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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酒聖 陶淵明 詩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 도연명(陶淵明)

by 산산바다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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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 도연명(陶淵明)

         계묘년 십이월에 종제 경원에게 지어주다

 

 

寢迹衡門下(침적형문하) : 고향의 허름한 집으로 돌아와서

邈與世相絶(막여세상절) : 세상 밖과 잡다한 인연 모두 끊었노라.

顧盼莫誰知(고분막수지) : 사방을 둘러봐도 알아볼 사람 없고

荊扉晝常閉(형비주상폐) : 사립문은 대낮에도 노상 닫아두노라.

淒淒歲暮風(처처세모풍) : 한 해가 저무는 때 바람소리 처량하고

翳翳經日雪(예예경일설) : 해 가린 채 하루 종일 눈 내리는데

傾耳無希聲(경이무희성) : 귀 기울여 들어봐도 아무 소리 안 들리고

在目皓已潔(재목호이결) : 눈앞에는 하얀 세상 펼쳐졌구나.

勁氣侵襟袖(경기침금수) : 찬 기운 옷깃 속을 파고드는데

簞瓢謝屢設(단표사루설) : 단사표음 상차림이 고마울 만큼

蕭索空宇中(소색공우중) : 쓸쓸하고 고요한 빈 집안에는

了無一可悅(요무일가열) : 즐거운 일 눈 뜨고 찾아볼 수 없도다.

歷覽千載書(역람천재서) : 천년의 서책들을 두루 살펴 읽고

時時見遺烈(시시견유열) : 때때로 선인들의 고결한 삶 보는데

高操非所攀(고조비소반) : 고상한 그 지조 따를 수는 없겠지만

謬得固窮節(유득고궁절) : 어려워도 맘 편히 지낼 것이로다.

平津苟不由(평진구불유) : 평탄한 출세 길 원하는바 아닌데

棲遲詎爲拙(서지거위졸) : 편안한 삶 누구라서 졸렬하다 할 것인가?

寄意一言外(기의일언외) : 말 밖에 뜻을 실어 그대에게 보내나니

茲契誰能別(자계수능별) : 이런 맘 그대 말고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寢迹(침적): 행적을 감추다. 은거하다. ‘寢迹으로도 쓴다. 도연명은 자신의 다른 시 張長公에서도 寢迹窮年, 誰知其意(평생을 숨어 살았으니 / 누구라서 그 뜻을 알까)’라고 읊었다. ‘寢跡으로도 쓴다.

* 衡門(형문): 나무를 가로 뉘어 문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조촐한 가옥 또는 은자隱者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 시경詩經·진풍陳風·형문衡門에서 衡門之下, 可以棲遲(초라한 집에서라도 /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네)’라고 하였다.

* 顧盼(고분): 좌우 또는 주변을 살펴보다.

* 荊扉(형비): 얼기설기 엮어 만든 허름한 문. 가난한 집. 육유陸游野興이란 시에서 從今謝大事, 終日掩荊扉(이제부터는 대사라고 하는 것을 떠나 / 종일토록 문 닫아두고 출입하지 않으려네)’라고 읊었다.

* 淒淒(처처): 몹시 슬프다. 처량하다. 쓸쓸하다.

* 翳翳(예예): 어두컴컴한 모양. 초목이 무성한 모양.

* 傾耳(경이): 조용히 귀를 기울여 듣다.

* 希聲(희성): 들어보려고 해도 잘 들리지 않다. 노자老子道德經에서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크게 모난 것은 모퉁이가 없고 /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지고 / 큰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고 / 큰 것은 오히려 형체가 없다)’이라고 했다.

* 在目(재목): 눈앞에

* 勁氣(경기): 세찬 추위

* 簞瓢(단표) : 가난한 삶을 말한다. 대나무 소쿠리에 담은 밥을 먹고 표주박에 든 물을 마신다는 단사표음簞食瓢飮의 준말이다.

* 蕭索(소색): 쓸쓸하다. 쇠락하다.

* 歷覽(역람): 두루 보다. 일일이 보다.

* 遺烈(유열): 선인들이 남긴 풍모와 절도와 기개

* 高操(고조): 고상한 도덕적 소양

* 謬得유득): 다행스럽게 얻다.

* 固窮(고궁): 대의大義를 잘 지키다. 어려운 형편에도 흔들리지 않다.

* 平津(평진): 평탄한 길. 대도大道. 정도正道.

* 棲遲(서지): 머물다. 돌아다니며 쉬다. 뜻일 잃고 떠돌다.

* (): 의기투합하는 계합契合을 가리킨다.

 

제목에 나오는 계묘년은 진()나라 안제(安帝) 원흥(元興) 2(403)으로 陶淵明이 39세(서른아홉) 나던 해를 가리킨다.

그에 앞서 陶淵明은 강릉(江陵)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융안(隆安) 5(401) 모친상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이작품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있을 때 지은 것이다.

* 경원(敬遠)陶淵明의 종제(從弟)이며 두 사람의 모친도 자매 사이였다고 전한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둘은 가난한 살림을 살면서도 서로 의기투합 하는 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장년에 이르기도 전에 바라보는 것이 선인들의 지조와 고상함 이었다면 기질의 문제는 역시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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