 문학가인 소식(蘇軾)이 지은 사(詞)로 지은 연대는 확실치 않다. 소식이 항주지주로 있을 때 관기(官妓) 수란(秀蘭)을 위해 지은 것이라고도 하며, 시첩인 류화(榴花)를 위해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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