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金山寺與柳子玉飲大醉臥寶覺禪榻夜分方醒書其壁(금산사여유자옥음대취와보각선탑야분방성서기벽) : 소식(蘇軾)
금산사에서 유자옥과 술을 마시고 크게 취하여 보각선탑(寶覺禪榻)에 누워 잠들었다가 밤중에 깨어나 그 벽에 적다.
惡酒如惡人,相攻劇刀箭。頹然一榻上,勝之以不戰。
詩翁氣雄拔,禪老語清軟。我醉都不知,但覺紅綠眩。
醒時江月墮,摵摵風響變。惟有一龕燈,二豪俱不見。
惡酒如惡人(악주여악인) : 거친 술은 질이 나쁜 사람 같아서
相攻劇刀箭(상공극도전) : 칼이나 화살처럼 사람 몸을 공격하네.
頹然一榻上(퇴연일탑상) : 그러다가 의자에서 고꾸라지게 만드니
勝之以不戰(승지이부전) : 싸움을 벌이지 않고도 이겨 버리네.
詩翁氣雄拔(시옹기웅발) : 시인의 기세는 웅대하기 짝이 없고
禪老語淸軟(선로어청연) : 선사의 말소리는 부드럽고 분명한데
我醉都不知(아취도부지) : 나는 술에 취해서 알아듣지도 못한 채
但覺紅綠眩(단각홍록현) : 눈앞이 빙빙 도는 현기증만 느꼈네.
醒時江月墮(성시강월타) : 그러다가 깨어나니 달이 강물에 빠져 있고
槭槭風響變(색색풍향변) : 바람 소리와 낙엽 구르는 소리 들려오는데
唯有一龕燈(유유일감등) : 감실 앞 장명등만 가물거릴 뿐
二豪俱不見(이호구불견) : 시인과 선사 두 호걸은 보이지 않네.
희령(熙寧) 7년(1074), 소식은 상주(常州)와 윤주(潤州)에서 빈민구제사업을 펼치고 있었는데 유자옥(柳子玉)을 만나 금산사를 돌아보고 보각 선사를 배알 한 뒤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 크게 취해 보각선사의 참선상에서 잠들어버린 뒤 한밤중에 깨어나 벽에 이 시를 적었다고 전한다.
설마하니 절에서 손님 접대를 위한 술을 상비하고 있었을 리 없고 술을 마셔도 酒라 하지 않고 곡차(穀茶)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는 했을 테지만 그 시절에도 절에서(不飮酒)의 계율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아서 술을 마시고 시를 짓는 이들을 부러워하는 한편으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시인이 말하는 ‘예술적 필요와 파격’에 대해서는 일견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가도 선사가 말하는 ‘무애와 자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어서일 것이다.
* 유자옥(柳子玉) : 북송의 저명한 書法家로 이름은 근(瑾), 자는 자옥(子玉), 윤주(潤州) 단도(丹徒) 사람, 소식과 사돈지간이기도 했던 그는 시와 행서에 능했다.
* 악주(惡酒) : 나쁜 술. 품질이 떨어지는 술.
* 퇴연(頹然) : 구속받지 아니하다. 노쇠하다. 실망하다. 맥이 빠지다. 낙담하다. 풀이 죽다. 흐리멍덩하다.
* 시옹(詩翁) : 시인에 대한 존칭으로 쓰인다.
* 웅발(雄拔) 웅대하고 기세가 넘치다.
* 청연(淸軟) : 분명하고 부드럽다. 시원하고 부드럽다. 대부분 말소리를 나타낼 때 쓴다.
* 강월(江月) : 강물 위에 뜬 달과 강물에 어린 달 두 가지를 모두 뜻한다.
* 색색(摵摵) : 의성어. 나뭇잎이 부딪쳐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 감등(龕燈) : 불단(佛壇)이나 감실(龕室)앞을 밝히는 장명등(長明燈), 즉 밤을 밝히는 등을 가리킨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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