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僧惠勤初罷僧職(승혜근초파승직) : 소식(蘇軾)
혜근 스님이 막 승직을 그만둔 것을 보고
軒軒靑田鶴,郁郁在樊籠。旣爲物所縻,遂與吾輩同。
今來始謝去,萬事一笑空。新詩如洗出,不受外垢蒙。
淸風入齒牙,出語如風松。霜髭茁病骨,饑坐聽午鐘。
非詩能窮人,窮者詩乃工。此語信不妄,吾聞諸醉翁。
軒軒靑田鶴 너울너울 춤추던 청전의 학이
鬱鬱在樊籠 답답하게 좁디좁은 새장에 갇혀서 지냈네
旣爲物所縻 여태까지 외물에 속박되어 지내다가
遂與吾輩同 마침내 우리와 같은 무리가 되었네
今來始謝去 이제야 사절하고 떠날 수 있다면서
萬事一笑空 세상만사 부질없다 껄껄대며 웃으시네.
新詩如洗出 새로 짓는 시마다 물로 씻어 낸 것 같아서
不受外垢蒙 바깥세상의 먼지를 뒤집어쓰지는 않았네.
淸風入齒牙 맑은 바람이 이빨로 들었는지
出語如風松 하시는 말씀마다 솔바람처럼 향기롭네.
霜髭茁病骨 병이 들어 야윈 몸에 흰 수염까지 돋았지만
飢坐聽午鐘 허기진 채 한낮의 종소리를 들으시네.
非詩能窮人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窮者詩乃工 곤궁에 빠진 이라야 좋은 시를 지을 수 있다네.
此語信不妄 이 말씀이 참으로 망령되지 않으니
吾聞諸醉翁 나는 이 말씀을 취옹(醉翁) 구양수(歐陽修)에게 들었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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