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孔文仲推官見贈(차운공문중추관견증) : 소식(蘇軾)
공문중 추관이 보내온 시에 차운하여
我本糜鹿性,諒非伏轅姿。君如汗血馬,作駒已權奇。
齊驅大道中,並帶鑾鑣馳。聞聲自決驟,那復受縶維。
謂君朝發燕,秣楚日未欹。雲何中道止,連蹇驢騾隨。
金鞍冒翠錦,玉勒垂青絲。旁觀信美矣,自揣良厭之。
均為人所勢,何必陋鹽輜。君看立仗馬,不敢鳴且窺。
調習困鞭箠,僅存骨與皮。人生各有誌,此論我久持。
他人聞定笑,聊與吾子期。空齋臥積雨,病骨煩撐支。
秋草上垣墻,霜葉鳴階墀。門前自無客,敢作揚雄麾。
候吏報君來,弭節江之湄。一對高人談,稍忘俗吏卑。
今朝枉詩句,粲如鳳來儀。上山絕梯磴,墜海迷津涯。
憐我枯槁質,借潤生華滋。肯效世俗人,洗刮求瘢痍。
賢明日登用,清廟歌緝熙。胡不學長卿,預作封禪詞。
我本麋鹿性(아본미녹성) : 나는 본디 사슴의 성질을 지녔고
諒非伏轅姿(양비복원자) : 진정 수레 끄는 말의 자질은 아니라네.
君如汗血馬(군여한혈마) : 그대는 한 마리의 천리마 같아서
作駒已權寄(작구이권기) : 망아지 시절에 이미 능력이 대단했지
齊驅大道中(제구대도중) : 나란히 한길을 달려갈 때면
幷帶鑾鑣馳(병대란표치) : 함께 방울 달린 재갈을 차고 달리다가
聞聲自決驟(문성자결취) : 무슨 소리만 들리면 스스로 후닥닥 뛰어갔거늘
那復受縶維(나복수집유) : 어찌 더 이상 구속받으리오?
謂君朝發燕(위군조발연) : 그대는 아침에 연 지방을 떠나서
秣楚日未敧(말초일미기) : 초 지방에서 여물을 먹어도 해 아직 안 저문다네.
云何中道止(운하중도지) : 어찌하여 중도에 천리마의 길을 접고
連蹇驢騾隨(연건려라수) : 나귀와 노새의 뒤를 절뚝절뚝 따르시오?
金鞍冒翠錦(금안모취금) : 황금 안장에 푸른 비단을 덮개로 덮고
玉勒垂靑絲(옥륵수청사) : 백옥 굴레에 푸른 끈을 늘어뜨린 말
旁觀信美矣(방관신미의) : 옆에서 보기에는 정말로 멋지지만
自揣良厭之(자췌양염지) : 스스로 생각하기엔 참으로 싫었겠네.
均爲人所勞(균위인소로) : 천리마나 소금 말이나 사람에게 고통받기는 마찬가지
何必陋鹽輜(하필루염치) : 소금 수레를 하찮다고 여길 것이 무엇이리오?
君看立仗馬(군간립장마) : 그대여 보시오. 의장 행렬 속의 말이
不敢鳴且窺(불감명차규) : 감히 울지도 못하고 눈도 돌리지 못함을!
調習困鞭箠(조습곤편추) : 훈련받느라 채찍으로 얻어맞아서
僅存骨與皮(근존골여피) : 간신히 뼈와 가죽만 남아 있음을!
人生各有志(인생각유지) : 사람이 살아감에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는 것
此論我久持(차론아구지) : 이것을 이 사람의 오래된 지론인데
他人聞定笑(타인문정소) : 남들은 이 말을 들으면 틀림없이 웃을 걸세
聊與吾子期(료여오자기) : 아쉬운 대로 그대에게나 기대를 거는 거라오
空齊臥積雨(공제와적우) : 궂은 비 내리는 빈 서재에 누웠노라니
病骨煩撑支(병골번탱지) : 병든 몸을 지탱하기도 무척이나 귀찮은데
秋草上垣牆(추초상원장) : 가을 맞은 하얀 풀은 담장 위로 올라오고
霜葉鳴堦墀(상엽명계지) : 서리 맞은 노란 잎은 섬돌 위에서 바스락거리네.
門前自無客(문전자무객) : 대문 앞엔 자연히 식객이 하나도 없지만
敢作揚雄麾(감작양웅휘) : 어찌 감히 양웅처럼 손짓하여 부르리오?
候吏報君來(후리보군래) : 이런 때에 그대가 온다고 척후병이 알리더니
弭節江之湄(미절강지미) : 이곳 강가 마을에 수레를 세우시어
一對高人談(일대고인담) : 고인을 맞이하고 얘기를 나누자마자
稍忘俗吏卑(초망속리비) : 속된 관리의 천속함이 조금 잊혀졌다오.
今朝枉詩句(금조왕시구) : 오늘 아침엔 황송하게도 시를 보내 주셨는데
粲如鳳來儀(찬여봉래의) : 봉황이 내려와 춤을 추듯 우아했나니
上山絶梯磴(상산절제등) : 산 위에 오름에 돌계단이 끊어지고
墜海迷津涯(추해미진애) : 바다에 떨어진 채 항구를 찾지 못하는 터에
憐我枯槁質(연아고고질) : 메마른 내 기질을 어여삐 여겨서
借潤生華慈(차윤생화자) : 물기를 빌려주어 윤택하게 하시니
肯效世俗人(긍효세속인) : 어찌 세속적인 다른 사람 흉내를 내어서
洗刮求瘢痍(세괄구반이) : 씻고 닦아 흉터를 찾아내려 했으리오?
賢明日登用(현명일등용) : 현명한 사람들이 날마다 등용되니
淸廟歌緝熙(청묘가집희) : 청묘로 조정의 빛나는 공을 노래할 텐데
胡不學長卿(호불학장경) : 그대는 어찌하여 사마상여를 본받아서
預作封禪詞(예작봉선사) : 미리 봉선문을 짓지 않으셨나요?
* 공문중(孔文仲) : 孔平仲(공평중)의 형 孔平仲은 북송 임강(臨江) 신감(新淦) 사람. 자는 의보 (毅父)또는 의보(義甫). 형 공문중(孔文仲), 공무중(孔武中)과 함께 강서(江西)에서 ‘삼공(三孔)’으로 불렸다.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부자 '삼소(三蘇)'와 더불어 문명을 떨쳐 "삼공삼소"라고 칭해졌다.
* 추관(推官) : 예전에, 추국할 때 죄인을 신문(訊問 · 審問)하는 관원을 이르던 말
* 양웅(揚雄, 楊雄, 기원전 53년~기원후 18년)은 중국 전한 말기의 사상가이며 문장가이다. 자는 자운(子雲)이다. 촉군 성도에서 태어났다.
젊어서부터 박식하였으나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서적만을 탐독하며 사색을 하였다. 30여 세에 비로소 대사마(大司馬)인 왕음(王音)에게 문재를 인정받아 성제(成帝)의 급사황문랑(給事黃門郞:궁중의 제사를 관장하는 관원)이 되어, 왕망(王莽)과 유흠(劉歆)과 동렬에 있었다. 나중에 궁정 쿠데타로 왕망이 신(新)의 왕실을 일으키매, 노년의 선비로서 대부(大夫)라는 직책에 취임하여 죽는 해까지 머물렀다. 이 점에 대해 송대(宋代) 이후의 절의관(節義觀)으로부터 비난받았거니와 원래 정세와 함께 부침하면서 일신을 보전하는, 말하자면 권력에는 겸유(謙柔)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 청묘(淸廟) : 맑고 깨끗한 종묘라는 뜻으로, 조촐하고 고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사마상여(司馬相如, 기원전 179년~기원전 117년)는 중국 전한의 문학자이다. 유명한 부(賦) 작가. 쓰촨성 청두(成都) 사람으로 자는 장경(長卿)이다.
문학과 검술을 독학한 그는 한의 경제(景帝) 때 무기상시(武騎常侍)에 임명되었으나 병 때문에 사직했다. 그 후 양(梁)의 효왕(孝王)에게 가서 유명한 〈자허부 子虛賦〉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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