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與周長官李秀才遊徑山二君先以詩見寄次其韻二首(여주장관이수재유경산이군선이시견기차기운이수) : 소식(蘇軾)
주장관, 이수재와 경산을 유람하고 두 사람이 먼저 보낸 시를 차운하여 쓴 2수
少年飲紅裙,酒盡推不去。呼來徑山下,試與洗塵霧。
瘦馬惜障泥,臨流不肯渡。獨有汝南君,從我無朝暮。
肯將紅塵腳,暫著白雲屨。嗟我與世人,何異笑百步。
功名一破甑,棄置何用顧。更憑陶靖節,往問征夫路。
龍亦戀故居,百年尚來去。至今雨雹夜,殿暗風纏霧。
而我棄鄉國,大江忘北渡。便欲此山前,築室安遲暮。
又恐太幽獨,歲晚霜入屨。同遊得李生,仄足隨蹇步。
孔明不自愛,臨老起三顧。吾歸便卻掃,誰踏門前路。
其一
少年飮紅裙(소년음홍군) : 젊은 날은 여인들과 술을 마시면
酒盡推不去(주진추불거) : 술이 떨어져 밀어내도 떠나지 않아
呼來徑山下(호래경산하) : 큰소리로 경산 밑으로 불러 내려서
試與洗塵霧(시여세진무) : 마음속 때들을 씻어보고 싶었네.
癡馬惜障泥(치마석장니) : 어리석은 왕제의 말 비단다래 아까워
臨流不肯渡(임류불긍도) : 물가에 버티고 서서 건너오려 하지는 않는데
獨有汝南君(독유여남군) : 오로지 여남군 주빈 현령만이
從我無朝暮(종아무조모) :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를 따르는 터인지라
肯將紅塵脚(긍장홍진각) : 기꺼이 붉은 먼지 잔뜩 묻은 두 발로
暫著白雲屢(잠저백운루) : 흰 구름 신발을 잠시 신어 보려 했네.
嗟我與世人(차아여세인) : 아아 나는 세인들과 비교해 볼 때
何異笑百步(하리소백보) : 오십보백보와 다를 것이 무엇이랴?
功名一破甑(공명일파증) : 공명이란 하나의 깨어진 시루 같으니
棄置何用顧(기치하용고) : 버려두면 될 일이지 돌아볼 필요가 없네.
更憑陶靖節(갱빙도정절) : 나아가 도연명에게 부탁드려서
往問征夫路(왕문정부로) : 길 가는 이에게 갈 길을 물어보려네.
其二
龍亦戀故居(용역련고거) : 용들도 옛 살던 곳 그리워하여
百年尙來去(백년상래거) : 백 년 동안 여전히 오고 가는데
至今雨雹夜(지금우박야) : 지금은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는 밤
殿闇風纏霧(전암풍전무) : 어둠 속 전각은 바람과 안개가 감돌고 있네.
而我棄鄕國(이아기향국) : 이 몸은 고향 땅을 버리고 떠나서
大江忘北渡(대강망북도) : 장강의 북쪽으로 갈 것도 잊어버린 채
便欲此山前(편욕차산전) : 이 산 앞에다 집을 지어 놓고서
築室安遲暮(축실안지모) : 만년을 편안하게 보내려고 하네.
又恐太幽獨(우공태유독) : 한편으로는 너무나 적막하고 고독하여
歲晩霜入屢(세만상입루) : 세모에 서리가 신으로 들어올까 두려워하네
同遊得李生(동유득이생) : 함께 놀다가 이생(李生)을 만났더라면
仄足隨蹇步(측족수건보) : 발을 돌리고 절름발이를 따라다니네
孔明不自愛(공명부자애) : 제갈공명은 자기 몸을 아끼지를 않고
臨老起三顧(임노기삼고) : 삼고초려 하던 옛날 일은 늙어서도 생각했는데
吾歸便却掃(오귀편각소) : 나는 돌아가면 문 닫고 손님을 사절할 터
誰踏門前路(수답문전로) : 우리 집 앞길이야 누가 밟으리오?
동파가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있을 때인 희녕(熙寧) 6년(1073) 8월에 주빈(周邠)과 이행중(李行中)을 만나 함께 경산(徑山)을 유람한 뒤에 쓴 것이다.
* 周長官 : 전당(錢塘) 사람으로 악청현령(樂淸縣令)을 지낼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로부터 ‘周長官’으로 불린 주빈(周邠)(자 개조開祖)을 가리킨다.
* 李秀才 : 삽천(霅川) 출신으로 송강(松江)으로 주거지를 옮긴 은일문인(隱逸文人)으로 만년에 송강(淞江)에 亭子(소식이 취면정醉眠亭이라 이름 붙인)를 짓고 문인들을 만나며 술과 시를 즐긴 이행중(李行中)(자 무회無悔)을 가리킨다.
* 紅裙 : 붉은 치마. 두보(杜甫)는 「陪諸貴公子丈八溝攜妓納涼二首」란 시에서 ‘越女紅裙濕, 燕姬翠黛愁(월녀의 붉은 치마 빗물에 젖고 / 연희의 고운 눈썹 시름이 깊네)’라고 했다.
* 試與世塵霧 : ⟪진서晉書ㆍ열녀전列女傳ㆍ왕응지처사씨王凝之妻謝氏⟫(또는 사도온전謝道韞傳)에서 '嘗譏玄學植不進, 曰: 爲塵務經心, 爲天分有限邪(일찍이 (사)현의 학문에 진전이 없는 것을 꾸짖어 말했다. “세상 잡다한 일에 마음을 쓰느라 그러는 것이냐, 아니면 하늘이 준 재능이 모자라 그러는 것이냐?”)'라고 했다.
사도온(?~?)은 동진(東晉)의 여류시인으로 자가 영강(令姜)이고 양하(陽夏) 사람이다. 재상 사안(謝安)의 질녀이고 안서장군(安西將軍) 사혁(謝奕)의 딸이며 명장 사현(謝玄)의 손위 누이인 동시에 서법가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응지(王凝之)의 아내이기도 했다.
* 汝南君 : 함께 유람에 나선 주빈(周邠)이 여남(汝南)의 망족(望族) 출신인 것을 가리킨다. 여남주씨(汝南周氏)는 주평왕(周平王) 희의구(姬宜臼)에서부터 시작된 희성(姬姓)의 후예로, 한(漢)나라 때 여남(汝南) 안성(安城)으로 터를 옮겨온 뒤에 북송(北宋)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팔대망족(八大望族)으로 꼽힌 문벌(文閥)이었다.
* 笑百步 : ⟪맹자孟子ㆍ양혜왕상梁惠王上⟫에서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맹자가 답하여말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으로 빗대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창과 칼이 서로 부딪쳐 싸움이 벌어졌는데, 누구는 백 보를 달아난 뒤 멈추고, 또 누구는 오십 보를 도망친 뒤 멈추었다고 하면 오십 보를 도망친 사람이 백 보를달아난 사람을 비웃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 破甑 : 깨진 시루, 즉 돌아볼 가치가 없는 것을 가리킨다.
* 陶靖節 : 陶淵明. 동진(東晉)의 대시인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자는 원량(元亮)이고, 사시(私諡)가 정절미사(靖節微士)였다.
* 往問征夫路 : 도잠(陶潛)은 「歸去來辭」에서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길 가는 사람에게 남은 길을 물어보고 싶은데, 날이 밝지 않아서 유감이로다).’라고 했다. 여기서 ‘征夫’는 행인(行人)을 가리킨다.
* 龍亦戀故居, 百年尙來去 : 채양(蔡襄)이 「記徑山之遊」에서 ‘峰間小井, 或云故龍湫也, 龍亡湫在, 歲率常一來, 雷雨暝曀, 而鄕人祠焉者憧憧然(봉우리 사이에 작은 우물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그곳이 과거에 용이 살던 곳이라고 하면서 용이 떠난 뒤에도 연못이 남아 해마다 한 번은 용이 찾아오는데, 올 때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고 큰비가 내려 마을사람들이 잊지 않고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이라고 한 것을 인용했다.
* 雨雹(우박) : ⟪좌전(左傳)ㆍ희공이십구년(僖公二十九年)⟫에서 ‘秋, 大雨雹(가을에 큰 우박이 내렸다).’이라고 했다.
* 築室 : 축실도모(築室道謀)의 준말. 집을 지을 때 자기 견해가 없이 길 가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여 집을 짓기 어려워지는 것을 가리킨다.
* 遲暮(지모) : 만년(晩年)을 가리킨다.
* 幽獨(유독) : 찾아오는 이 없어 적적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 蹇步(건보) : 절다. 걷는 것을 머뭇거리며 괴로워하는 것을 가리킨다.
* 不自愛 : ⟪사기史記ㆍ 고조본기高祖本紀⟫에서 ‘吾非敢自愛, 恐能薄, 不能完父兄子弟(내가 감히 나를 아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능력이 부족하여 여러 부형들과 자제들의 목숨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라고 했다.
* 却掃 : 집 앞의 길을 쓸어 손님을 맞지 않는, 즉 문을 닫아걸고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東坡居士 蘇軾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登玲瓏山(등영롱산) : 소식(蘇軾) (0) | 2022.09.19 |
---|---|
臨安三絶(임안삼절) : 소식(蘇軾) (0) | 2022.09.19 |
東陽水樂亭(동양수락정) : 소식(蘇軾) (0) | 2022.09.19 |
八月十五日看潮五絕(팔월십오일간조오절) : 소식(蘇軾) (0) | 2022.09.19 |
有美堂暴雨(유미당폭우) : 소식(蘇軾) (0) | 2022.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