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江城子(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강성자(을묘정월이십일야기몽) : 소식(蘇軾)
죽은 아내를 꿈에 보고(原名 江城子記夢)
十年生死兩茫茫,不思量,自難忘。千里孤墳,無處話淒涼。縱使相逢應不識,塵滿面,鬢如霜。
夜來幽夢忽還鄕,小軒窗,正梳妝。相顧無言,惟有淚千行。料得年年腸斷處,明月夜,短松岡。
十年生死兩茫茫 : 생사 갈려 아득한 십 년 세월
不思量 : 생각지 않으려도
自難忘 : 잊기 어려워
千里孤墳 : 천리 멀리 외로운 무덤
無處語凄凉 : 처량히기 이를 데 없어라.
縱使相逢應不識 : 설사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하리
塵滿面 : 먼지 얼굴 가득하고
鬢如霜 : 귀밑머리도 서리 같으니.
夜來幽夢忽還鄕 : 밤들어 꿈속에 홀연히 찾은 고향
小軒窓 : 작은집 창가에
正梳妝 : 단정히 머리를 빗고 있었네.
相顧無言 : 서로 돌아볼 뿐 말은 하지 못하고
惟有淚千行 :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오.
料得年年斷腸處 : 해가 가도 생각할수록 애끓는 곳
明月夜 : 달 밝은 이 밤
短松岡 : 작은 소나무 언덕에서.
* 江城子:강성자, 사패명. 다른 이름은 “村意遠”, “江神子”, “水晶帘”이다.
* 이 시는 당송 팔대가의 한 명인 소동파(蘇東坡, 이름은 軾)가 1075년, 40세에 이른 소동파가 10년 전, 11년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하다가 먼저 세상을 뜬 첫 부인 왕불(王弗)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소동파는 꿈에서 본 죽은 아내와 추억의 언덕을 재현하기 위해 일 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지요.
소동파의 '江城子記夢'이 워낙 유명하여 강성자가 그 제목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江城子란 사패(詞牌) 중 한 종류의 명칭입니다. 곡(曲)의 종류를 사패(詞牌)라고 합니다.
소동파는 시문서화(詩文書畵)에 다 능하였으나 특히 사((詞)에 뛰어났습니다.
江城子記夢도 사실 시가 아니고 사(詞)입니다.
사(詞)란 원래 노래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먼저 곡조가 있고, 그 후에 곡조에 따라 사구(詞句)를 채워 넣는 형식의 글이니, 요즘으로 말하자면 악보가 있고 거기에 맞춰 지은 가사라고 하겠다. 이 악보를 사패라고 합니다.
18세 때 소동파는 한 살 아래의 옆 마을 아가씨 왕불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왕불은 미모뿐 아니라 총명함도 남달라서 젊은 시절 소동파가 공부하다가 막히면 옆에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남편이 공부를 끝내고 잠들기 전까지 같이 책상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소동파가 관직을 얻은 후에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남편이 실수하지 않고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도록 옆에서 끊임없이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친구와 담소 자리 때 여성이라 끼지는 못하고 병풍 뒤에서 대화를 듣게하고 다 돌아간 뒤 부인의 의견을 물었다고도 한다.
아내를 소동파는 깊이 사랑하고 따랐으며 애달픈 사별 후에 꿈속에서 만난 그 아내를 그리워하며 이 시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얻은 두 번째 부인과 세 번째 부인도 모두 사별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보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왕 씨이며(두 번째 부인은 첫 부인의 사촌 동생이란다)
세 명의 부인 모두 현모양처로서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지극히 사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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