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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酒聖 陶淵明 詩

자제문(自祭文) - 도연명(陶淵明)

by 산산바다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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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제문(自祭文) - 도연명(陶淵明)

              자신의 제문

 

 

歲惟丁卯律中無射天寒夜長風氣蕭索鴻雁於征草木黃落陶子將辭逆旅之館永歸於本宅故人淒其相悲同祖行於今夕羞以嘉蔬薦以清酌候顏已冥聆音愈漠嗚呼哀哉

茫茫大塊悠悠高旻是生萬物余得為人自余為人逢運之貧簞瓢屢罄絺绤冬陳含歡谷汲行歌負薪翳翳柴門事我宵晨春秋代謝有務中園載耘載耔乃育乃繁欣以素牘和以七弦冬曝其日夏濯其泉勤靡余勞心有常閑樂天委分以至百年

惟此百年夫人愛之懼彼無成愒日惜時存為世珍沒亦見思嗟我獨邁曾是異茲寵非己榮涅豈吾緇捽兀窮廬酣飲賦詩識運知命疇能罔眷余今斯化可以無恨壽涉百齡身慕肥遁從老得終奚所復戀寒暑逾邁亡既異存外姻晨來良友宵奔葬之中野以安其魂

窅窅我行蕭蕭墓門奢侈宋臣儉笑王孫廓兮已滅慨焉已遐不封不樹日月遂過匪貴前譽孰重後歌人生實難死如之何嗚呼哀哉

 

 

歲惟丁卯(세유정묘) : 정묘년

律中無射(율중무사) : 음력 구월

天寒夜長(천한야장) : 하늘이 차고 밤은 긴데

風氣蕭索(풍기소삭) :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 불어

鴻雁于往(홍안우왕) : 큰 기러기 날아가고

草木黃落(초목황락) : 초목은 누렇게 떨어지네.

陶子將辭(도자장사) : 도연명 나는 장차

逆旅之館(역려지관) : 잠시 머물던 여관을 떠나서

永歸於本宅(영귀어본택) :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네.

故人悽其相悲(고인처기상비) : 정든 사람들이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동조행어금석) : 오늘밤 떠나는 나를 제사 지낸다.

羞以嘉蔬(수이가소) : 제상에 많은 음식 차려 놓고

薦以淸酌(천이청작) :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후안이명) :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영음유막) : 말하려 해도 오히려 막힐 뿐

嗚呼哀哉(오호애재) : ! 슬프도다.

茫茫大塊(망망대괴) :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유유고민) :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시생만물) :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여득위인) : 나는 사람으로 태어났네.

自余爲人(자여위인) : 사람으로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봉운지빈) : 가난한 운수에 매여서

簞瓢屢罄(단표누경) : 밥도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絺緙冬陳(치격동진) : 겨울에도 베옷으로 떨어야 했네.

含歡谷汲(함환곡급) : 골짜기 계곡 물 마시며 즐기고

行歌負薪(행가부신) : 나뭇짐 지고 가며 노래하고

翳翳柴門(예예시문) : 늘 사립문 닫고 살며

事我宵晨(사아소신) : 홀로 아침저녁 유유히 지냈네.

春秋代謝(춘추대사) : 봄 가을 계절 따라

有務中園(유무중원) : 들에 나가 부지런히 일하고

載耘載耔(재운재자) : 철 따라 김매고 북 돋우며

耐育耐繁(내육내번) : 길러서 거두어 들였네.

欣以素牘(흔이소독) : 때로는 기쁘게 글을 읽고

和以七絃(화이칠현) : 거문고를 타며 화락하고

冬曝其日(동포기일) :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 쬐고

夏濯其泉(하탁기천) : 여름에는 샘물에 몸을 씻었네.

勤靡餘勞(근미여로) : 온 힘을 다해 일했지만

心有常閒(심유상한) : 마음은 늘 한가로웠고

樂天委分(낙천위분) : 분수를 알고 천도를 즐기며

以至百年(이지백년) : 어언 백년을 살았노라

惟此百年(유차백년) : 백년도 못 되게 살면서

夫人愛之(부인애지) : 사람들은 이를 애지중지하여

懼彼無成(구피무성) : 다 살지 못 함을 염려하고

揭日惜時(게일석시) : 하루라도 더 살려고 애를 쓰며

存爲世珍(존위세진) : 살아서는 존경받기 바라고

沒亦見思(몰역견사) :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네.

嗟我獨邁(차아독매) : 하지만 나는 홀로 고매하게

曾是異玆(증시이자) : 평생을 속인들과 다르게 살면서

寵非己榮(총비기영) :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날기오치) : 속세에 물들어 타락하지도 않았고

拙兀窮廬(졸올궁려) : 나는 의연하게 궁색한 초가에서

酣飮賦詩(감음부시) :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식운지명) : 사람들은 운명을 알고 있지만

余今斯化(여금사화) : 미련을 가지고 뒤돌아보는데

疇能罔眷(주능망권) : 나는 죽어 흙으로 돌아가

可以無恨(가이무한) :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다.

壽涉百齡(수섭백령) : 천수도 백 살 가까이 누렸고

身慕肥遯(신모비둔) : 몸도 은퇴하여 자유로웠고

從老得終(종로득종) :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復所戀(해부소연) : 바랄 것이 무엇 있겠는가?

寒署逾邁(한서유매) :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망기이존) : 죽음은 삶과 이미 달라져

外姻晨來(외인신래) :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양우소분) :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오네.

葬之中野(장지중야) : 들판 가운데 묻히어서

以安其魂(이안기혼) : 넋을 편안하게 위로하는데

窅窅我行(요요아행) : 내가 가는 길 어둡고 답답하며

蕭蕭墓門(소소묘문) :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 쓸쓸하다.

奢恥宋臣(사치송신) : 송나라 한퇴 같이 사치스럽게 하지 말고

儉笑王孫(검소왕손) : 한나라 왕양손 같이 너무 인색하지 마라

廓兮已滅(곽혜이멸) : 흙으로 돌아가 흙이 되어 사라지고

慨焉已遐(개언이하) :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니

不封不樹(불봉불수) :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일월수과) : 해와 달만 지나가게 하고

匪貴前譽(비귀전예) : 살아서도 명리 찾지 않았거늘

孰重後歌(숙중후가) : 죽은 후엔들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인생식난) : 인생이 참으로 고달팠거늘

死如之何(사여지하) : 사후의 세계는 또한 어떨는지

嗚呼哀哉(오호애재) : ! 애달프구나!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죽기 전에 자기 손으로 자신의 제문(自祭文)을 썼다.

陶淵明의 자제문은 바로 자신이 살아온 인생살이를 소박하게 그대로 담고 있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도연명은 이승에서의 삶을 기우(寄寓)라 하여 말 그대로 잠시 남의 집에 의탁하여 사는 것으로 보았고 이승을 떠나는 것을 역려지관(逆旅之館)이라 하여 잠시 머물던 여관을 떠나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것은 인생을 살면서 욕심도 미련도 갖지 말자고 자신을 경계하는 뜻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그런 인생관으로 평생을 살아갔던 것이다. 너무나 가슴에 잘 와 닿는 말이어서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

 

도연명은 스스로 농사짓는 궁경(躬耕)을 하면서 가난했지만 술과 시와 거문고로 안빈낙도하면서 사람의 분수를 알고 도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광대한 천지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잠시 왔다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그 본질을 꿰뚫어보고 자연의 순리대로 자연과 함께 순응하며 평생을 살아갔던 것이다.

또 도연명이 남긴 시들을 보면 자신의 인생과 시를 그대로 일치시키고 또 평생을 일관하였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도연명은 이승의 삶이 너무나 고달팠기에 사후에도 그러면 어떡하나 염려하는 글로 제문의 끝을 맺고 있어 가슴이 아파온다.

 

그가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쓴 마지막 만가(挽歌 :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노래)와 이 자제문(自祭文 ; 자신의 제문)을 썼다.

 

 

陶淵明의 마지막 詩의만가사(擬挽歌詞)/挽歌詩(만가시) 자제문(自祭文)끝으로 전원시인(田園詩人) 酒聖陶淵明를 즐거이 읽고 올리며 마친다.

 

 

 

 

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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