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白帝廟(백제묘) : 소식(蘇軾)
백제묘
朔風催入峽,慘慘去何之。共指蒼山路,來朝白帝祠。
荒城秋草滿,古樹野藤垂。浩蕩荊江遠,淒涼蜀客悲。
遲回問風俗,涕泗憫興衰。故國依然在,遺民豈復知。
一方稱警蹕,萬乘擁旌旗。遠略初吞漢,雄心豈在夔。
崎嶇來野廟,閔默愧常時。破甑蒸山麥,長歌唱竹枝。
荊邯真壯士,吳柱本經師。失計雖無及,圖王固已奇。
猶余帝王號,皎皎在門楣。
朔風催人峽(삭풍최인협) : 삭풍이 내 배를 협곡으로 몰아넣네
慘慘去何之(참참거하지) : 처량한 이내 신세 어디로 가야 하나?
共指蒼山路(공지창산로) : 모두 함께 푸르른 산길을 가리키면서
來朝白帝祠(내조백제사) : 내일 아침 백조사에 올라 참배한다네.
荒城秋草滿(황성추초만) : 황폐한 성곽에는 가을풀이 가득하고
古樹野藤垂(고수야등수) : 고목엔 야생 등나무 덩굴이 드리웠네.
浩蕩荊江遠(호탕형강원) : 아득하게 형강은 먼 곳으로 흘러가고
凄凉蜀客悲(처량촉객비) : 처량하게 촉객은 슬픔에 젖어 있네.
遲回問風俗(지회문풍속) : 뒤늦게 돌아와 풍속을 물어보고는
涕泗憫興衰(체사민흥쇠) : 눈물 콧물 흘리며 흥망을 가엾어하네.
故國依然在(고국의연재) : 옛날의 그 나라는 아직도 있다지만
遺民豈復知(유민개복지) : 유민이야 옛날 일을 더 이상 어찌 알리?
一方稱警蹕(일방칭경필) : 한편에선 물렀거라! 큰 소리로 외쳐대고
萬乘擁旌旂(만승옹정기) : 일만 대의 전차는 천자의 깃발 외쳤네.
遠略初呑漢(원략초탄한) : 원대한 전략이 한나라를 막 삼켰거늘
雄心豈在夔(웅심개재기) : 웅대한 뜻이 어찌 기주에 있었으리오.
崎嶇來野廟(기구래야묘) : 들판의 사당에 어렵사리 올라와서
閔默愧當時(민묵괴당시) : 말없이 당시의 일을 한스러워하노라.
破甑蒸山麥(파증증산맥) : 깨어진 시루에 산 보리를 찌면서
長歌唱竹枝(장가창죽지) : 느릿한 가락으로 죽지가를 부르네.
荊邯眞壯士(형감진장사) : 형감은 참으로 장쾌한 사나이였고
吳柱本經師(오주본경사) : 오주는 본래 경전 가르친 스승이었네.
失計雖無及(실계수무급) : 계책을 가르쳐서 이루지는 못했지만
圖王固已奇(도왕고이기) : 제왕이 되려는 기도는 참으로 기묘했네.
猶餘帝王號(유여제왕호) : 제왕의 칭호는 아직도 남아있고
皎皎在門楣(교교재문미) : 문미에서 훤하게 빛나고 있겠네.
* 백제묘(白帝廟)
유적명. 위치 : 사천성 봉절현(奉節縣) 현성 동쪽 4km 지점에 있는 구당협(瞿塘峽) 입구. 장강 북안의 백제성(白帝城) 유적 안에 있다. 백제성은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툭 튀어나온 산 위에 건립되었다. 해발 160m인 이 산은 정상 부분이 평탄해 한눈에 웅장한 구당협과 도도한 장강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서한 말년 촉을 지배한 공손술(公孫述)이 스스로 백제(白帝)라 칭하고 왕이 되어 이곳에 성을 쌓았기 때문에 백제성이라 한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성안에다 공손술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 당 · 송대에는 백제묘라 칭했으나 명대 가정(嘉靖) 연간(1524~1566)에 유비가 백제성에서 제갈량에게 탁고(託孤)한 사적에 따라 명칭을 ‘의정사(義正祠)’로 바꾸었다. 이후 유비와 제갈량을 받드는 곳으로 변했다.
청대에 와서 다시 백제묘로 이름이 바뀌었다. 백제묘에는 현재 명량전(明良殿) · 무후사(武侯祠) · 관성정(觀星亭) 등 명 · 청대 건축물과 비석들을 모은 비림(碑林)이 있다. 명량전은 명 가정 36년(1559)에 중건되었는데, 유비 · 관우 · 장비 등에게 제사를 지내는 채색 소상(塑像)이 있다. 명량전의 이름은 ‘군명신량(君明臣良)’이라는 뜻에서 취했다. 무후전은 명량전 곁에 있는데, 제갈량과 그 아들 제갈첨(諸葛瞻), 손자 제갈상(諸葛尙)의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 관성정은 무후전 밖에 있는데 지붕은 육각형으로 뾰족하고 기둥 12개가 받치고 있는 2층 정자이다. 전 하는 바에 의하면 제갈량이 이곳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했다고 한다.
비림에는 수대(隋代)에서 청대까지의 비각(碑刻) 70여 통이 있는데, 진귀한 서예 자료로 평가받는다. 1984년, 건물 안에 새로이 유비의 탁고 장면을 재현한 대형 조각상이 설치됐다.
* 문미(門楣) : 창문 위에 댄 나무.
楣(문미 미) 문미, 문얼굴 위에 대는 상인방, 처마, 차양(遮陽),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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