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行香子(過七里灘) 행향자(과칠리탄) : 소식(蘇軾)
칠리뢰를 지나며 (행향자는 사패명(詞牌名)이다.)
一叶舟輕,双槳鴻惊。水天淸、影湛波平。魚翻藻鑒,鷺点烟汀。過沙溪急,霜溪冷,月溪明。
重重似畵,曲曲如屛。算当年、虛老嚴陵。君臣一夢,今古空名。但遠山長,云山亂,曉山靑。
一葉舟輕(일엽주경) : 가볍고 작은 배를 타고
雙槳鴻驚(쌍장홍경) : 쌍노를 저으니 나르던 기러기가 놀란다.
水天淸(수천청) : 수면과 하늘은 푸르고
影湛波平(영잠파평) : 물색은 깨끗하고 물결은 잔잔하다.
魚翻藻鑒(어번조감) : 수초 덮인 거울 같은 물속에는 물고기가 놀고
鷺點煙汀(노점연정) : 안개 낀 모래섬에는 백로가 점점이 서 있다.
過沙溪急(과소계급) : 모래 깔린 급한 개울과 서리 내린 찬 개울
霜溪冷(상계냉) 月溪明(월계명) : 달빛 아래 환한 개울을 지나간다.
重重似畫(중중사화),曲曲如屛(곡곡여병)。
算當年(산당년)、空老嚴陵(공로엄릉)。
君臣一夢(군신일몽),今古虛名(금고허명)。
但遠山長(단원산장),雲山亂(운산란),曉山靑(효산청)。
그림처럼 포개진 산들이 병풍처럼 굽이져 있다.
그 옛날을 생각해보니 엄릉(嚴陵)은 이곳에서 헛되이 늙었겠구나.
군주나 신하나 한바탕의 꿈이요,옛날이나 지금이나 헛된 명성이로다.
오직 먼 산은 길게 이어져 있고,산속의 구름은 감돌고,새벽 산은 푸르구나.
* 이 사(詞)는 동파전집(東坡全集)에 실려 있으며, 소식(蘇軾)이 송(宋) 신종(神宗) 희녕(熙寧) 6년(1073년) 2월에 지은 사(詞)이다. 소식은 당시 항주통판으로 있었으며, 부양(富陽)을 시찰할 때 신성(新城)에서 동려(桐廬)에 가면서 부춘강(富春江)에서 배를 타고 칠리탄을 지났다. 칠리탄의 아름다운 풍경과 동한(東漢) 때의 은사(隱士)인 엄광이 낚시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는 엄릉뢰(嚴陵瀨)를 보고 유수(劉秀)와 엄릉의 고사를 떠올리며 삶의 허무함을 노래하였다.
* 行香子(행향자) : 사패명(詞牌名)으로 열심향(爇心香)이라고도 하며, 행향(行香)은 법회(法會)때 모인 승려에게 향을 나누어주며 분향하고 예배하는 것을 말한다. 쌍조(雙調) 66자이며 68자나 69자로 되어 있기도 하다. 대표작은 소식의<행향자·술회(行香子·述懷)>등이다.
* 七里灘(칠리탄) : 七里瀧(칠리롱)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동려현(桐廬縣) 남쪽 30리. 전당강(錢塘江) 양쪽 기슭에 산이 겹겹이 이어져 있고, 물이 세차게 흘러 7리나 계속되어 칠리탄이라고 이름하였다. 灘(탄)은 모래톱 상류의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 一葉(일엽) : 나뭇잎처럼 가볍고 작은 배.
* 雙槳(쌍장) : 한 쌍의 작은 노.
* 湛(잠) : 맑다. 湛은 맑을‘잠’
* 藻鑒(조감) : 수초가 떠 있는 거울 같은 수면. 藻(조)는 수초. 마름. 鑒(감)은 거울.
* 鷺(노) : 백로.
* 煙汀(연정) : 안개가 낀 물가의 모래섬.
* 嚴陵(엄릉) : 엄광(嚴光). 자(字)는 자릉(子陵). 회계(會稽) 여요인(餘姚人). 엄광은 어렸을 때 동한(東漢)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와 함께 공부를 하였는데, 광무제가 즉위하자 이름을 바꾸고 숨어 살았다. 후에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제수되었으나,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부춘산(富春山)에서 농사를 지으며 은거하였다. 후인들은 그가 낚시하던 곳을 엄릉뢰(嚴陵瀨)라고 불렀다.<후한서 일민열전(逸民列傳)>
* 君臣(군신) : 광무제 유수와 신하 엄광을 말한다.
* 항주의 통판시절 부양(富陽), 신성(新城)을 순찰하려고 동려(桐廬)에서 배를 타고 칠리뢰를 지나면서 쓴 사(詞)이다.
여기서는 낚시를 직접 하지 않은 듯한데, 엄자릉이 낚시하던 칠리뢰를 지나면서 엄자릉의 고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소식은 임금과 신하가 생각하는 이상도 결국 헛된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주변의 경치에 관심이 많고, 학식이 풍부했던 소식은 평소 엄자릉 조어대를 직접 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낚시도 한번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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