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述古過周長官夜飲(차운술고과주장관야음) : 소식(蘇軾)
주장관에게 들러 밤에 술을 마신 기분을 읊고 진술고의 시에 차운하여
二更鐃鼓動諸鄰,百首新詩間八珍。已遣亂蛙成兩部,更邀明月作三人。
雲煙湖寺家家境,燈火沙河夜夜春。曷不勸公勤秉燭,老來光景似奔輪。
二更鐃鼓動諸鄰(이경뇨고동제린) : 이경을 알리는 징소리 북소리 사방을 진동할 때
百首新詩間入珍(백수신시간입진) : 팔진미 먹는 사이에 새 시를 백 수 읊겠네.
已遣亂蛙成兩部(이견란와성양부) : 어지러이 우는 개구리를 이미 이부 악으로 삼고
更邀明月作三人(경요명월작삼인) : 명월까지 불러와서 세 사람을 이루었네.
雲煙湖寺家家境(운연호사가가경) : 안개 덮인 호숫가 절은 저마다 경지를 이루고
燈火沙河夜夜春(등화사하야야춘) : 등불이 훤한 사하당은 밤마다 봄날이네.
曷部動公勤秉燭(갈부동공근병촉) : 촟불 들고 노시라고 어찌 권하지 않으리
老來光景似奔輪(노래광경사분륜) : 늘그막엔 시간이 달리는 바퀴 같을 텐데
* 진술고(陳述古)이야기
용육(龍肉)은 용고기로, 소식(蘇軾)이 일찍이 진술고(陳述古)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진술고는 담론하기를 좋아하는 자로 자신의 말은 지극한 것으로 여기고 소식의 말은 비루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자 소식이 진술고에게 말하기를“그대가 하는 말을 음식에 비유해 보면 용고기〔龍肉〕와 같고 내가 하는 말은 돼지고기와 같아서 참으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대가 종일토록 용고기에 대해 말하더라도, 내가 돼지고기를 실제로 먹으면 맛도 있고 배도 부른 것만 못하다.” 하였다. 《東坡全集 卷74 答畢仲擧書》
도적을 잡은 총명한 현관(縣官) 진술고(陳述古)
송(宋)나라 때, 복건(福建)의 건구현(建瓯縣)에 진술고(陳述古)라는 현관이 있었는데, 사람됨이 대단히 정직하고 또한 매우 총명했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도적을 만나 현관에게 보고했는데, 현령은 곧 수사를 시작하여 용의자를 많이 체포해 아문에 가두었지만, 그래도 그들 중에서 누가 진짜 도적인지를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생각하다가, 그는 결국 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용의자들과 일반 백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불사(大佛寺)에 있는 종은 대단히 영험해서 누가 물건을 훔친 도적인지 알아낼 수 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절에 가서 그 종을 운반해오게 하여 아문의 막사 안에 놓아두고 매우 경건하게 정성을 다해 제를 지내고 참배했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남색 천으로 종을 덮을 덮개를 만들고, 또 몰래 사람을 시켜 숯 검댕을 종의 표면에 발라놓은 다음에 덮개로 덮어 놓고, 그는 날짜를 골라서 용의자들 면전에서 선포했다.
“이 종은 대단히 영험하여 물건을 훔친 사람이 그것을 만질 때만 낮게 소리가 나고, 물건을 훔치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만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종을 향해 기도를 드리고, 곧 용의자들에게 한 사람씩 덮개가 있는 곳에 천천히 가서 손을 내밀어 종을 만지라고 명령을 내리고, 시치미를 떼고 세심하게 종의 소리를 듣는 척했다.
기실 그는 몰래 그들의 손을 조사해 보았더니, 손에 모두 흑색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오직 한 사람의 손이 흑색이 묻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곧 그를 체포해 심문했다. 상세하고 엄밀하게 심문하자, 그 용의자는 죄를 인정하며 자백했다.
사람들은 기이하게 여기며 현관에게 물었다. “이 종이 어찌하여 그렇게 영험합니까?”
현관이 웃으며 설명했다.
“물건을 훔친 도적은 종을 만지게 되면 소리가 날 것이 두려워서, 감히 만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만 손에 숯 검댕이 묻지 않은 사람을 보고, 그가 틀림없이 그 도적일 것이라고 판단 한 것뿐입니다.”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현관의 총명함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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