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宿望湖樓再和(숙망호루재화) : 소식(蘇軾)
망호루에서 자면서 다시 화답하여
新月如佳人,出海初弄色。娟娟到湖上,瀲瀲搖空碧。
夜涼人未寢,山靜聞響屐。騷人故多感,悲秋更憀慄。
君胡不相就,朱墨紛黝赤。我行得所嗜,十日忘家宅。
但恨無友生,詩病莫訶詰。君來試吟詠,定作鶴頭側。
改罷心愈疑,滿紙蛟蛇黑。
新月如佳人(新月如佳人) : 아름다운 여인처럼 생긴 초승달
出海初弄色(出海初弄色) : 비로소 바다 위로 고운 빛을 드러내네.
娟娟到湖上(娟娟到湖上) : 어여쁘게 호수로 올라와서는
瀲瀲搖空碧(瀲瀲搖空碧) : 맑고 푸른 수면에서 넘실넘실 흔들리네
夜凉人未寢(夜凉人未寢) : 밤공기 서늘하여 아직 잠이 안 드는데
山靜聞響屐(山靜聞響屐) : 고요한 산속에서 나막신 소리만 울리네
騷人故多感(騷人故多感) : 시인은 예로부터 감정이 넘치거니와
悲秋更憀慄(悲秋更憀慄) : 처량한 가을이라 더욱이나 쓸쓸하도다
君胡不相就(君胡不相就) : 그대는 어찌하여 나에게로 달려와서
朱墨紛黝赤(朱墨紛黝赤) : 붉고 검은 붓으로 붉고 검게 나의 시를 비평하지를 않으시오?
我行得所嗜(我行得所嗜) : 나의 이번 걸음은 좋아하는 걸 이룬 탓에
十日忘家宅(十日忘家宅) : 열흘 동안을 집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但恨無友生(但恨無友生) : 다만 아쉬운 건 친구가 없어서 그게 한이오
詩病莫訶詰(詩病莫訶詰) : 아무도 시의 흠을 말해 주지 않은 거라오
君來試吟詠(君來試吟詠) : 그대가 오셔서 읊조려 보신다면야
定作鶴頭側(定作鶴頭側) : 틀림없이 학처럼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고
開罷心愈疑(開罷心愈疑) : 고치고 나면 마음속으로 더욱 의아해져서
滿紙蛟蛇黑(滿紙蛟蛇黑) : 종이에 가득 새까맣게 교룡과 뱀이 다닐 것이지요
동파가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있던 희녕(熙寧) 5년(1072)에 동료 여목중(呂穆仲)에게 보낸 것이다.
* 弄色(농색) :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것을 가리킨다.
* 娟娟(연연) : 밝고 환한 모습을 가리킨다. 사마광(司馬光)은 「和楊卿中秋月」이란 시에서 ‘嘉賓勿輕去, 桂影正娟娟(귀한 손님 서둘러 떠나지 마오 / 지금 막 고운 달이 뜨고 있으니)’이라고 했다.
* 瀲瀲(렴렴) : 물이 일렁이는 모습을 가리킨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가리킨다.
* 空壁(공벽) : 맑고 푸른 것(물 또는 하늘)을 가리킨다. 백거이(白居易)는 「西湖晩歸回望孤山寺贈諸客」이란 시에서 ‘烟波澹蕩搖空碧, 樓殿參差倚夕陽(연무에 덮인 하늘과 물 한 가지 빛으로 일렁이고 / 노을에 물든 화려한 누각 들쭉날쭉 물속에 비쳐 있네)’이라고 했다.
* 憀慄(료률) : 슬프다. 춥다. 한기가 밀려오다.
* 朱墨(주묵) : 주사(朱砂)로 만든 먹(墨)을 가리킨다. ‘黝赤’은 붉은빛을 띤 청색(靑色)을 가리킨다.
* 詩病(시병) : 시가(詩歌)의 성률(聲律)에 문제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유반(劉攽)은 ⟪중산시화(中山詩話)⟫에서 ‘詩有八病, 俗忌, 當避之(시에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꺼리는 여덟 가지 병폐가 있으니 마땅히 이를 피해야 한다).’라고 했다.
* 詩病 : 八病 사성팔병(四聲八病)
* 訶詰(가힐) : 꾸짖다. 나무라다. 책망하다.
* 鶴頭側(학두측) : 전념하다. 몰두하다. 학이 소리를 들을 때 머리를 기울이는 모양.
* 蛟蛇(교사) : 교룡과 뱀. 글자의 자취를 가리킨다. 소식은 「洞庭春色」이란 시에서도 ‘賢王文字飮, 醉筆蛟蛇走(안정군 현왕은 술을 마시며 글을 즐기고 / 취한 뒤에는 붓을 들고 갈기듯이 써 내려가네)’라고 했다.
* 망호루(望湖樓)는 원래 오월왕(吳越王) 전숙(錢俶)이 소경사(昭慶寺) 앞에 간경루(看經樓)로 지었던 것을 북송(北宋)의 태조(太祖) 건덕(乾德) 3년(964)에 완공하여 망호루(望湖樓)로 이름을 바꿨는데, 북쪽으로는 보석산(寶石山)에 의지하고 남쪽으로는 서호를 먼 곳까지 조망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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